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3.흙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1190 추천 수 0 2011.12.16 15:09:40

 

지난 여름 끝물 새로 달았던 현판이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구조물 전체가 앞으로 쏠리고 있었지요.

손을 봐줄 시영샘이

다음 주는 되어야 들어올 수 있다 하였습니다.

“바람만 안 불면 괜찮아요.”

소사아저씨의 다소 눅진한 말에

늘 일이 벌어지고 난 뒤 좇아다니며 해야 할 일 많은 아이는

바로 뭔가 조치를 하자 합니다.

“바람 안 불기를 바랄 게 아니라 대비해야죠.”

마침 교문 양 기둥 앞쪽으로 감나무로 그리 양쪽으로 섰습니다.

빨랫줄을 갖다가 현판 각 기둥을 그곳으로 묶어두기로 하지요.

단단했습니다.

그렇게 이 겨울도 봄도 다 가도 되겠습디다.

 

달골 세탁기를 고칩니다.

햇발동의 세탁기는 지난 봄학기 때부터 물이 멈추는 기능을 잃어

빨래하는 내내 사람이 섰어야 했지요.

벨트를 갈아 끼우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네요.

창고동의 세탁기는 지난해 겨울을 지나며 창고동 수도가 터졌을 적

함께 관으로 물 치솟았더랬습니다.

그런데, 흡수구 쪽 관을 바꾸고도 작동을 않고 있었지요.

“20년도 더 된 거네요.”

기사 왈, 너무 오래 돼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 합디다.

윽, 고물 하나 추가이군요.

 

차를 비웁니다.

거의 트럭 수준인 승용차라 늘 짐이 많지요.

달날 배추도 실어 와야 하고,

나가는 길에 고추도 빻아야 하니 실어가야 합니다.

우선 마을에서 산 스무 근만.

학교에서 거둔 열 근은 아직 좀 꿉꿉해서

찬바람에 바짝 말렸다 빻으려지요.

 

공방하는 이를 만났습니다.

문짝 만들기에 대한 조언을 들으려 말이지요.

그런데, 문 만들기가 공방 일 가운데서도 가장 나중에 하는 기술이라네요.

이런! 선무당이 늘 사람을 잡는 법이지요.

기성문을 잘 활용할 방도를 생각해봐야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 툭툭툭툭 잘라 틀어지지 않게 나무 대고

경첩 대고 손잡이 달고 하면 되잖나 했더니.

모르면 용감한 게지요.

 

역 앞 구두방도 들립니다.

구두병원이라 적혀 있으니 병원장님, 그리 부르지요.

실내슬리퍼들을 죄 씻어 말려

쓸 만한 것들 골라 손볼 것들을 잔뜩 실어갔지요.

“버릴 수가 없어서...

 돈으로야 몇 푼 안 되겠지만,

 물건을 우리가 그리 쓰면 안 되잖아요.”

이걸 꿰매고 붙이고 있자니 하루 종일 일이고,

거기다 그만큼 튼튼할 것도 같지 않아

수선집에 맡기자 하고 들고 간 게지요.

서너 차례 들린 적 있었는데,

어눌한 제 말투로 외국인인 줄 아셨더라나요.

고쳐서 쓸 것들 많은 산골이라 그리 얼굴 익어져서 좋았네요.

 

서울서 명상모임이 있었습니다.

두어 달을 함께 했지요.

그 가운데 두 분이 인사동에서 밥을 먹자 초대하셨습니다.

어디 가면 꼭 끼리끼리들 덩어리가 지어지지요.

자기 색깔, 혹은 말이 되는 사람들, 공통 관심사, 비슷한 정서,

이러저러 그리 모이게 됩디다.

대부분이 특정종교수행자들인데다

지방에서 오가는 지라 이 모임 이들과 교류가 쉽잖았다가

물꼬에 관심 있고 타 종교에 열려있는 이들을 그리 만나 반가웠네요.

좋은 도반들을 만났습니다.

 

부암동에서 오래 커피를 볶고 있는 선배네 가게도 들립니다.

오늘은 사진을 몇 찍기 위해서였지요.

문짝 때문입니다.

그리 세련되진 않았으나

남은 나무로 편하게 툭탁툭탁 만들어 단 문이 하나 거기 있지요.

여태 드나들 땐 그저 지나치다

오늘 찬찬히 관찰하고 사진 찍어 왔습니다,

올해 최고 숙원사업이었던 내 손으로 흙집 문짝 만들기 작업을

그예 하고 말리라 하고.

다 자기 일이 되면 그리 열심히 하게 되는 게지요.

 

옥샘이 쓴 글이 올라오기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읽는다, 는

사랑하는 벗이 준 메일을 읽습니다.

“그런데요, 옥샘

 너무 바쁘세요

 

 계자하려면 기운을 모으셔야 하잖아요

 추우면 그냥 춥기만 해도

 어깨 뻐근하고 몸 후달리는데

 몸을 좀 쉬셔야하지 않을까요?

 

 12월은 좀 편히 계셔요.

 글 읽다가 문득

 잔소리 하고 싶어서...^^”

고마운 잔소리.

 

곧 귀빠진 날이라고 생일 축하 문자 하나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이미 세상을 떠난 벗입니다.

아마도 예약된 문자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승에서 온 문자라,

이승과 그리 멀지 않다는 말인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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