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빼곤 다 수월한 해건지기, 재미있어요.

첫날 아침에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휘령샘이 그랬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는 시간, 그래서 다시 살아지는 날이 됩니다.

아침이란 그런 거지요.

그 아침을 해가 돋기에 눈을 뜨는 게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아침을 열면 어떨까,

그렇게 힘차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지나갔지요, 새 삶을 사는 겁니다.

어른들의 아침 수행이 먼저 있었고,

아이들 해건지기가 따랐습니다.

남방요가와 명상,

그리고 밖으로 나가 침묵 속에 풀도 뽑고 학교 둘레를 돌며

사람 말고도 세상을 채우는 것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뒤 ‘손풀기’.

또 하나의 명상에 다름 아닌 시간.

가운데 놓인 사물을 보며 크게, 눈에 보이는 대로, 말없이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옮기고 있습니다.

‘내가 보았던 어느 계자의 아이들보다도 다른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그 들어오는 빛도 좋았고 그래서인지 다양한 각도의 그림들을 잘 그려낸 것 같다. 그 순간 들어온 아이들의 눈도 빛이 나서 한참을 보았다. 초롱초롱 하다 그 말이 딱 맞았다.’(휘령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손풀기 전, 어제 옷을 버린 아이가 오늘 또 실수를 하였습니다.

휘령샘과 희중샘이 치웠지요.

신변처리의 어려움인지, 단순한 배탈인지 살펴야겠습니다.

마음의 문제도 크리라 합니다,

계속 전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그이니.

 

‘열린교실 1’이 있는 오전입니다.

‘뚝딱뚝딱’; 승진 승훈 동현 규범 민윤

어쩜 저리 아이들은 다양할까요,

어쩜 저토록 진지할까요.

승진은 스마트TV를, 동현이는 선반 같은 의자를,

민윤이는 작은 집을, 승훈이는 총,

그리고 규범이는 책상을 만들었습니다.

 

‘한땀두땀’; 진이 재이 준하 세영 주희 민경

민경이가 함께 온 윤우와 떨어져 다른 교실을 갑니다.

이제 기대지 않고도 이곳에 독립적으로 풀어질 수 있단 말이겠지요.

진이, 바느질을 해보자고 할 때 난 못 한다 지레 선을 그었는데,

그럴 때 교사가 도울 수 있는 것과 아이의 할 수 있는 지점 찾기를

서로 고민케 한 시간이었다 합니다.

교육의 장이 어디 아이들만 배움이던가요,

서로 그러합니다.

 

‘젓가락이랑’; 민혁 동우

“우와!”

동우의 춤추는 젓가락은 열린교실 펼쳐보이기에서 오늘 인기상이었습니다.

백 개 이상을 만들었더라나요.

민혁이의 투석기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없어서 완성을 못했지만

그 위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지요.

(나중에 찾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한 부분을 잊지 않고 챙기는 것도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한 방법)

새끼일꾼 인영형님과 경이형님은

아이들 곁에서 젓가락을 잇고 이어 돌고래를 만들어내고 있었답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준비한 게 잘 안돼서 아쉬웠다. 하지만 뜻대로 안되더라도 물꼬에서는 그 나름대로 많은 것들이 잘 굴러가는 것 같다.’(새끼일꾼 인영형님의 하루정리글에서)

 

‘단추랑’; 류옥하다 미희 승희 수빈

지나다 봐도 신나데요.

단추를 꿰어 그것으로 패물을 마련하는 건 기본입니다.

류옥하다는 컵받침에, 춤명상에 쓸 촛대, 그리고 백조를 탄 펜더를 내놨습니다.

“하다형 잘하죠?”

한 녀석이 펼쳐보이기에서 제게 몸을 기울이며 그러데요.

 

‘옷감물들이기’; 두 선화와 윤우

가까운 계곡에서 옷감을 헹구는 즐거움도 누렸다지요.

노란색 하트 모양으로 감을 미리 잘라 물을 들였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작은 소품 하나 나올 크기.

노란색이 곱기도 합디다.

 

폐강의 위기에 있었던 ‘잡지랑’을 구한 건 세훈이와 동윤이었습니다.

광복절을 주제로 놓고 사진을 전공하는 지용샘이 준비한 시간.

우리 세훈이, 뭘 해도 재밌을 준비가 된 아이,

그는 다른 아이들 열린교실을 다 신청한 뒤 남는 자리로 갑니다,

뭘 해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으니까.

이번에 그는 기타를 메고 왔습니다.

그런데 기타를 메고 올 만큼의 뛰어난 연주에도

거만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전체일정에 조화롭게 녹여내고 있어 놀라웠지요.

그런 줄 알았지만, 그 아이 더욱 다시 보게 되는 계자입니다.

이 시점에서 오씨네 삼남매에 대한 샘들의 칭찬도 언급해야 합니다.

새끼일꾼 인영형님도, 예비새끼일꾼 세훈도,

그리고 네 살 때 만나 이제는 고학년이 된 세영이까지

책임강 강하고 성실하다 칭찬 자자하지요.

어머니 조영주님은 얼마나 좋으실지요....

 

‘다좋다’; 현서 재창 관우 진현

“보람된 일을 해보자.”

마늘을 까는 것을 알았는데도 불평불만 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하더라지요.

‘누군가를 돕고 보람된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이뻐 보였다.’

(희중샘의 하루정리글에서)

가마솥방에 둘러앉은 그들을 보는데

무슨 마을 반상회 같더라니까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주는 현란함이 아니라

일상성과 도란거림과 작은 것이 지니는 가치와 소소한 기쁨이 더 빛나는 곳,

그곳이 물꼬입니다.

계자가 그러합니다.

 

“어!”

저게 누구인가요?

열린교실 펼쳐보이기를 할 무렵 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와

가마솥방에 앞에 섰습니다.

첫 일정을 하고 떠났던 준샘의 등장!

사람이 이렇게 기쁨일 수 있구나, 그랬지요.

오늘이 빨간날이었던 겁니다.

차에서는 수박과 북어꾸러미와 바나나 한 트럭(?)이 부려졌습니다.

‘고준샘을 오랜만에 봬서 너무 좋았고’(경이형님),

‘준이샘이 오셨을 때 너무 반가워서 달려갔는데 반가운 마음보다 어색한 관계가 비중이 커서 반갑게 달려갔지만 나의 반가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연규형님)고,

‘반가워서’(휘령샘과 세아샘), ...

그런 환대가 없었더랍니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공간과 움직임을 안다고 바로 낮밥 때건지기에 맞춰

배식대 앞으로 가 밥을 퍼주는 그였지요.

부엌일을 돕고 보글보글 준비에 손을 보태더니

만두피에 쓸 밀가루 반죽 열심히 해주고 갔습니다.

지난번에 만두피에서 움직인 가락이 있단 말이지요.

“샘, 대동놀이까지 하고 자고 가요.

 낼 여기서 바로 출근하면 되지.”

“약속 있어서...”

“여자만 아니면 가지마.”

“여잔데...”

어머니 생신이어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였답니다.

가야지요, 뭐.

우리도 뭘 좀 나눌 게 없는가,

경희샘이 잘 둘러보시고

고추며 복숭아며 호박이며들을 나눠 실어 보내셨습니다.

잠시 땀 뻘뻘흘리며 손 보태고 그가 갔지요.

짬이 나면 달려와 뭐라도 하고픈 마음,

물꼬를 사랑하는 모두가 그러함을 아다마다요.

‘고맙습니다, 열심히 움직이겠습니다.’,

이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들 마음 역시

모두 그 마음임도 아다마다요.

가는 편에

지난 계자 이어 며칠 손 보태던 새끼일꾼 주원형님도 나갔습니다.

 

낮밥을 먹고 빨래터에 갔습니다.

삼삼오오 바위 하나씩을 안고 방망이질을 하며 옷을 비비며

또 다른 만남들 엮을 테지요.

어제는 달골 수영장,

오늘은 서해바다와 거인폭포 쪽으로 갔습니다.

바위를 거슬러 올라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신명에

얼얼한 엉덩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신기하고, 이런 별세계가 있다니...”

소정샘은 말을 잇지 못하던 걸요.

‘이곳에는 특별히 샘과 학생이 없다. 오늘 계곡에 가며 그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 이곳에 나보다 먼저 온 친구들이 길을 안내해주고 바위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안 미끄러운 곳을 일러주며 챙겨줄 때... 반드시 나이가 많다고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서 학년이 지나며 차차 배워가는 지식 이외에도 다른 종류의 배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어디 밟으라 일러주는 풍경이며에서,

제도교육에서 하나씩 쌓아가는 지식과 다른

또 다른 배움이 일어나는 감동을 또한 곱씹고 있었습니다.

계곡은(뿐 아니라 자연은. 공간 뿐만 아니라 함께 부대끼는 시간도)

금새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아이들 간을, 어른들 간을, 그리고 아이와 어른들 간을 걸림없게 했지요.

윤우도 손잡고 왔던 민경이를 잊고 다른 이의 손을 잡고 있데요.

참, 민윤이가 머리가 아프고 코피가 났습니다,

자주 그렇다 합니다.

자꾸 봐야겠습니다, 그럴 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그이지만.

 

무열샘이 들어왔습니다.

마침내 그가 왔습니다!

못 올 수도 있겠다 했는데, 왔습니다.

벗의 어머니 장례가 끝나자마자 좇아왔습니다.

‘무열샘이 오셨을 때, 내가 아이였던 적에 새끼일꾼인 무열샘을 많이 뵜었지만 너무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새끼일꾼을 시작할 무렵 무열샘이 군대에 가셔서 무열샘과 아이, 샘이 아니라 샘과 샘의 자리에서 만나는 게 매우 신기했다.’(연규형님)

그렇게 긍적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그가 나타났습니다.

“무열이가 와서 좋습니다. 군대 가기 전 만나...”

 

그가 없던 세월 희중샘의 어깨가 무거웠지요.

“바글바글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사람이 적으면 소소한 눈 더 가는 게 있는데, 나름 좋습니다.”

오랜만에 오다보니 기대도 크더랍니다.

“준하, 주희 반겨주는데, 생각을 못했는데, 2년반 만에 딱 보니, 아, 알게 되고...

 연규도, 7-8년 전 아이 연규가 같이 교사로 움직이고, 오래 오다보니 그런 게 신기하고,

 몇 년 못 만나고 또 만나고 그런 게 좋아요...”

그렇게들 해후했습니다.

“오랜만이라 어리벙벙하고 물품이 어딨나도 모르고 뒷간 구조도 낯설고...”

그래요, 아, 그가 왔습니다.

 

보글보글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묵은지가 귀해본 게 처음인 모양입니다.

식구가 많았던 지난 봄학기 거의 바닥을 드러내더니

첫 일정에 그예 다 비워내고,

지난 일정엔 읍내 손석구님 댁서 한통이 실려왔더랬지요.

그것마저 다 비워 남도의 집안 어르신 댁에서 급히 공수될 예정인데

아직 닿지 않았습니다.

하여 김치만두가 야채만두되었습지요.

동화 한 권 같이 들여다보고

만두를 빚어 구워먹고 쪄먹고

그리고 남겨진 만두소로 볶음밥까지 해먹습니다.

넉넉하게 볶은 집에서 오라하니

제 집 거 놔두고 건너가는 아이들이었다나요.

 

‘평화로운 만두’; 재창 관우 현서 동현 민윤 동우

제목 그대로 평화로워질려다가 점점 왁자지껄 먹으러 이집저집 돌아댕기더니

만두만큼은 어느 집은 타고 어느 집은 밀가루 맛 나는데

우리 집은 제대로 구워지고 익혀져서 맛있다고 뿌듯해진 아이들이었답니다.

희중샘은

‘오히려 요리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진지하게 요리에 임해주어 굉장히 감동받았다’지요.

처음에는 아무리 말을 시켜도 대답도 않던 민윤이도

함께 만두를 빚는 과정에 어느새 도란거림 속으로 들고,

동현이는 밥을 정말 잘 먹어서 곁에 있는 이들 기분을 좋게 하더라 합니다.

 

‘기분 좋은 만두’; 두 선화, 수빈 승희 민혁 승훈

“보글보글방에서 처음으로 배불리 먹었어요!”

승훈이가 가마솥방에 일보러 왔다가 절 향해 소리쳤지요.

아고, 미안도 하여라...

보글보글을 해도 밥과 국과 김치, 그리고 반찬 하나쯤은 부엌에서 내는데,

아무래도 만든 본 요리가 적다 느껴지니,

전체적인 양은 적지 않은데 하나 하나 자잘한 것들을 나눠 먹다보니,

채워지지 않는 느낌들이 남는가 봅디다.

그렇다고 양껏 하면 영락없이 개밥이 늘기 마련이어

제발 조금만 조금만이라 부탁하는데,

그래서 더 아쉬운 듯.

각 방의 요리 규모에 대해 다시 잘 따져보리라 하지요.

 

‘조화로운 만두’; 승진 민경 규범 동윤 규한

승진이 장난의 정도조절 안돼

한 샘이 바가지를 던지고 들어와 버린 일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왜 줘야 해요, 쟤네는 안주는데, 그런 투덜거림으로 속앓이도 하고,

하지만,

‘진행이 잘 되거나 힘든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힘든 일이든 쉬운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 손쉬웠다.’는 만두집이었답니다.

 

‘사이좋은 만두’; 진이 재이 세영

진이는 두부 으깨는 것을 좋아했고,

재이는 잡채 자르기를 계속 했으며,

세영이는 아이들 독려해가며 잘 끌고 있더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진이 재이, 열심히 당면을 자르고 두부를 완자 수준으로 주물럭주물럭거리다

그만 지쳐서 바로 누워버렸는 것을,

볶음밥을 가져다주니 한가득 먹습니다.

세영이, 그 둘을 달래가며 함께 작업을 하더라지요.

“세영아, 맛있지?”

샘이 물었답니다.

“네, 근데 칼국수가 제일 맛있어요.”

마음 넓은 보자기에서 나온 칼국수 말이지요,

늘 만두 빚는 시간 끝에 딸려나오는.

주영샘도 그 칼국수가 젤 맛있었던 하루였다나요.

 

‘마음 넓은 보자기’; 세훈 진현 류옥하다 주희 준하 미희

조용하고 단아하게,

늘 이 방은 그렇습니다.

이야기도 낮은 목소리이지요.

가마솥방으로 드나드는 그 많은 발들의 소란함에도 굴하지 않고

만두피 공장은 단단히 굴러갑니다.

노래도 배워 흥을 돋우지요.

만두피를 다 공급하고 나면 남은 반죽을 다 모아 면을 뺍니다.

“만두보다 칼국수가 늘 더 기대돼요.”

세훈이지요.

 

보글보글 끝은 설거지가 산더미,

그걸 샘들 손으로 합니다,

다른 끼니 아이들이 하는 설거지와 달리.

“설거지가 자발적으로 되고...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리 일이 되어가는 모습에 혁샘이 적이 놀라기도 한 모양입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큰 훈련의 시간이고 배움의 시간인지요...

 

한데모임.

넘치는 노래와 손말이 끝난 뒤

의논하고픈 문제들이 나옵니다.

역시나 책방이 또 문제.

용케, 밖에서 많이 움직인 첫 일정이나

안의 놀이가 발달 되었던 두 번째 일정에는 그리 크게 말이 없었으나

이번 일정은 책방에 사다시피하는 아이들 몇 있으니

당장 흩트려진 책방 사용에 문제제기 들어옵니다.

재창이가 책방지기를 맡기에 이르지요.

어떤 방법들이 나오려나요...

내일 저녁 한데모임이 기대됩니다.

 

대동놀이.

온 마을이 술렁였습니다.

산에 다녀왔습니다, 하면 “이밤에?” 하고 물으시겠지요.

짐승 잡으러요, 하면 “웬 짐승?”하실 겝니다.

그랬다니까요.

꽹과리 앞세우고 다녀왔습니다.

몇 마리의 산짐승이 달려왔지요.

우리들의 내일 밥상을 보면 아실 터입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샘들의 흥이 재미를 더욱 돋우었습니다.

그럴 때 정토가 여깄다 싶고

천국과 극락이 따로 어디 있더냐 싶지요.

역시 무열샘이 있어야 합니다,

희중샘도 있어야 하지만.

그의 몰입이 주는 흥이 얼마나 큰지...

 

오늘까지 밖에서 씻으면 낼부터는 수돗물을 쓸 수 있다 했습니다.

“오늘은 남자들부터 씻겠습니다.”

‘대동놀이가 끝난 후 여자들이 씻고 나서 인영샘과 함께 큰 대야 뒤에서 속옷까지 벗고 등목을 했는데 왜 남자 아이들이 계속하는지 알겠다. 진짜 시원하고 요즘 말로 말하자면 짱 좋다.’(경이형님)

 

아이들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준 뒤 ‘샘들 하루재기’.

열린교실과 보글보글방으로 하루가 어찌 갔는지,

힘깨나 들었던 하루였지요.

밥바라지 경희샘이 물을 많이 써서 그 물을 대느라고도 힘들다는

새끼일꾼들의 호소도 있었습니다.

“청결에 물을 너무 많이 쓰세요.

 좀 더럽게 살아도 되는데...”

그러면서도 모두 ‘순종’합니다, 기꺼운 순종.

한편, 힘들지만 깨끗해서 좋다고도 합니다.(연규형님)

역시 부엌은 나이든 분이나 후덕하신 분이 좋습니다.

부엌이 주는 안정감이 계자의 절반 일이라니까요.

특히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화려하거나 하진 않아도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솜씨는 기분을 좋게 하지요.

고맙습니다.

그 바라지를 돕자고 부엌으로 자리배치게 된 세아샘,

‘정말 밥바라지 힘듭니다. 어떻게 밥샘들은 잘 계속하는지 정말 자랑스럽고 배우고 싶지만 체력 고갈로...’(세아샘의 하루정리글에서)

하다보면 그 일이 주는 재미가 있고,

싫을 때도 마음을 끌어내는 게 필요하지요.

긴 시간 무기력과 다투는 세아샘을 또 훈련장으로 보내고 있는 때입니다.

나아지리라 하지요.

 

달빛은 이 밤도 고왔습니다.

샘들 하루재기가 끝나고 야참을 먹은 샘들,

잠시 나가 산마을을 걸었습니다.

곤하게 보인다 싶으면 꿀물을 타주고 차를 내주고

서로를 잘 살피는 일꾼들입니다.

사람을 살려내는 것들은 늘 그런 소소함들이지요.

 

그리고,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요.

제가 아보카도광이랍니다.

계자 전주 그 귀한 걸 들고 나타난 주욱샘의 방문 이후로

그걸 보고 지르는 환호성을 보며 준샘이,

그리고 그걸 먹는 걸 본 선정샘이

이제 아주 박스째 보내왔습니다.

아, 나는 선생님을 향해 무엇 하나 하는 것 없이...

살게 싶게 하는 아보카도였고, 살고 싶게 하는 샘이었지요.

계자가 끝나면 인사를 드릴 수는 있을지,

또 다른 일에 묻혀 그냥 가기 쉬울 것입니다.

사람에게 이리 성의 없어도 되는가,

반성이 밀려왔지요.

지금 말해놔야지 합니다,

얼마나 샘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힘을 얻고 가는지.

“사랑해요, 샘!

 책상 곁 아보카도 상자를 놓고 하나씩 야금야금 먹어대며 가는 계자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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