< 곰 사냥을 떠나자 >


곰 잡으러 갑니다,

잡을 수만 있다면 곰탕을 해먹거나 곰국을 해먹거나 곰 도리뱅뱅도 좋겠습니다.

아, 날씨,

바람 잦아들고 햇살 퍼진, 저 청아한 하늘을 보라지요!


아직 어둑한 새벽 6시, 로 정했지만 밥바라지 엄마가 샘들을 더 재워주셨군요,

6시 30분 샘들이 눈곱만 떼고 나와 늘 싸는 김치김밥 대신 오늘은 주먹밥으로.

어디서 샘들이 아이들을 위해 그리 도시락을 준비하겠는가 싶은.

‘아침수행 대신에 산에 가서 먹을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을 싸가긴 처음이었는데 밥이 올라가면서 뭉개질까 걱정을 하며 만들었는데 생각보단 형태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래도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먹밥보단 김밥이 손도 적게 가고 맛도 더 있는 것 같다.’(새끼일꾼 해찬 형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곧 샘들 일부는 간밤에 기표샘과 휘령샘이 싸둔,

매고 갈 차례대로 번호표가 붙은 가방을 확인하고,

방에서는 몇 샘들이 아이들과 이불을 개고,

밥상엔 떡국이 나오고.


‘평소와는 레퍼토리가 다른 산행이었다. 모임을 당일 오전 9시에 하다니!’

지난 11월 안나푸르나를 다녀오며 그간 숨차게 해온 산오름에 대한 성찰이 있었지요.

거칠지만 아이들과 더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올라야겠다 생각했더랬습니다.

더 많이 산을 보여주어야겠다고.

다른 겨울이었으면 산오름의 긴장감으로 엊저녁부터 잔뜩 안내들이 나가고,

일찌감치 아이들을 재운다 샘들도 잠을 좀 보충한다 그랬을 것.

그리고 아침 9시면 출발하고도 남았을 것.

159계자는 또 이렇게 특별하였습니다.

정말 9시에 안내모임이라니!

우리가 무에 그리 바쁠 일이 있다고, 여름처럼 버스를 타고 갈 것도 아니고,

햇살 퍼져 산이 깨어나고 난 뒤에 가도 되리 한 거지요.


‘막상 9시에 모이니 장갑이 없는 샘들, 신발 없는 샘들, 아이들이 많아서 급하게 파악한 뒤 옷방에 가서 짝 있는 장갑을 몇 개 찾아 나눠드렸다. 조금 더 준비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연규샘)

“내 깊은 걱정이 뭐라고?”

“샘들요!”

그래요, 늘 어른들이 더 걱정입니다.

애들 백 명은 일도 아닌데 어른 댓 명 데리고 다니는 일이 더 힘이 드는.

‘나무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무들의 집으로 우리 모두가 초인종을 누르러 가기 위해 주먹밥, 귤, 과자 등을 준비하고 여벌옷, 구급약, 후지, 물 등을 잊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길을 나섰다.’(해인 형님)


가온 형님과 현지 형님이 누가 남을지로 실랑이를 벌였지요.

젊은할아버지와 밥바라지 엄마 지양샘과 기표샘과 현지 형님을 남기고 산을 향합니다.

남는 동안 곳곳 청소도 하고 빨래도 널고

방에 불을 때고 어묵도 끓여놓을 테지요.

안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 하다못해 종일 구들더께를 해도 되는데

굳이 하루를 들여 산을 오르는 건 왜 일까요?

아침마다 해건지기 하고, 때마다 건강한 밥 먹고, 밤이면 대동놀이하며 힘을 길러

드디어 산에 갑니다.

왜요? 다녀와 봅시다려. 거기 답지 있을 터이니.


오늘은 아이고 어른이도 핫팩을 하나씩 다 공급합니다.

159 계자에만 준(이래서 또 159 계자는 특별해지는군요, 하하).

지지난해 밥바라지 인교샘이 챙겨준 것을 작년까지 잘 썼는데,

그땐 주로 비상시를 위해서,

그러니까 산 정상에서 유달리 시린 아이들을 위해 발에도 손에도 썼더랬지요.

올해는 산꾼 선배가 계자를 위해 보내준 것이 샘들까지 다 하나씩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계자는 그렇게 계자를 하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밖에서도 마음을 보탭니다.

그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이 풍성해질지니.

든든하고 따뜻한 출발.


맨 앞엔 교장샘이, 맨 뒤엔 경철샘이.

그 앞을 가면 초코파이가, 그 뒤를 가면 점심이 사라져버리고 말리라.

우리에게 짐이 무엇이 있는지,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서 가져간 것들을 잘 쓸 수 있도록, 공유하고 떠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민우샘 윤지샘 휘령샘들이 분위기를 올린다고 풍악 울리듯 춤추고 노래했는데,

아린이 흘깃 올려다보며, “(휘령샘 쪽을 보며)저 쌤은 너무 활기차.” 하더라나요.

가끔 이곳에서 우리는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 모르겠는,


산기슭에 이르는 곳에 응달진 농로가

얼음을 땡땡 뒤집어쓰고 맨들거리고 있었지요, 선물처럼.

아이들이 처음엔 겁을 먹고 조심조심 걷다가 나중엔 아주 미끄러지는데,

재미가 있단 말이지요.

다시 올라가 타고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 타고 내려오고.

산 들머리이기도 한 곳, 이제 산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때.

“골이 깊고 그래서 스민 이야기도 많은 이 골짝,

오늘 오를 산은 ‘십이지산十二之山’(12의 산)입니다.

그 열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누구는 일 년 열두 달을 상징한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12간지 열두 동물을 말한다고도 하고,

우리는 그것이 산이 안고 있는 열두 가지 보물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해석.

이 얼음미끄럼이 그 첫째이겠다 하였지요.


시작부터 무지 가파른 길이 아주 기를 죽이기 시작합니다,

혹은 어쩌면 전의에 불타도록.

‘손을 많이 잡아주는 것보다 격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더디기는 했지만 스스로 하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나의 일이구나 생각.’(휘령샘)

‘개인적으로 여름 산보다는 겨울 산을 좋아한다. 걸을 때 낙엽소리, 눈소리도 나고 이런 산을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니 더 좋았다. 정말 아이들에겐 쉽지 않은 산행이었을 텐데 힘들다는 군소리 없이 신나게 노래까지 부르면서 올라가는 모습이 이뻤다.’(윤지샘)

채성이가 나뭇가지로 들고 내밀어 아린이를 끌어주자 아린이 그랬지요.

“넌 루돌프 사슴이고 난 산타야.”


2년 승욱이, 지난 계자엔 새끼일꾼 훈정 형님이 좋다더니

이제 와선 그게 누구냐 되물으며 이번엔 현지샘을 좇아다닙니다.

힘들어하고 지쳐서 쉬자고 할 때마다 해찬 형님,

“빨리 올라가서 내려와야 빨리 현지샘을 볼 수 있어!”

그러면 갑자기 막 뛰어가는 승욱이.

수지가 계속 뒤처졌습니다.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해 자꾸 미끄러졌지요.

그런데도 힘들다고 하지 않고, 하기야 힘을 안 넣고 있으니 안 힘들었을 수도 있겄지요,

재밌다며 계속 애를 쓰고 있데요.

아직은 힘이 들던지 재잘대기도 하고 넘어져도 부딪혀도 깔깔깔,

그런데 가파른 경사면 앞에서 다릿심이 다 풀려 넘어져

더 이상 못 가겠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다 서럽게 울고.

경철샘은 뒤처질 것 같은 아이들 셋을 추려봤는데

여원이는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그런 수지와 아린이랑 끝에 동행했다지요.

1년 채성이는 몸의 무게중심이 자꾸 뒤로 쏠리니 경사길이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샘들의 안내를 따라 어떻게든 가겠다 씩씩하게 나아가네요.

‘아이들의 옹고집. 규욱이는 계속 옆길로 샌다. 썰매, 연못에 돌 던지기, 나뭇가지 자르기, 아린이는 고집왕. 한번 버티면 절대 그걸 해야 함. 먹을 거 달라고 때림. 건호는 말대꾸 엄청 해야 됨. 통일, 게임, 파나지, 여자... 성연이는 자꾸만 매달려서 힘들다. 수지는 자꾸 장갑 벗겨지는 등 자기 몸 관리가 안 되고 힘이 다 빠짐. 그래도 귀여움.’

류옥하다 형님은 하루 갈무리글에 그리 썼더랬지요.

툴툴이 4년 해인이, 그래도 산은 야물게 올라

민우샘 왈, 오빠를 닮았나 집안 내력인가, 힘들법한데도 묵묵하게 잘 타더라며

권씨 집안이 부럽다고까지.

‘처음엔 정말 사경을 헤맬 것 같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많이 쉬기도 하면서 정신이 깨면서 즐겁게 산행을 했다. 걸으면서 점점 깨어나는 것도 있겠지만 처음엔 혼자 가다가 아이들과 함께 가니 더 즐겁고 힘이 났던 것 같다.

예전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산행은 한 계자의 축약본인 것 같다. 이번 계자도 그랬고 산행도 그랬고 나의 감정이나 상태에 일부러 집중하지 않고 그냥 그 상황에 충실했다.’(연규샘)

‘오늘 산은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몽롱하게 잠에 취한 상태로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놓친 것이 아쉽다고 느껴진다’(해찬 형님)

“해찬아, 걱정마, 또 겨울에 가면 되지. 그 산이 그 산이니까.”


‘(마지막 포인트에서 밥 먹는 곳까지?) 율이를 전담마크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다며 계속 칭얼대고, 업지 않으면, 들고 가지 않으면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다는, 같이 올라가는데 걷지 않고 무게중심을 뒤로 실어서, 거의 들다시피 올라갔다. 그때 체력적으로 임팩트가 컸는지 다른 에피소드들이 잘 기억이 안 난다. 많은 얘기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올라갔는데...’(민우샘)

먼저 오르막길 꼭대기에 이른 율,

올라오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고 나뭇가지 건네며 잡고 오라합니다.

1년 진강이도 혼자 산을 어찌나 잘 타던지요.

태희 형님이 난 이리 힘든데 쟤들은 뭐지, 어이없다는 듯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온전히 맨 뒤에 붙어가다. ‘누군가는 내가 앞에 갈 때 이렇게 전체를 뒷받침 했겠구나’ 새로운 느낌’(류옥하다 형님)


림보나무를 만나 허리를 뒤로 젖혀 림보로 빠져나와야 했고,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신명나게 노래로 산을 깨우기도 하고,

만나는 것마다 인사하느라 우리들의 산오름은 오늘 더디기도 더뎠더이다.

늘 하는 말, 하늘은 또 고마웠지요.

바람도 없었고, 기온도 푹했습니다.

‘중간 중간 물 먹여줄 때 입을 내미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기새 같아서 주는 내내 흐뭇했다.’(휘령샘)

학교 안을 나오자 새로운 관계들이 엮이지요.

새로운 면들이 서로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도 그만큼 뻗어가지요.

‘산에 가면서 평소 같이 말못해본 아이들과도 이야기 해보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윤지샘)


한 고개 넘고 파이 하나 먹고, 두 고개 넘고 사탕 몇 개 먹고,

그 껍질들은 점심밥을 위한 티켓이 될 것입니다.

다리쉼을 할 때마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것들을 꺼내

무엇이 이 산이 갖고 있는 보물이고 선물일지를 헤아려보기도 잊지 않았지요.

“여기가 그쯤인가요?”

십이지산 언저리 말입니다.

전설의 산이니 꼭 거기라고 말할 수 없는.

해가 닿는 곳이 능선, 바람은 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몇 발 되돌아가면 바람골을 조금은 피할 곳이 저긴데

한 발이라도 되돌아가는 건 절대 못 하겠다는 아이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내려서기로 합니다.

시퍼래지는 손으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주먹밥.

그런 조건이 아이들의 재잘대기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요.

은규 슬규 희원 그리고 정연이었던가요,

나무가 왜 기울어져서 자라는가, 이 많은 낙엽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밥 먹는 이 능선이 왜 이리 추운 것인가,

우리의 지리교육 전공자 민우샘의 성실한 답변이 이어졌더랍니다.


건호가 벌써 입시용어들을 줄줄이 입에 올립니다.

“아니 자네가 어찌 그런 걸 다 알아?”

“요새 우리 엄마가 관심이 많거든요.”

건호 이제 초등 3년인데... 그의 형 윤호 이제 6년인데...

이래서 아이들이 무섭지요.

우리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아이들이 다 압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영민한 경우도 있지만 부모빨(뭐 이리 표현하겠습니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대개는 초등까지, 좀 더는 중등까지도 우수하다가 차차 밀리지요.

그런데 요새는 그렇지 않습니다. 너도 알고 다 아는 일.

부모빨이 계속 간다는 거지요.

부는 대물림되고 가난은 고착화 됩니다.

아무리 애써도 자신의 힘만으로 계층 상승은 거의 어림도 없지요.

부모의 소득에 따라 아이들 성적까지 차이가 납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조사 결과, 부모 소득이 5백만 원 이상인 중학교 1학년의 주요 3과목 평균 점수가 2백만 원 이하로 버는 부모를 가진 학생들보다 13% 이상 높았다.’

대입 결과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 차이보다 더 크답니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대학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지요.

2014년 서울대 합격한생 가운데 강남구 출신 학생이 강북구보다 무려 21배나 많았다고.

강남구 인구는 강북구의 2배도 되지 않는데.

그런데 부모빨 그거 생의 빨은 되지 않는 듯.

어쩜 우리들의 이런 과정은 부모빨이 아니라 자신의 빨을 위해 훈련하는 과정 아닌가,

자신의 삶이 가진 자신감으로서가 아니라 부모빨로 자신 있는 그런 허위를 우리는 벗겠노라,

뭐 그런 의지는 아닐까 과장도 해보고.


자, 이제 내려가 볼까요?

내리막길.

6년 광민이는 1년 아린이를 어찌나 잘 돌봐주던지요.

앞뒤가 끊어졌을 때, 생각보다 산을 잘 타고 있던 규한이,

큰 형답게 맨 앞에서 아이들을 잘 데리고 걸었습니다. 괜히 형이 아닌 게지요.

선두에서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을 세워놓고 먼저 좀 걸어봅니다.

눈으로 덮여 가늠이 어려웠지요.

이럴 땐 자신 안에 있는 더듬이를 한껏 세워보지요,

우리들의 야생성에 기대보는 겁니다.

사실 무슨 대단히 높은 산도 아니고 어디로든 마을길에 금세 닿는.


모두 깎아지른 절벽 같은 곳에 이릅니다.

참나무 낙엽들이 수북했지요.

샘들이 아이와 아이의 간극을 잘 조절하며 내려 보내기 시작합니다.

낙엽 미끄럼틀!

아, 그 신명이라니요, 그 보석 같은 순간이라니요.

아래는 볕이 좋은 길이 있었고

우리는 언덕 쪽으로 늘어서 그게 소파인양 등을 기대고 철퍼덕 앉았더랬지요.

저기 아래 언 저수지가 보일락 말락.


열두 가지 보물은 무엇이었던 걸까요.

산에 사는 것들의 발자국, 동물들의 갖가지의 똥들, 림보나무, 너무 어린 아기 소나무,

참나무 잎에 붙은 벌레의 집, 마른 나뭇가지 위로 올려다보는 우듬지 너머 파란 하늘,

수직에 가까운 낙엽 미끄럼틀, 산에 가서 먹는 밥, 우리가 기대 앉아 볕을 쬔 긴 의자 같은 언덕,

예쁜 먼지버섯, 바위 같이 생긴 버섯, 산을 오르는 우리들, ...

다른 건 몰라도 그 열두 번째는

분명 어느 날 아침 얼어붙은 호수에서 놀라 날아오른 청둥오리가

날아가다 발목에서 떨어뜨려 남긴 연못 대해저수지,

그 저수지 얼음, 우리들의 아이스링크!

아이고 어른이고 뛰고 구르고 끌고 춤추고 노래하고 신나게 아주 신나게 훨훨훨.

벌러덩 누운 다은이가 외쳤지요, “샘, 하늘 좀 봐요, 정말 파래요!”

‘중간에 저수지 얼은 곳에서 놀았는데 혹시 몰라서 가져온 아이젠이 아이들을 끌면서 놀 수 있어서 갖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경철샘)


‘중간중간마다의 산오름에서 만난 놀라운 선물들을 찾아내는 아이들이 더 선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휘령샘)

‘작은 아이들이 성인도 오르기도 쉽지 않은 산을 끝까지 하산하여 저수지를 거쳐 물꼬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보고 놀랬고, 기특했습니다.’(진성샘)

처음 오는 이들이 입이 벌어집니다, 누구나, 우리들의 산오름을 보고.

아이들은 그리 해내지요, 이곳에서.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개인적으로 산을 많이 가본 편인데 물꼬의 산이 제일 좋은 질감, 느낌을 가진 것 같다. 그저 산을 다녀오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산에 이름도 붙여보고 아이들이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산에 다녀온 이야기, 산에 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어디서 보기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산을 올라가고 내려갈 때 인원이 작아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을 때 전부 다 보였는데 그때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윤지샘)

‘정말 뿌듯한 산오름이였고 곰을 못잡아서 아쉬웠다.’(태희 형님)

애가 쓴 글인 줄 알았다니까요.


학교에서는 어묵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쯤은 남는 아이 없이 다 좀 씻어주어야지요. 산도 올랐고.

휘향샘이며 인영샘이며, 류옥하다 형님이며 가온이 형님이

아예 같이 들어가 아이들을 씻겨주었습니다, 큰 아이들이야 저들끼리 씻지만.

‘어묵탕을 먹고 여자 아이들을 씻기는데 부끄러워하면서도 깔깔대는 모습이 예전 이 나이대의 나의 모습 같으면서도 귀여웠다.’(휘향샘)

샘들 참 훌륭한.

고단한 산오름 뒤에도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끌며 잠과 사투를 벌인 지난 엿새였습니다.


한껏맘껏.

어른들은 주로 뻗었고,

아이들은 여전히 팔팔합니다, 그래왔고 그럴 줄 아는 대로,

책방에선 책과 바둑알과 체스가 움직거리고,

아이들은 해먹을 타기도 하고,

모둠방에선 류옥하다 형님이 큰 무리의 아이들과 놀기 한창입니다.

ABC놀이, 제로 놀이, 공기놀이, ...

승욱 규욱 율 아린 같은 작은 아이들도 계속 같이 끼워 챙기며 놀고 있데요.

윤호와 류옥하다 형님은 승부욕에 불타서 손바닥에 아주 불이 났더이다.

큰 여자 아이들의 장난은 또 그들 식의 재미들로 넘쳐나고 있었지요,

썸타기(이거 무슨 말인가 아실라나)에 유쾌한 연애감정들,

누가 사귀고 누가 질투하고 누가 떠벌리고...


한데모임.

우리는 왜 산을 갔던가요.

안 가르쳐주겠습니다. 다녀온 우리들만 알기로 합니다.

아니면 길도 없는 가파른 산을 다녀온 이와 안간 이가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하하.

(사실은... 아마도 짐작하시는 것들 그대로; 건강을 위해서, 산이 있으니까, 곰 잡을라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고, 마음의 힘을 기르려고,...)

귀찮은 마음 싫은 마음 두려움 마음을 밀고 넘어가보면 다른 세상이 거기 분명 있을지라,

우리 앞에 놓인 어떤 어려움이든 이 겨울 산을 넘었듯 그리 연대하고 나아가라,

우리는 그런 이야기쯤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을지니 힘내서 걷고 또 걸어라,도.

‘등산로가 아닌 가파르고 오르내리기 힘든 산을 올라가면서 옥쌤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하셨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해져있지 않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물고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니 산오르기가 물꼬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것 같은 길을 여럿이 함께 걸으니 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산오르기여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휘향샘)

끝내기 전 고래방에서 할 강강술래를 위해 노래도 한번 미리 불러보고 일어섰지요.

‘한데모임과 강강술래를 하기 전에 옥샘을 잠깐 봬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목이 다 쉬어있으셨다. 그런데 모둠방에 들어오셔서 강강술래를 선창해주시는데 목소리가 다시 돌아온 느낌? 정말 옥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이들은 그런 옥샘을 보고 그전보다 더 신나게 노래부르고, 옥샘도 아이들도 서로 서로 힘을 주고 받는 것 같다.’(윤지샘)


마지막 대동놀이 강강술래.

‘물꼬의 하이라이트 강강수월래를 했다. 물꼬 대선배님인 건호는(*벌써 5년차 넘어가는군요) 놀이를 응용하려해보기도 했다. ‘청어엮자, 풀자’에서 양쪽에서 동시에 풀면 어떻게 될까. 한번 밖에 안 해본 나에게 많은 도움주신 물꼬대선배님이었다. (*강강술래가) 딱 짧고 굵어서 아쉽기도 했다.’(민우샘)

‘강강술래, 제일 기대하면서 왔던 것. 오랜만에 강강술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 집에서는 할 사람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니까. 오랜만에 노래를 부르면서 강강술래도, 청어엮기도, 멍석말기도 그리고 등등등...을 뛰면서 하니까 진짜 재미있었다.’(준하 형님)

‘가장 기대했던 강강술래가 내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었고 처음에는 아이들 대체로 참여를 안하는 듯해 분위기가 처진 것 같았는데 점차 참여를 하면서 분위기가 절정으로 달았다. 한 번하니까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대동놀이였다.’(태희 형님)


마당으로 나가 장작놀이와 달맞이.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노래가 땅에 떨어지기라도 할세라 부르고 또 부를 제

동쪽 산으로 나뭇가지들이 빛싸라기 되더니 곧 둥실 달이 올랐습니다.

감탄과 감동의 물결이 일고 어느 순간 말들을 잊었지요.

‘달맞이 참 좋았다. 참 예쁘다, 우리 아이들 같이’(휘령샘)

달맞이! 159 계자의 큰 선물 하나였군요.

그렇게 159 계자는 특별했고, 특별해지고 있었습니다.


촛불잔치; 방에 들어와 지난 닷새를 돌아보기.

돌아가며 모두 한 마디씩.

금방 지나가더라, 처음에는 어려울 줄 힘들 줄 재미없을 줄 추울 줄 알았는데, 샘들이 너무 친절하더라, 또 올 거다...

이심전심이었던가 봅니다.

‘장작놀이 후 촛불을 켜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이제 다시 만나려면 또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슬펐다가 그 전에는 잘 몰랐는데 옥샘이 늘 하시는 “물꼬는 항상, 늘, 여기 있겠습니다.’ 이 한마디가 참 감동적이었다.

이번 일주일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고,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현지 형님)

‘옥샘께서 “물꼬는 늘 그 자리에 있어요.”라고 하셨는데

그때 뭔가 되게 찡하고 기쁜 느낌이 들었다.’(윤지샘)


그리고 마지막 밤의 夜단법석-인디언놀이.

‘숯으로 마지막 밤을 보내는 것이 정말 매번(두 번째지만) 즐겁다.’(갈음샘)

태희 형님, 채성이 얼굴에 감자 숯을 묻혀 기어코 화내고 울게 만들기도.

그런 태성, 바로 이어진 하루재기 때 일주일 동안 다 재미있었는데

특히 낙엽미끄럼틀이 제일 재미있다며 함박웃음을 짓고는

자기는 물꼬체질이라고.


늦게야 아이들 잠자리에 들고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과의 마지막을 좀 생각하며 공허한 마음이었다.... 이제 다시 또 찾아올 이 공백기에 나는 또 무얼 할까.’(가온 형님)

‘이번 계자는 정말 “특별한” 계자였다. 실제로 여러 가지를 처음 시도하기도 하고 또 아이들이 굉장히 잘 따라주고 유쾌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윤지샘)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입시와 지속적으로 떠올라 위축되게 만드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성격도 많이 바뀌고 항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감을 많이 느꼈었다. 나는 내 자신을 짓누르고 나를 못살게 굴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오랜만에 이곳에 와서 내 몸을 쓰고 마음 평수를 더 넓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담았다. 환경이 불편하고 또 불편한 곳이지만 이상하게 이곳에 오니 마음이 편했다. 이 공간에서 배운 나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법을 통해서 조금씩 나 자신을 안아주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대학교라는 커다란 관문의 입장을 앞두고 전공공부보다 더 소중한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해인 형님)

‘6일, 미리모임까지 합하면 7일 동안의 계자가 내일이면 끝이 난다. 어렸을 때 갈무리글이었나? 어디에선가 내가 물꼬는 책방(혹은 서점)같다고 쓴 적이 있다. 그곳에 다양한 책이 있듯이 이곳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라는 이유에서라고 기억한다. 지금 생각은 나는 아직도 물꼬가 책방 같다. 서점이라기보다는 헌책방. 헌책방에서는 특유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물꼬에서도 물꼬 특유의 따뜻함과 따스함, 정겨움이 묻어났다. 그래서 금세 적응을 한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이별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말 즐거운 계자였다.’(준하 형님)

‘마지막 밤이라 참 아쉽습니다.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일주일이라 매 순간순간을 완전히 즐기지 못한 것이 후회되지만, 입시가 끝나고 처음으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성장의 계기’가 분명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계자는 역대급이라고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이들과 쌤들 모두 충분히 물꼬에서의 시간을 즐기다 간 계자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유쾌하고 활발해서 물꼬에서의 일정을 너무도 재미나게 잘 꾸려줬고, 쌤들은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몸을 쓰고 열심히 놀다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실내에서만 활동하다가 산을 간 오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장난꾸러기 같고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광민이가 아린이 옆을 지키며 아린이가 무사히 하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물꼬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의 가장 선한 면만 발현시켜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굉장히 고단했던 산행이였지만 심적으로는 아이들이 서로서로 돕는 예쁜 모습으로 훈훈했던 날이었습니다.’(인영 형님)

민우샘은 이리 낙서를 달아놓고 있었지요.

‘벌써 끝인 게 믿지 않는다.

벌써 끝인 게 믿지 않는다.

벌써 끝인 게 믿지 않는다.’


아궁이에서 밤마다 불을 때고 있는 기표샘은

야삼경에 있는 샘들 하루재기 시간 아궁이 앞에 있어 글도 별 말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자리 함께 했네요.

“솔직히 물꼬에서 하듯이 밖에서 하면 완전 예쁜 받지...”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들과 동호회를 하나 하고 있는데,

설거지하는 거 보면 다들 놀란 다지요.

“거기다 행주로 물기 닦고 찌꺼기망 버리는 것 보면 엄마들 완전 깜놀!”

어른들을 만나는 데도 자신 있게, 당당하게 해주는 힘도 물꼬에서 길렀노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아이들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현대교육시스템에 동떨어진 물꼬가 가진 큰 힘을 느낄 수 있었고 때묻지 않은 참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태해진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한층 성장해 나감에 감사드립니다. ‘물꼬, 항상 이 자리에 있어주세요.’(진성샘)


마지막 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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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 2012. 3.29.나무날. 상쾌한 바람 뒤 저녁 비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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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 2016 여름, 162 계자(8.7~12) 갈무리글 옥영경 2016-08-19 1170
1846 2005.11.21.달날.흐리다 진눈깨비 / '나눔'이 '있다'고 되던가 옥영경 2005-11-23 1171
1845 2008. 2.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3-07 1171
1844 2009. 5. 5.불날. 덥더니 저녁답 소나기 뿌리다 옥영경 2009-05-13 1171
1843 2010. 5.13.나무날. 맑음 / 영동초 특수학급의 물꼬 방문 옥영경 2010-05-27 1171
1842 139 계자 사흗날, 2010. 8. 3.불날. 흐리다 비 내리다 개다 옥영경 2010-08-18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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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 2012. 7.26.나무날. 나흘째 불더위 옥영경 2012-07-30 1171
1838 7월 10일 해날 흐림 옥영경 2005-07-20 1172
1837 2008. 3.18.불날. 흐려지는 오후 옥영경 2008-04-06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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