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계자 사흗날, 2011. 1. 4.불날. 맑음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11.01.09 02:03:00

142 계자 사흗날, 2011. 1. 4.불날. 맑음


해건지기를 합니다.
구들이 따쉈다 합니다.
전통수련을 하고 명상을 하는 수행 이틀째입니다.
그래도 어제 했다고 좀 나았지요.

엊저녁부터 모둠들이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합니다.
설거지들마다의 뒤끝이 샘들한테는
잠시 숨 돌리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손풀기 시간은 함께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일을 마친 다른 여러 쌤들과 함께 차 한 잔을 하며 밖을 보았는데 눈이 쌓인 산과, 그 밑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오랜 집들이 보였다. 마치 내가 오래 꿈꿔왔던 깊은 산골짜기의 마을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 참 아름다웠다.’(새끼일꾼 인영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일정에 없이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건너가는 시간이 또한 그런 풍경들과 함께이지요.

‘손풀기’를 끝낸 아이들이 정리를 합니다.
세훈이며 효정이며 늘 마음을 먼저 내는 아이들이 있지요.
한동안은 기꺼이 마음을 낸 이들이 먼저 청소를 하겠지만
다음은 그걸 보고 배운 아이들이 이어갈 테고,
그것조차 안 되는 이들에겐 해보자 권하게 될 것입니다.

‘들불’.
들에 갑니다, 눈을 걷고 불을 피우지요.
그랬으면 좋으련만,
높이 쌓인 눈으로 고민하다
운동장을 들로 대신하고 가마솥방을 불 피운 논으로 대신하였답니다.
샘들이 불 하나씩을 차지하고 들에 나가 피운 불 앞에처럼
떡을 굽고, 고구마를 굽고, 은행을 굽고, 그리고 달고나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들에 뛰어놀듯 너른 마당에서 그리 놀고
지칠 때면 들어와서 한 바퀴 돌며 먹고 나가 또 뛰었지요.
“먹는 거 하나는 최고!”
경미샘의 감탄이었습니다.
“가람이의 재발견이야!”
달고나의 왕이 된 새끼일꾼 가람형님,
뭐도 뭐하는 재주가 있다(하하)고 우리 모두 아주 커다랗게 놀랬더랬지요.

가래떡이 너무 꽝꽝 얼었습니다.
떡복이떡을 내와 꼬치를 만들었지요.
부엌샘이 소스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어 송편을 굽고 인절미도 구워냈지요.
은행도 익어갑니다.
“저는 아플 때 은행 먹으면 나아요.”
해온이는 아파 누워있는 세아샘을 위해
은행을 들고 가기도 하였더라지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은행을 많이 먹어서, 힘들다고 하면서도 열심히 까고 꼬치에 끼워서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까서 다른 샘들도 나눠주고 다니고...’(수민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고구마구이는 중간에 인영형님의 제안으로
꿀을 넣어 맛탕이 되었습니다.
“단골손님 도균 윤수 준수 승이 주로 먹었지만...”(새끼일꾼 인영)
못 먹은 애들 없이 잘 팔렸더라 합니다.

눈밭에서 놀던 도균이와 승이가 한판 했고,
경미샘 쩔쩔매며(경미샘 왈) 무마를 했다는데
그런데 금새 다시 노는 아이들 보며 무색해지더라나요.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적(敵)이 없는 겝니다.
현우랑 성빈이도 한판 하였다지요.
처음에는 굉장히 신나게 시작해서 어느 순간 하나 둘 울기 시작하는,
눈싸움의 전편은 그리 흐르고 있었습니다.

‘구들더께’.
아주 구들이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포테이토 칩, 에이비시, 공기놀이, 그러다 수건돌리기로 결집이 됩니다.
놀잇감을 없애면 아이들은 그렇게 놀이를 불러오거나
그것도 시들해지면 놀이를 만들지요.
그런데, 장애가 있는 한 친구가 일곱 살 한나를 자꾸 때립니다.
하지만 너무나 환한 한나,
그 언니가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인 줄 모르지 않아
“응, 언니.”
그러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나가 그 언니의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려 한다는 것.
때로 이런 사실들 앞에서 오싹하지요.
보고 배운단 말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그 친구에게 찰싹찰싹 타인을 때리는 행동에 대해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보글보글-2’.
동화도 읽고(이 시간이 주는 평화는 신비하기까지 합니다),
만두를 빚으러갑니다.
만두집 세 개와 만두피 공장이 문을 열었지요.
고운만두집에는 효정 민재 윤수 준수 선영 유빈이가 있습니다.
민재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고,
효정이는 거의 새끼일꾼이었다 하며,
성일이의 복불복만두가 등장을 하기도 했더라나요.
그런데 ‘처음 시작은 좋았으나 끝은 무언가 아쉬운 그런 고운만두’(가람형님)
였더랍니다요.

예쁜만두네는 현지 유리 세영 훈정 고을 예림이가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 처음이라는 경미샘,
“얘들아, 그런 거 못해도 돼. 나중에 학교선생님하면 돼.”
그리 놀림 받으셨더랍니다요.
이곳에선 애고 어른이고
그렇게 삶의 기술들, 일상들을 익혀간다지요.

준우 승 성일 성빈 한나 도균이는 착한만두집 자식들이었습니다.
‘진행하기 수월하게 내심 여자 아이들이 신청하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결과는 까불이 5인방과 웃음이 많은 한나가 신청’(희중샘)하였더라나요.
말도 안 듣고 장난치고 돌아다니면 어쩌나 걱정 많았다는데,
시간이 흐르며 질서도 잡히고 장난도 덜 피워 이뻤더랍니다.

‘마음 넓은 보자기’에는 현우 자누 해온 세훈 정인이가 갑니다.
“저는 아직 4학년인데...”
5, 6학년만 신청을 하였는데, 자누가 들어가 있습니다.
학년이 문제인가요, 어디.
자누라면 2학년이어도 3학년이어도 피를 밀 수 있다마다요.
‘보자기에 큰 아이들이 들어와서 일하기 너무 수월하고 편했다. 중간에 노래도 부르고 다같이 돌림노래도 불러서 너무 좋았다.’(새끼일꾼 인영)
다른 때라면 엄청난 피를 밀어
그걸로 칼국수를 가마솥으로 끓여 온 식구들 다 멕였을 것인데,
제 아픈 어깨 대신 유정샘 방망이 엄청 밀고 또 밀어
온 아이들 칼국수도 먹였지요.

불편한 곳입니다.
그리고 추운 곳입니다.
자고로 겨울은 추운 곳이지요.
그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지 않게 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던가요.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니 겨울답게 춥단 말이지요.
그렇다고 애들을 그 추위에 그대로 던져놓을 수야 없지요.
해우소며 불편하고 아쉬운 공간이 한둘 아닙니다.
바로 그걸 어른의 손으로 메꾸며 계자가 이어집니다.
뒷간 청소도 샘들이 짝을 이뤄 날마다 해내고 있습니다.
희중샘은 똥통을 날마다 버리고도 있지요.
일정과 일정 사이 샘들은 그렇게 허술한 환경조건에서 오는 불편을
그리 해결하며 아이들을 돕습니다.
이곳의 선생이란 그래요,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 젤루 중요하답니다.

한데모임.
노래로 풍성하게 시작했고,
손말을 익히고, 우리가락도 했지요.
신민요 하나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어쩜 그리 금새 배우는지요.
그리고 지내는데 필요한, 그리고 이야기 나눔 있었습니다.
이어 춤명상.
가만가만 음악에 몸을 맡기고
겨울밤 깊이 자기한테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시설아동과 장애아동이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른 때보다 적은 인원이지만 이번 역시 그러합니다.
“무섭게 한 번만 하면 돼요.”
시설에서 온 거친 아이들에 대해
역시 시설에서 컸던 이가 그리 말했습니다.
그런데,
쉬운 바로 그 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물꼬.
더한 사랑의 세례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장애아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생각입니다만,
나이로 분류되는 학년 또래 집단은 때로 얼마나 잔인한지요.
또래에 미치지 못할 때 선명하게 그 모자람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엔 학년 구분이 없습니다.
몇 장애아들에 대해 그냥 좀 다르네,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그들이 어떻게 삶의 보편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고민 컸고,
모두가 어우러져 있을 때 장애가 별 문제가 아니라는 걸
물꼬는 이곳에서 늘 확인합니다.

장애로 약을 먹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그 한 알로 사람이 통제된다니요.
이곳에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더 힘이 들더라도.
이번에도 약을 먹어온 아이가 있습니다.
날마다 과잉행동은 고조되지요.
그러나, 그걸 약으로 조절하면서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닙니다.
물꼬는 인간존재로 그렇게 살기를 원치 않습니다.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아이들이 잠들면,
샘들은 가마솥방에서 늦도록 아이들 이야기를 나눕니다.
언 하늘에 별 여름밤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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