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충남대 사범대랑 자유학교 물꼬의 ‘교육·연구 협력학교 협약’ 체결식.

구석구석 준비한 흔적이, 그리고 환대의 뜻들이

사범대 건물 3층의 협약식장에 이르기까지 펼쳐져있었습니다.

식사까지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요.

그 일에 함께 한 우리의 주욱샘, 그곳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이태,

물꼬 식구들의 더 좋은 밥상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뭘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듣지요.

사람을 생각는 것에 대해 번번이 저를 가르쳐주는 이.

학과장님이며 부학과장님, 평생교육원 원장님, 행정실 분들,

그리고 무려 20년 전 공동육아협동조합 신촌의 우리어린이집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이제는 대전에서 어린이집을 이끌고 있는 현숙샘까지,

즐겁고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욱샘과 은희샘의 초대까지 있었지요.

빈들모임에 와서 종교적 신념으로 절명상을 할 수 없다던 은희샘이

틀을 벗어나며 자신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의 얘기를

그가 부르는 고운 노래(성악을 전공한 그이라지요)만큼 아름다이 들었습니다.

 

“그 왜 차 들어 올리는 거, 자키 어딨어?”

새봄에 짓는 집에 쓰일 통나무가 널려있던 마당,

엊그제 저녁답에 해지도록 한 쪽으로 정리하던 나무를

비오기전 단도리 한다고

소사아저씨와 아이는 오늘 나머지를 옮겨 쌓고 있었더랍니다.

“차에 있는데...”

교류 협약 체결식을 위해 충남대를 향해 달리고 있었지요.

다른 목재들은 어찌 어찌 옮겼다는데,

그 큰 대들보가 문제였던 겝니다.

“알아서 어찌 해볼게요.”

그 큰 걸 어이 옮긴단 말인가요.

대들보 아래 깔린 나무 셋은 망치는 걸로 각오해야지, 뭐,

그런데 얼마쯤 뒤 그예 대들보를 옮기고

쌓은 나무들을 비닐로 잘 단도리 하였다는 사진이 전송되어 왔습니다.

“아니, 그걸 어찌 옮겼대니?”

“지렛대 원리를 이용했지.”

늦은 오후, 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다행한지.

적절한 아이의 움직임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소사아저씨는 아이들을 위해 한 줄 기른

교무실 앞의 포도나무들 줄기를 묶으셨습니다.

소사아저씨의 겨울 최고의 일은 불을 관리하는 일,

그리고 여름은 풀과 풀 사이는 누비는 일,

오늘은 마당의 잡초를 정리하고,

빨래방 장갑도 챙기셨더라나요.

흙일 많은 이곳, 목장갑을 여러 차례 그리 쓰고 빨지요.

 

풍물 마지막 수업이 있었고,

아이는 찾아온 달골 공사업자랑 얘기를 나누느라 수업을 중단해야 했다지요.

어미가 없으면 그가 해야지요.

달골 공사를 했던 이랑 몇 차례의 통화가 있었고,

마침 오늘 찾아오기로 했던 것.

애초 문제가 있었던 배수 문제를 이제 매듭지어야지 않겠냐고,

하나 하나 어미 말을 받아 적었던 아이는

조목조목 짚어가며 얘기를 잘 전하더란 공사업자의 전갈.

조만간 다시 얼굴보고 해법 찾기로 합니다.

 

순방이 있으면 답방이 있어야지,

지난 23일 6월 빈들모임에 이생진 선생님 다녀가셨고,

오늘은 선생님의 인사동 시낭송회에 참석합니다.

발해 1300호 기념사업회 선배들과 아리샘도 함께 했지요.

현승엽 선생님이 모인 이들에게 영동 물꼬 패거리들을 인사시켜주기도 하였네요.

젊은 날 인사동서 내내 놀던 시간들이 떠올랐지요.

음, 지금도 젊긴 하군요, 헤헤.

아직도 시를 읽고 시를 나누는 이들,

고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어른을 뵈었지요.

몇 해 동안 직지사에서 흥선 스님과 함께 하는 공부 모임이 있었더랬는데,

요새는 그 모임이 서울서 해서 통 못 가보고 있은 지 벌써 수년인데,

그 분과는 두어 번 마주쳤던가요,

헌데 그 순간은 알아보지 못하고

고운 분과 인사나누고파서 그분 나가는 걸음에 따라가 인사 건네려니,

“영동에서 왔대서 나도 거기 아는 사람 있는데”하고 생각하셨다며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있어 너무 젊어 보여

아, 자유학교 물꼬 다른 선생인가 보다 하셨더랍니다.

그제야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당신을 알아보았지요.

좋은 자리에서 그리 다시 만나니 좋기 더했습니다.

2006년 초입 지독한 일을 겪으며 신열을 앓고 지났던 예닐곱 해,

저는 그 세월을 아주 넓게 넓게 건너

이제 지난 시간들이 까마득도 하여

사람도 일도 그리 멀리 멀리 있었던 겁니다...

 

밤비 많았습니다.

아리샘이 여러 선배들을 두루 실어 내리느라

새벽 세 시가 넘도록 고생하였습니다.

한결같이 고마운 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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