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고 늦은 아침을 먹기로 한 흙날입니다.

이제 주말은 이게 흐름이 되었다 싶습니다.

달골에서 일어나는 대로 청소를 하고 학교로 내려왔지요.

 

내일이 해날이라 마을 어버이날행사를 오늘 하기로 하였습니다.

부녀회에서 어른들 모시고 잔치를 벌였지요.

아이들 앞세우고, 준환샘과 소사아저씨와 얼굴 보이러 갔습니다.

이동학교 온 샘들과 이장님 뵈러간다고 하기 여러 날인데

마침 이 참에 얼굴 뵙고, 다시 댁으로 따로 인사 가기로 하였댔지요.

워낙 잘 먹는 우리 아이들, 혹여 차린 음식이 모자랄까

서둘러 인사만 시키고 쫓듯이 보냈습니다,

학교에 밥상 차려놓고 갔던 참이라.

부면장님이며 두루 어르신들 뵙고

소사아저씨랑 준환샘이랑 저는 거기서 점심을 먹었네요.

마을에 몇 안 되는 젊은이(그래도 마흔이 넘어간)들이 오랜만에들 모여

왁자지껄한 상이기도 하였답니다.

불과 얼마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마을에 젊은 사람 하나 더해졌다고 준환샘에 대한 환대가 컸지요.

잔치 파하기 무섭게 이장님이 부녀회장님과

커다란 바구니 가득 떡이며 전이며 수박이며 실어오셨습니다,

애들 그냥 보내 아쉬웠다며.

어르신들 그늘이 늘 넓게 드리운 이곳이라지요.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달골 올라

스스로공부(개인프로젝트)도 하고 낮잠도 잤습니다.

밤을 위해서 미리 잠을 채워야 했다네요.

어린이날에 놀겠다던 아이들을 끌고 산오름을 가며

오늘밤 창고동을 내주겠노라 했더랬지요.

주말에 아이들 핏자 만들어줄 재료들을 좀 사러

김천을 넘어갔다 오기도 하였답니다.

 

오후, 7학년이 된 성재네가 다녀갔습니다, 와인을 들고.

드디어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봄여름 가을 겨울계자에 빠지지 않고 다녀가는 수년의 인연에도

늘 통화만 오갔는데, 그예 만났지요.

물꼬도 그러하지만, 물꼬를 얼마나 사랑하는 성재이던가요.

아아아아아, 그렇게 부모님을 만나서 기뻤습니다.

내내 웃음이 나와서 어쩔 줄을 몰랐답니다.

산골서 구경하기 힘든 걸 찾아 보내기도 하시고

이러저러 마음 써서 늘 소식을 보내오던 부모님이셨습니다.

급히 밭에 달려가 부추를 캐와 부침개로 대접을 했네요.

계자에 아이들이 온 인연이 그렇게 이웃이 되고 벗이 되고 합니다.

물꼬에 살아서 고맙습니다.

 

저녁에는 희중샘, 유진샘, 새끼일꾼 윤지와 창우가 들어왔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꽃을 사들고 하루를 묵으러,

저들 먹을거리를 다 실어,

그리고 아이들 먹을 스파게티 면이며 쓸 화장지며 수박이며 꾸러미 잔뜩 들고.

스승의 날이 아닌 어버이날이라...

“엄마 같애요.”

자주 유진샘이 하던 표현입니다.

이제 스승의 날보다 어버이날을 더 많이 챙기는 제자들입니다.

마음 참 좋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밤입니다; ‘밤과 친구하기-우리는 야행성’

창고동을 내놓았습니다.

준비위(각 방장들: 다운 하은 승기)로부터 잔치준비물이 안내 되었습니다;

침낭, 이불, 매트, 상의 또는 하의 챙겨오기.

매트 깔고, 위에 이불까지, 완전세팅을 해놓았데요.

프로그램 안내: 인드라망, 손병호게임, 롤링페이퍼, 코디놀이,

장기자랑과 야식, 마피아와 독침놀이

모든 시간에는 작은 소리로 노래를 튼다;

비틀즈 음악이 동행했습니다.

수건돌리기엔 산토끼가 뛰어다녔고,

동네 떠나가라 밥가며 비행기 같은 동요 목청껏 불렀지요.

코디게임의 압권은 김유가 입은 다운이의 몸배였더랍니다.

물론 패션쇼가 있었지요.

 

그리고 야참; 라볶이, 고구마맛탕, 주먹밥, 치킨, 아이스크림, 과자, 초코파이, 사탕

밥배 단거배 간식배 여유배, 그렇게 갖가지 배를 지닌 아이들이니까요.

샘들은 창고동 2층 관객석에서 내려다보며

아이들이 왜 그토록 많이 먹는가를 따져보았더랍니다.

어울려서, 동선이 길어, 군대 같은 집단생활이어, 일을 하니,

냉장고가 멀어서, 혹은 밥상 앞에 같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그 같은 이유들을 꼽아보았지요.

어쨌든 참말 많이도 먹어댄답니다.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젤로 기쁩니다요.

 

장기자랑의 주제는 ‘우정’이었습니다.

자리에 있지 않은 이를 챙겨주지 못했던, 그래서 맘이 상한 이가 있었던,

일명 롤빵사건이 그 배경이었더랍니다.

대한뉴스처럼 계몽연극이었네요,

그러면서 그 안에 발견되는 아이들의 생활로 관객들은 요절복통.

1모둠의 해수 선재 하다는

하다가 바바예투(주기도문의 아프리카부족 버전)를 부르고

선재 배경나무가 되어 섰고, 해수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습니다.

해석이 더 그럴듯했네요.

“널리 사랑하라는 노랫말이니, 우정도 그 마음과 다름 아니기에...”

뭐 그런 식이었더랍니다.

2모둠의 진하와 강유는 롤빵을 나눠먹는 아이들을 묘사했고,

3모둠 김유와 여해는 카드놀이(김유가 가끔 하는 마술)를 하며 우정을 다지고

4모둠의 가야, 다형, 다운이는 1인2역까지 하며

무대를 풍성하게 했지요.

 

다시 인드라망으로 이 밤의 갈무리 시간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서로 꼬인 손을 아이들은 20초 만에 풀어냈지요.

그러고도 아쉬움으로 보너스 하나,

객원(오늘 들어온 물꼬의 품앗이 새끼일꾼들)들도 불러들여

마지막 마피아놀이가 있었더랍니다.

물꼬샘들의 독식이었다나요.

 

아이들의 야행성 전 과정을 관찰로 참여하고

야참을 하며 뒷배가 된 샘들이 고마웠습니다.

예정된 한 시도 더 지나 밤이 닫혔네요.

아무래도 여파가 며칠 가지 싶습니다.

참, 창우가 며칠 전 물에 가서 놀다 얻은 감기를 달고와

오늘 다시 계곡에 다녀오더니 밤새 앓고 있습니다.

해열제를 만들어 붙이고 여러 차례 방을 들여다보지요.

숨을 쌕쌕거리고 자고 있네요.

 

누가 가지 말란 건 아니었으나,

남도의 어머니 댁을 다녀오리라 했는데

전화만 넣은 어버이날(낼)입니다.

“뭐 할라고... 됐다... 아아들(아이들) 멕이는 것도 일일텐데,

시간 나면 잠이라도 더 자라...”

나이 60이어도 80노모의 매를 맞는다던가요.

세상 모든 어머니 아버지께 절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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