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26.달날. 비

조회 수 1209 추천 수 0 2011.07.11 09:56:11

 

 

자전거로 서울 귀환중인 이동학교 아이들이

사흘째인 오늘은 쉬어가는 날입니다; 선씨 종가 아당골.

준환샘이 보은에서 아이들이 묵을 숙소를 찾고 계시기

김정옥샘과 종완씨한테 일찌감치 말을 넣어두었더랬지요.

준환샘도 답사를 다녀와 흔쾌해하고,

아이들도 된장체험을 다녀오기도 하였더랍니다.

아당골은 오늘도 보은군의 지원으로

쌈장 체험이 있는 주말이었습니다.

그런데 10시 30분인 줄 알았는데, 오후 2시라는 연락 왔네요.

알고 보니 우리를 위해서 따로 시간을 배정한 김정옥샘의 배려였더랍니다.

고맙습니다.

 

기락샘과 류옥하다랑 비를 뚫고 건너갔지요.

다운이가 놓고 간 우크렐라도 챙기고

아이들이 미처 못 챙긴 반찬통들도 싣고,

가면 희진샘 그만 넣고 가버린 달골 열쇠도 받아오고...

무엇보다 아이들 다시 본다 즐겁고,

부모님들도 보겄구나 기대 컸더랍니다.

저 기특한 녀석들들 혼자만 보며 얼마나 미안스럽던지요.준환샘을 젤루 다시 보고팠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 녀석들 데리고 있었다고, 마치 유모였기라도 하는 양

부모님들이 어찌 그리 반갑던지요...

준이부는 준의 삼촌 같았고,

준이 삼촌이 준의 아버지 같던 걸요, 하하.

준부는 준이랑 똑 같아서,

작은 움직임들이 너무나 같아서,

자꾸만 쳐다보게 됩디다.

“머리카락도 이렇게 이렇게 내리셔요?”

그건 안 하신다데요, 핫핫.

이동학기의 마지막, 준이가 아주 빛났더라고 전했습니다,

젤 눈이 가더라고,

처음부터 눈에 띄는 사람 못잖게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진가를 드러내는 사람도 참 멋이 있다고,

그 아이의 사유, 솔직함, 당당함, 다사로움 그런 얘기들 하였답니다.

 

가야모, 몇 해의 인연입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그 인연이 이렇게 이동학교의 연으로 왔더랬습니다.

근데 얼굴이 어두워보였습니다.

일이 많은 때여서 그러셨을 라나요.

이동학교로 물꼬를 권하고 마음 많이 쓰셨을 겝니다.

소개라는 게 그런 것일 테지요.

아주 최상이지 않으면 여러 사람의 마음을 흡족케 하기 쉽지 않을 겝니다.

반가웠습니다, 사람을 오래 만나는 일 참 좋데요.

무슨 얘기를 해도 흉이 안 되는 그런.

 

강유는 강유부입디다.

지난번 다녀가실 때 보았던 터이지요.

이번엔 강유모를 만났습니다.

의붓어미이던 걸요, 하하.

아, 별 뜻 없이 아버지를 꼭 닮았더란 말입니다요.

강유모는 아이들 지내는 동안 편지 한 통 보내오셨더랬습니다.

고마웠지요, 참 고마웠지요.

이곳을 지키는 이를 헤아려주고 위로해주셨더랬습니다.

 

해수모도 만났습니다. 7학년의 베스트는 역시 우리 해수!

아아아, 손만 잡고 있어도 좋습디다.

그 예뿐 것...

너무나 절 즐겁게 하던 녀석이었습니다,

아니 누구라도 그로 즐거웠습니다.

쳐다보면 그만 마음이 다 환해지게 하는 힘을 가진 녀석,

넘치고 넘쳐서 가끔 저게 문제구나 웃게 만들던 녀석,

그러나 그것이 되바라짐이 아니던 아이.

 

하하하, 하은모,

마냥 웃었습니다, 마주 보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았지요.

하은이랑도 꼭 같던 걸요.

씩씩하셨습니다.

 

김유부는 사진의 느낌은 우락부락이었는데 선이 가는 분이셨습니다.

언젠가 무슨 다큐멘터리에서 물꼬를 보셨더라지요.

그래서 서로 익어진 듯 만났습니다.

저 반듯한 녀석의 아비가 저 분이시구나,

그러며 흘깃흘깃 자주 봤지요.말도 자꾸 붙여 보고팠는데, 참 그게 어렵데요.

 

여해모, 하하,

평마 단식일정이 물꼬에서 있었던 여름

이곳에 오셨더랬습니다.

선명하게 기억났다마다요.

여해 동생 여산이 자신을 여삭으로 알고 그리 이름을 썼던,

그래서 달골 벽에 한국화를 장식으로 붙이게 했던 그 아이,

새 건물이 그랬다고 몸 둘 바 몰라 하셨던 분.

반가웠습니다.

 

다형모를 다시 만났고,

다운부도 만났습니다.

승기부는 지난번 아이들의 몸싸움을 미안해라 하셨습니다.

지난 번 다녀가셨던 뒤로 진하부를 또 뵙고,

자전거여행 출발 날 오셨던 선재부 또 뵈었네요.

유나엄마와 선재모 이옥자님 궁금하던 걸,

결국 뵙지 못해 몹시 서운하기까지 하였더랍니다.

 

기락샘은 거기서 서울 차편에 같이 타고 오르고,

돌아오는 물꼬 차편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던 도넛을 두 상자나 나눠주셨습니다.

더는 먹지 않을 듯한 닭죽도 챙겨

식구들도 먹고 장순이도 나눴더랍니다.

 

산을 개간하며 남은 생을 예서 뿌리내리고자 하는 새 이웃들이 생겼고,

저녁을 물꼬에서 한동안 먹기로 하였습니다.

점심도 오셔서 소사아저씨랑 챙겨드셨더라지요.

단란한 저녁이었습니다.

사람이 만나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나 또 힘이 나기도 하지요.

 

그리고, 밤을 샙니다.

한 여성작가의 소설을, 거의 절대적으로 사서 읽는 일이 없는 소설을 샀고

순전히 선정샘 때문이었는데,

아, 한국 여성작가대열에 이런 작가도 등장하였다니

기뻤습니다.

이이가 제 글도 쓰게 할 힘이 되려는지...

그러고 보니 기락샘 못잖게

선정샘도 제게 글을 쓰도록 부추기는 한 사람 되고 있습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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