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14.흙날. 맑음

조회 수 1170 추천 수 0 2012.04.23 00:06:57

 

 

“어, 배신이네.”

아침이 늘 늦다는, 간밤 운동장 가의 카라반에서 묵은 부부는

물꼬에서의 아침은 너무 가뿐하다며

이른 시간 마당에 널린 꽃들을 사진기에 담고 있었더랬지요,

행여 잠이라도 깨우는 게 아닐까 하여

만나기로 한 시간 다 미처 미적거리다 학교 마당에 들어섰는데.

아침을 먹고 달골까지 산책을 함께 한 뒤 떠났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자주 하는 말처럼 이네도 그리 건네고 갔습니다,

뭐 할라고 이리 사서 고생을 하느냐.

삶이 주는 나날의 고통을 이토록 모르는 산골 삶인데,

어찌 여기 사는 일이 고생일지요.

어쩌면 세상에서 살아갈 힘이 없어 여기 이렇게 사는 것을...

그저 몇에게 이곳이 위로이고 위안이고 치유이고 자유이면 좋겠는,

그저 그런 바람의 삶이랍니다.

 

마을길을 맨발로 다니던 걸음으로 마당도 걷습니다.

지난 겨울 들머리를 끝으로 새해엔 아직 맨발이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봄볕 아래서

아직 봄이지 못했던 몸이 그제야 땅이 풀리며 움터 오르듯

조금씩 폴폴거렸지요.

마음이 아직도 동토였음을 그제야 압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어제에 이어지는 제주통신.

흐드러진 벚꽃길이 전해져옵니다.

- 길가에 이쁜 꽃 피어 가슴이 설렙니다. 올 처음 보는 벚꽃이기에 더욱 정겹습니다.

   평화와 함께

제주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음유시인이 보내온 사진.

산골에 앉아서도 섬을, 바다를, 꽃을 봅니다.

고마운 삶입니다.

 

이 봄은 새로 돋는 잎들처럼 인연도 그러합니다.

금산을 시작으로 퍼져나가던 관계들이

간밤엔 사진 찍는 부부가 묵었고,

오늘은 또 늦은 밤 청원에서 수행하시는 분이 다녀갑니다.

물론, 역시 금산에서 맺은 연입니다.

수행하는 이야기들을 전해 듣지요.

밤을 꼴딱 새고 있습니다.

아직 젊습니다, 우리.

어쩌면 이 봄은 우리에게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요, 저는 삶이 곧 시이려니,

사는 일이 곧 수행이려니 해요.”

하지만, 여전히 게으름을 그리 비껴간다지요...

 

봄입니다.

그대에게도 봄이 오길,

몸이 마음이 삶이 봄으로 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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