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신진언(法身眞言)이라고 있지요.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츠바라 프라바트 타야 훔’

글자대로의 해석은 알지 못하나 대략 이런 의미라 하였습니다.

“그대가 빛으로 왔듯이 그대의 본성은 빛이니라.

 그 빛은 그대의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으니

 그대가 번뇌망상을 버리면 빛이 그대를 감싸리라.”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시지요.

 

“와아, 저게 달무리 맞아?”

“그래, 달무리!”

썩 커다란 달무리가 밤하늘로 우리를 불렀습니다,

아주, 정말, 매우, 몹시, 그런 부사 다 동원하고도 더 큰 달무리.

산골 삶의 소소한 기쁨에는 이런 것도 더하지요.

소소함이 생을 채운다는 사실, 소연한 일입니다.

 

흐릴 듯하더니, 비 온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일 가뿐히 하라고 종일 날 짱짱하다

저녁답에야 흐릿해져갔습니다.

장정 넷 겨울 날 준비 도우러 온 걸 안 게지요; 최효진님 오성택님 이철형님 전영호님

여유 있게 일어나 수행방에서 해건지기를 같이 합니다.

대배 백배를 일곱이 하였네요, 만트라와 함께.

낯선 일이어도 이곳에서 사는 대로 살아보겠다고 오는 사람들이라

춤을 추자 하면 추고, 수행을 하자 하면 그리들 합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데쳐놓은 고구마줄기는 아직도 언덕을 이루고 있어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듯 모여앉아 껍질 벗기는 일부터 합니다.

“웬만만 하셔요, 오며가며 꼼지락꼼지락 하며 벗길 거야.”

가마솥방에서 일어나 소사아저씨한테 불려나간 장정들은

오전에는 학교 창문에 비닐을 칩니다.

겨울 앞두고 하는 연례행사 하나이지요;

연탄 들이고, 메주 쑤고 고추장 담고 김장하고, 장작패고, 그리고 비닐치기.

오후엔 고래방 앞과 빨래방 앞 은행을 털었지요.

 

읍내 다녀오는 길에 경희샘한테 간장도 보냈습니다.

계자 밥바라지를 와서 그 간장을 얼마나 맛나 하시던지.

보낸다 하고 여러 날이 지나 이제야.

장독 뚜껑 한번 여는 일이 그리 일입디다,

뭘 하고 사니라고.

 

다음 주 한 주간 초등학교 특수학급 지원을 나갑니다.

교감샘이랑 계약서를 쓰고 돌아왔지요,

하루를 해도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라.

다녀와 곤해서 책상에서 잠시 엎드렸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이가 밥상을 차려 불렀습니다.

그리 삽니다, 산골서.

 

잘 있다가도 어둑해지고 한기 와락 덮치면

그만 풀이 죽습니다.

추위가 생의 3대 공포쯤 되니 지레 겁도 난 게지요.

기락샘이 먼 이국에서 홀로 공부를 하며

날마다 전화해서 늘 외롭다고 했더랬습니다.

어릴 적 심심하다와 배고프다는 걸 이해하는 게 아주 어려운 문제였고,

자라서는 외롭다는 말이 참 잘 모르겠는 감정이었던 저였는데,

그런데, 문득 남편을 이해하겠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 태어난 뒤로 거의 홀로 있는 때가 없었습니다.

이 아이 없었으면 어이 지냈을 거나 싶어요.

세 돌을 갓 지난 네 살 아이 손을 붙들고 세 해를 이국을 떠돌았더랬습니다.

불도 없이 달빛에 의지하고 물도 없어 길어오고

샤워장도 없이 집 뒤란의 수도 아래 서서 하던,

화장실도 그저 웅덩이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중서부의 한 숲 속 공동체에서도,

눈앞에서 지갑을 훔쳐간다는 유럽의 한 중앙역에서도,

아이를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남편은 가족을 보내고 공항에서 돌아와 서울의 후미진 방에서

아이가 방에서 타고 다니던 작은 트럭을 보고 울컥 했더라지요.

그렇게 남겨졌던 적이 없던 저는

누구나 외로운 게지, 원래 존재가 그런 거야,

대수롭잖게 말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가을, 그런 감정이 무엇인지 알겠는 겁니다요.

그러나 봄이 오고 아침이 오듯 우리는 또 말간 하늘처럼

나날을 그리 또 밀고 가겠지요.

고마운, 퍽 고마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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