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22.해날. 오늘도 무지 더웠다 / 영화 <너를 보내는 숲>


이 산골도 날 무지 더웠지요.
한 낮 개가 짖는데, 오래도 짖는데,
낯선 사람 소리도 나는데,
식구들이 간 곳이 없었습니다.
다들 그늘 찾아, 아님 물 찾아갔을 테지요.
8월 뜨거운 휴일이었답니다.
약속을 않고 들어선 이들이라면
소사아저씨든 아이든 나서서 돌려보내거나
상담 약속을 잡거나 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방문자들은 그예 건물 안으로 들어섰지요.
이 더운 날 여기까지 나선 마음이 어땠을려나 싶어
가마솥방으로 맞습니다.
굳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학교며 마을이며 둘러보자 나선 걸음이었다 합니다.
서대중님과 강선지님, 그리고 열두 살 서강백제였지요.
누이 이름은 서강발해라 했습니다.
“이름이 좀 세군요, 하하.”
아이들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삶의 이야기들이지요.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영화 한편 봅니다; 카와세 나오미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모가리의 숲)
모가리의 어원은 ‘상(喪)이 끝난다'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간 혹은 장소를 의미한다 합니다.
숲에 바람이 입니다, 그리고 멀리 상여가 갑니다...
아이를 잃고 마치코는
숲속에 자리 잡은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곳에는 33년 전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치매증상의 시게키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만은 결코 잊지 않고 있는.
“나는 살아 있습니까?”
그들을 위로하는 스님에게 시게키가 한 질문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어떤 상태이며 어떤 의미인 걸까요?
어느 날 마치코는 시게키를 아내의 무덤에 데려다주게 되는데,
자동차 고장으로 길을 잃고 미로 같은 숲에서 이들이 보낸 이틀,
이들은 숲이 주는 위로와 위안, 치유의 은덕을 같이 입습니다.
서로의 체온으로 어둠과 추위를 물리치고 맞은 아침,
두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보낸
같은 문제를 가진 동료로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빗속에서 무섭게 물이 돌돌대는 계곡을 건너는 시게키에게
가지 말라 외치는 마치코의 울음은 결국 아이를 향해 외치는 울음이 되고
그 순간은 결국 아이를 먼저 보낸 혹독했던 아픔의 시간을
비로소 건너가게 해줍니다.
그것은 시케키가 아내의 무덤에 일기장을 묻고 멜로디상자의 음악을 듣는 시간과
(아내가 죽은 1973년부터 33년간 써온 33권의 시게키의 일기장)
다르지 않은 장면이지요.
시케키가 아내의 무덤 곁에 손으로 마구 파는 구덩이를
마치코가 도와 함께 판 뒤
둘은 나란히 그 구덩이에 가만히 웅크립니다.
비로소 사슬을 푼 그들을 숲이 겹겹이 안아주었습니다.
말이 많지 않은 이 영화에서 되풀이되는 대사가 있지요.
“이곳에는 정해진 규칙 따윈 없어요.”
마치코에게 일을 가르치던 요양원의 주임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 말은 이렇게 치환될 수 있잖을지요.
"살아있음에는 정해진 규칙 따윈 없어요."
이 영화 역시도 규칙 따윈 없다고 말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누구 말마따나 그 대신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생명력 충만한 풍경이 있었지요.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살아가는데 정해진 규칙 따윈 없습니다.
다만 숲을 헤쳐나가듯 살아나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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