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3.해날. 맑음 / 가을학기 햇발동 첫 밤

조회 수 1207 추천 수 0 2006.09.14 09:48:00
2006.9.3.해날. 맑음 / 가을학기 햇발동 첫 밤


저녁 7시, 아이들과 햇발동에서 한데모임을 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기숙사는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이만 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준비가 안된 1학년들은 이번 학기에 빠졌지요.”
기숙사에 머물 수 있다는 건 형님이 되었다는 긍지를 말하는 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번 학기 기숙사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여기는 이미 겨울에 접어드니 아침 7시에 여유 있게 일어나
구름다리를 건너 창고동으로 가 요가와 명상을 한 뒤
아침은 학교 가마솥방에서 먹기로 했지요.
방 청소는 각 방에서 알아서 하고
복도와 아래층은 제가 맡습니다.
그 밖의 것들은 한 주를 지내며 챙기기로 합니다.
6학년인 나현이와 승찬이는
새끼일꾼 준비기를 가질 때가 되었으니 그리 마음을 먹으라 했지요.
열두세 살이면 어른의 부탁으로서가 아니라 당연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래서 나현이와 승찬, 그리고 령이가 그리 하기로 하였습니다.
시카고에서 가져온 선물도 전했지요.
물꼬상설 3기, 2006학년도를 물꼬에 보냈다는 상징의 잠자리를
가방에 달고 다니기로도 합니다.
그리고 기차호루라기와 오밀조밀 잘 만들어진 깜찍한 탈것들을 나누었네요.
아이들은 그것을 서로 합체하듯 큰 종이에 길을 그리고
모여서들 놀았습니다.
하와이를 다녀오며 그곳에서 만든 목걸이를 나누어주던 어느 해가 생각났지요.
이사를 간 아이들이 이렇게 문득 문득 그립습니다.

물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공동체 말입니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기숙사에 누가 머물든
어떤 어른이나 동일한, 누가 와도 물꼬의 어른이니 신뢰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리 같이 움직이면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친밀해지겠지요,
상설로 출발하던 첫 해처럼.
분명 힘에는 겹겠지만 그 보람으로 또 얼마나 느꺼울 지요.
그러고 보니 무릎을 위해 가던 수영장도 당장 포기해야하네요.

동희는 기숙사로 돌아오는 게 정말 싫었답니다.
그간 달골에서 잠이 안 왔대요,
같이 자는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나면 무서웠대요.
할머니의 끔찍한 사랑에 둘째로서 나이차가 많은 누나도 아이 대하듯 하니
마음이 자라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늘방에서 자니 켜두는 불이랑 멀어서도 힘이 들었다 합니다.
그래서 좀 좁더라도 아이들은 바람방 별방 시방으로 모여 자기로 하였지요.
“그런데요, 그래도 새벽에 자꾸 깨요.”
그땐 베개 들고 건너오라 하였습니다.
“옥샘 말씀 듣고 안심이 돼요.”
날들의 말미가 좀 있고 나면 그 마음도 다르게 할 수 있을 겝니다.
너댓 차례는 제가 있나 하늘방을 와서 확인하는 동희랍니다.

큰엄마가 잘해왔는데도 비로소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야 이 아이들을 알겠다는 안심이 되는 겁니다.
기숙사에서 보낼 가을학기가 적이 벅찹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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