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7.불날. 맑음 / 단식 2일째

조회 수 1194 추천 수 0 2011.06.18 19:58:07

 

감꽃 집니다.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에 무엇을 셀까 몰라

 

          - 김준태의<참깨를 털면서>에서 ‘감꽃’

 

단식 이틀째.

오래전에 약속한 일이고,

계자 전까지 일정을 아무리 뜯어봐도 갈 자리가 없어

결국 이 주에 봄 단식일정을 놓았습니다.

이동학교라는 특별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학기라

이번에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하는 수행대신

이메일 안내를 통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하기로 합니다.

7일을 전부 함께 하는 이도 있지만

자기 흐름대로 하루 금식에서부터 사흘, 닷새도 한 사람씩 있습니다,

물과 소금으로만 하는 대신 효소로 하는 사람도 있고.

맑은 영성이 같이 걷는 시간들이길.

 

순창행.

단식 기간에는 여간해서 산골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래전 잡힌 여러 사람과의 일정이라 피할 수 없어 길을 떠납니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가니 운전을 아니 할 수는 있습니다.

담양 죽녹원을 들렀다, 순창의 장연구소와 박물관, 장아찌거리,

그리고 남원의 광한루 들어갔더랬지요.

관광버스는 노래방 대형화면을 갖춰(요새 그런 것도 있습디다)

어르신들이 잘도 놀았(?)습니다.

요새는 못 노는 사람이 없고, 노래 못하는 사람이 없데요.

 

김유는, 병원을 가야할 것인지 좀 더 살펴보자 희영샘한테 이르고

순창을 다녀옵니다.

준환샘도 없는데, 아픈 애를 두고 가도 되는가,

샘들이 두 분이나 계시지만 아이들 데리고 있는 마음이란 게 또 그게 아니어

나가도 되나 마나 한참을 고민하였더랍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준환샘한테 전화를 넣기도 하였지요,

아이의 병력을 좀 자세히 전해달라고.

오늘 선미샘 허리 디스크 수술이 있어 정신없을 것을,

그런 줄 알면서도 애가 타서 그리하였더랍니다.

다른 아이들 달골에서 학교로 내려 보내고

(만든) 약을 먹이고 감식초도 섞어 더하여 마시게 한 뒤

눈이 좀 아프다는 준이까지 같이 실어 내려왔지요.

고속도로 달리는 중 내내 김유가 마음에 쓰여 대해리에 전화 넣으니,

일단 괜찮다는 전갈이었습니다.

밤, 들여다보니 얼굴이 핼쓱해졌습니다.

미열이 있긴 하나 편히 자고 있데요.

 

아이들은 희영샘과 김유를 남겨놓고 희진샘이랑

자전거나들이 대신 민주지산 들머리 주차장까지 걸었답니다.

그런데 거의 다 이르러 또 문제 하나 불거졌더라지요: 황룡사 2탄.

밤, 희진샘으로부터 얘기를 듣는데,

자세하게는 제가 묻지도, 그가 하지도 않았습니다.

“나쁜 것, 나쁜 영향만 준 것 같애서...”

희진샘은 퍽이나 미안해했습니다.

애 가르치는 죄인 게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어찌 있었는지,

대략, 류옥하다랑 진하랑 부딪혔고,

그 과정에서 강유가 개입하고 또 다른 아이들이 얽히고,

하다가 화가 나서 ‘욕’을 하고 ‘돌팔매질’을 했다 했습니다.

세상에나!

“어떻게 해얄지 모르겠더라구요...

...아이들이 정말 변할까요, 하는 하다의 말에 할 말이 없고....”

모두가 다 해도 욕을 않던 마지막 아이였습니다.

게다 소리소리 지르며 길바닥에 엎드리기까지(드러누웠다던가...)...

무엇이 그를 그토록 폭발케 했는지,

그저 그의 성질이려니 하고 보아야 하는지...

아이가 그렇게 극단으로 감정을 표출하기까지

애고 어른이고 누군가 그 맘 한번 알아주지를 못했던 건 아닌가,

지나던 경찰차가 멈췄다던가, 누군가 신고를 해서 그들이 왔다던가,

뭔 일이 있기는 했나 봅니다.

일단은 대략적 화해 아래 기분 좋게 점심으로 라면을 사먹었다던가요.

그런데 밤에 아이들이 모여 앉아 다시 그 건을 가지고 얘기 중이던데,

결론은 났을까요...

크느라 저들도 욕봅니다요...

 

‘... “봐봐! 왜 내탓만 하는데! 왜 나한테만 쏘아붙이고, 나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겠어?”라는 말을 했을 때, 그때 뭔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 내가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구나.. 계속 하다 말은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계속 하다를 무시하고, 편견만 가지고 있었어.. 황룡사 사건 때 안그러기로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계속 절하시고 있는 아지도 보이고, 하다도 보여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내가 “하다야, 정말 미안해. 내가 진짜 진짜 정말 미안해”라고 사과를 했고, 다른 아이들과 하다 모두 사과를 줄줄이 하길래...

아무튼 어쩌면 100일학교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우리가 이 왕따와 폭력에 관해 , 그리고 자신의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는 회의와 이야기들을 했는데 왜 계속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까..에 대해 고민해봤다. 그 이유는 마음 속 한구석에 거짓과 싫어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황룡사 사건도 그 이후 며칠 동안은 잠잠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다시 뒷땀을 까고, 끼리끼리와 폭력이 시작되었다. 왜 시간이 지나면 그 마음들, 결심했던 마음들이 사라지는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문제가 이것이라면, 이 마음을 사라지지 않게 다잡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노력인 것 같다.’(여해의 날적이에서)

 

‘... 그러나 하다는 사과를 받지 못해 억울했고 속상한 마음을 우리들과 선생님께 이야기했던 것이다. 나라도 기분 나빴을 것이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 사과받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누군가 이해를 해줘야 풀리는데 언제나 무시당해서 하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오늘 하다가 눈물을 통해서 억울하고 힘들었고 이해받고 사과받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다한테도 너무 미안했다. 풀어주지 못한 것, 그러니까 사이를 좁히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죄송했다. 친구들에게도 대표적으로 하다에게도 품어주지 못한 점이 미안했다...

... 내가 정말 힘들었던 것은 오늘 회의시간이었다. 하다가 나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단 것이다. 나는 진심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아니라고 오해라고 얘기했다. 하다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화가 났다. 잠시나마 진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지금은 화를 낸 내 자신이 후회된다. 하다는 두려웠던 것 같다. 또 자신을 탓할까 봐, 무시당할까 봐. 그것이 한두번이라면 바꾸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나도 많이 반복되와서 두려웠던 것이다. 하다에게 미안하다. 풀어주지 못해서 두렵게 해서 홀로 남겨둬서 무시해서 탓해서...’(다형의 날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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