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계자 여는 날, 2009. 8. 2.해날. 한 때 먹구름 지나

조회 수 1225 추천 수 0 2009.08.07 03:38:00

132 계자 여는 날, 2009. 8. 2.해날. 한 때 먹구름 지나


물꼬의 여름은 계자 세 차례로 지난다,
바로 그 일정의 두 번째를 시작합니다.
‘아침에 너무 피곤했다.
샘들이 우리 오기 전에 이렇게 많이 준비하는 줄 몰랐다.’
초등 2년 때부터 오가다
드디어 새끼일꾼으로 입성한 연규의 말 아니어도
아이로 이곳을 오다 새끼일꾼이 되고 나면
꼭 하는 말이지요.
어떤 일이나 그러하지요.
그 일이 되도록 하는 뒷배의 과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티도 안 나고 표도 안 나는 일들이 바로 그 뒷배일 텐데
세상의 많은 일은 바로 그 뒷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닐지요.
132 계자는 속틀(일정표)부터
정성스레 그리고 말끔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매우 흡족한 속틀이라지요.

여름 두 번째 일정이 맞습니다.
여기는 이 즈음이면 꼭 가을내 납니다.
잎이 바래기 시작하지요.
어느 해 물꼬의 여름풍경을 찍어둔다고 사진기에 담았는데
가을티가 났더랬습니다.
앵두 잎부터 노래지면서
다음 계절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그건 이 여름이
절정을 지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 여름 바다를 아이들과 풍덩 뛰어드는
<2009 여름, 백서른두 번째 계절자유학교-그러니까 지금>이랍니다.

영동역.
희중샘은 아이들 맞이가 좀 나아지나 봅니다.
‘부모님과 이야깃거리 준비해서 덜 어색했던 듯’하다나요.
그럼요, 뭐나 하면 늘고
준비하면 낫지요, 나아지지요.
오늘은 소정샘과 이곳에 사는 아이 류옥하다가 함께 나갔습니다.
그런데 익어진 아이들이랑 반가움을 나누느라
정작 처음 온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해 미안타고도 했지요.

예원이랑 우진이는 여기 계속 머물고 있는 중이고
진주의 수민이가 동생 지윤이를 데리고 나타났고
(둘이 사실 별 친하지도 않습니다.
닮아서 남매구나 싶지 들어올 때도 뚝 떨어져 오던 걸요.)
귀남이와 동휘가 중 1이 되어 계자 아이 마지막을 보내러 왔고
지난 학기 ‘빈들모임’에서도 봐서
어제 본 듯한 윤찬이가 왔고,
세빈이 세인이 훌쩍 또 커서
이제 생각이 많은 나이겠구나 하고 조심스러워지고,
금비가 동생 은비를 데리고 나타나고,
동규가 이번엔 친구 지완이 없이 홀로,
너무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온 형찬이는
그래도 나이 먹은 티 나는 3학년이 되어 오고,
처음으로 새끼일꾼 언니 없이 온 지인이,
그가 어찌 지낼지 내심 궁금타지요.
용승이, 일곱 살 때 왔다는데
이름은 익은데 도통 기억이 안 나더니
보는 순간 생각이 나버리데요.
동생 용하를 데리고 왔습니다.
성재 신명 재우는 지난 ‘몽당계자’를 같이 해서 더욱 익었고,
지현이랑 선영이가 같이 오기로 한 어른이 오지 못하게 되면서
다음을 기약했지요.
그렇게 왔던 아이들 틈으로 사이 사이 새 얼굴들입니다.
그리하여 둘 빼고 마흔 둘의 아이들이
여느 때처럼 전국구입니다.
광주의 두 친구가 다음을 기약했고,
서울 경기 인천 경남 부산 경북 충남 대전 충북 전북에서들 왔지요.
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는 이번 계자에서 둘 밖에 없네요.

들어오는 버스에서 처음 이곳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정샘
다소의 충격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있었더라는데,
건너오는 동규와 윤찬이의 대화 때문이었답니다.
‘어린 아이들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가출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
내내 마음에 걸리고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좀 많이 슬펐다 합니다.
그래요, 그들의 모든 것은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것들입니다.

점심을 먹고 곳곳에 쏟아져있다
'큰모임'에서 저들 글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계자는 이 시간이 또 아주 진지하네요.
이곳에 왔으니 이곳을 담은 이가 있는가 하면
꿈, 혹은 바램을 담거나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들을 그려
자신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산모롱이’를 떠났지요.
서울은 비 온다는데 고마운 하늘입니다.
계곡으로 들 수 있는 날씨였으니까요.
물에서 다니와 용하가 다투었습니다.
다니가 끝내 용하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나요.
1, 2학년들 용하 다니 동욱 동규 우진 윤찬 준우 세민...
개에게 돌을 던지는가 하면
예제 소란하면 이들이 꼭 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 않는 공간에도
숨바꼭질 한다고 불쑥불쑥 들어가는 것도 이들입니다.
특별반 신설입니다요, 하하.
이들도 더욱 재미나고 유쾌한 계자가 되지 싶습니다.
아, 안 들어가려는 여자샘을
애들이 그예 끌고 물로 들어갔더랍니다.
“”왜 날 빠트렸어?“
“제일 재밌는 데에 선생님이 빠지면 안 되죠.”
훈정이는 참 예쁘게 말하는 친구랍니다.

남자 샘들이 몇 되지 않아
아무래도 힘이 딸리는 계자 아닐까 은근 우려가 있었습니다.
노는 거야 저들끼리도 놀고
여자 샘들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나
남자 샘이 필요한 자리들에선 영락없이 빈자리가 클 겝니다.
물놀이 뒤 샤워도 그렇겠다 하고 있는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저들끼리 몇 명 샤워실에 들어가더니
‘정원초과’라며 문을 잠그고,
문밖으로는 ‘예약자’라며 한 줄로 질서정연하게 서 있더라나요.

아이들은 재밌습니다.
아무래도 작은 아이들이 더 재밌습니다.
이 아이들이 없었으면 이눔의 세상 열두 번도 더 망했을 겝니다.
누구는 이에 ‘어디 열두 번만 망했겠냐’던가요.
저녁밥을 1년 우진이랑 2년 윤찬이랑 마주해서 먹고 있었지요.
둘 다 여러 번 본 아이들입니다.
물꼬에도 전동연필깎기 하나 사라 마라
얘기가 오가고 있었더랍니다.
“옥샘이 돈도 없는데, 그리고 힘도 쓸 줄 알아야지.”
우진입니다.
“그거 얼마하지도 않는데 편하게 사지?”
저는 두 아이의 엄마들을 압니다.
헌데 이들의 말 속에 꼭 그 엄마 냄새가 나서
한참을 웃었더랍니다.

저녁답에 교무실에서 일을 좀 하고 있는데,
모둠방이 여간 소란스럽지가 않습니다.
새끼일꾼 하나가 아주 애들 밥이 되고 있겠구나 하며
목 빼고 구경을 좀 하려는데,
아, 바로 그 특별반입니다.
돌돌거리는 녀석들 말입니다.
이곳에선 뭐 하지 마라 잘 안 그럽니다.
“뛰어!”
그리고는 이리 덧붙이지요.
“어디서? 밖에서!”
이때 마당에선 반 이상의 아이들이 공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요.
개들과 혹은 모래와 작은 연못, 또는 학교 울타리에서
저마다들 어스름이 풀어놓은 여름 저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래사장이 소란했지요.
세민이와 우진이가 다투었습니다.
농기구들을 들고 모래를 파고 놀다가 일어난 일이었지요.
다행히 가벼운 상처입니다.
주의를 더 많이 기울여야할 계자이겠습니다.

‘한데모임’.
계자는 아이들도 배우는 자리이지만
어른 또한 그러합니다.
수민샘은 진행을 맡았는데,
‘다니는 학교(대학교)에도 앞에서 하는 일이 많은데,
(예선) 멀고 멀었구나...’
자극이 되고, 반성하고, 찬찬히 되짚어보게 되더라지요.
그러면서 익어갈 겝니다.
물꼬가 즐기는 노래들도 부르고
손말도 익히고
이곳에 와 있는 마음을 꺼내 모든 이가 한 마디씩을 나누었는데,
정인이 그러데요, 처음 왔는데 샘들도 엄마 같고...
아, 정말 엿새 동안의 이 아이들,
오직 우리가 지켜줘야 할 존재들이지요.

‘대동놀이’하러 고래방 건너갑니다.
낮에 한바탕한 다니와 용하,
대동놀이할 때는 둘 다 뒤섞여 정신 없이 잘도 놀던데
‘미움처럼 못난 마음을 오래 품지 못하는 아이들
그래도 하나 하나 예쁜 아이들이었다.
예쁘지 않은 꽃들은 없다는 말이 참 실감난 하루였다.’,
소정샘 하루평가글에서 그리 썼데요.
대동놀이는 어른들에게도 신나는 놀이터가 되지요.
수민샘은 ‘사람으로 진화하지 못할까봐 완전 겁났다’나요.

아이들을 씻기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샘들 하루재기를 하지요.
‘매년 반년에 한 번씩 오는데,
아이들은 역시 빠르게 성장한다.
나는 제자리인 것 같은데 불쑥불쑥! 커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커야지, 생각한다. 고마운 아이들'
수민샘 그럽디다.
연규는 새끼일꾼 첫날을 어이 보냈으려나요.
“깨끗하면 좋으니까 열심히 하고...”
아침이 빠르고 설레더랍니다.
산모롱이하고 씻으며 아이들과도 쉬 친해졌다지요.
우진이 발바닥을 다치고
용승이 공차다가 다리를 슬리고
새끼일꾼 연규는 대동놀이하다 발가락을 다쳤습니다.
샘들이 좋은 파수꾼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캠프장이 아니지요.
이 산골 삶이 이어지는 일상의 날들이기도 합니다.
아이 외할머니의 전화가 왔지요.
고구마줄기김치며 몇 가지 남새밭에 기르는 것들을
다듬어 예 보내주고파셨지요.
얼마 전엔
일일이 쪄서 말린 미숫가루가 잔뜩 왔더랬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어머니 그늘에 산다 싶습니다.
계자 밥상을 그렇게 멀리서도 챙겨주시는 분들 계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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