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나가는 날이라고 말입니다,

저렇게 해 짱짱한 아침입니다.

“반갑다, 해!”

애고 어른이고 함께 다 일어나 이불을 터는 것으로 해건지기를 대신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맞기 위해 그러했듯

다음에 이 공간을 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고 먼지풀풀거렸더라지요.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밥’에선

동건이의 밥상머리공연이 있었습니다.

말을 섞고 맘을 여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아이였더랬습니다.

“피아노학원에서 치는 동요곡집이 없어요...”

“책이 달라서...”

놓인 모든 악보집을 뒤적이다 결국 젓가락행진곡을 친 그였지요.

마침내, 해냈습니다!

오래 기다려준 청중들이 고맙습니다.

그 끝에 동건이 왈,

담에 올게요, 했지요.

한 아이가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보며

우리 모두 기뻤습니다.

 

지난 계자는 역에 닿는 시간에 맞추느라 동동거렸습니다.

오늘은 버스가 일찌감치 학교를 나서지요.

그런데 정작 제 차가 늦어 아이들이 파해서야 도착했네요.

남 얘기 할 것 아니라니까요.

집으로들 돌아가는 아이들 등에 대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더랍니다.

 

역 맞이방이 잠시 술렁였습니다.

정인의 생일잔치를 6, 7학년들이 챙겨주고파 했지요.

학교를 나서기 전 저들끼리 돈을 모은다 편지를 쓴다 소란하더니

부리나케 케잌을 사오고 촛불을 켰습니다.

생일 노래 울려 퍼진 역이었네요.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도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예쁘다/ 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아이들을 다 태워 보내자 그제야 하늘 젖어오고 있었습니다.

샘들 갈무리가 읍내에서 있었지요.

“일주일이란 시간이 오늘의 고교생한테 큰 시간인데...”

공부 잘하는 새끼일꾼 경철에겐 더욱 그럴 겝니다.

여기 한번 오려면 기대가 큰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아주 힘이 드는 그이지요.

“성적 올려서 겨울에도 나타나겠습니다.”

“아이들 영동역에서 떠나보내는데, 허무하더라구요.”

담에 기회가 되면 그땐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는 새끼일꾼 나라였지요.

“첨엔 둘이 낯선 곳에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나라랑 동행한 희주, 다음 기회에 아이들 계자를 통해 꼭 만나고프다 했습니다.

“생활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애요.”

처음 온 승훈샘입니다.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는 다정샘이었구요.

지원 준석의 좌석을 찾아주는 다정샘을 싣고 기차가 떠나버려

추풍령역에서 내려 되돌아온 그였습니다.

“TV에서 대안학교 생태학교 보기만 하다

실제하고 있는 곳을 2박3일도 아닌 5박6일을 보내는 경험이 아주 좋았습니다.

대학 와서 해본 일이 늘었죠.

...눈치 봐서 일하는 것 배웠습니다.”

세호샘의 배움은 그러하였네요.

자신이 진화하는 모습 보고 싶다는 새끼일꾼 경이는

예정에 없이 두 계자를 내리 보냈고

다시 한 계자를 더하려 남았습니다.

‘해온이며 정인이며 7학년 6학년들이 많이도 커서 와

어린 애들 잘 챙기고 샘들까지 챙기는 것 보며 기특하고 뿌듯’했던 희중샘,

어디서 물을 긷고 어디서 그 물로 씻어보겠는가 라며

계자 축을 끌고 가며 많았던 떨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사람을 알게 되지요.

좋은 시절이야 누군들 좋지 않겠는지요.

물난리를 겪으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계자였습니다.

그런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국 삶에 대한 자세이고 가치관 아닐지요.

낙관적인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귀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부족함이 가져다주는 풍요, 그 역설!

어려운 시간들이 외려 고맙다마다요.

물을 길으며 밖에서 설거지를 하며

마당에서 등목을 하며 머리를 감으며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젖은 날이 많았습니다.

아쉬울 법도 하지요.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그러면 안 된다,

무식한 울어머니 늘 그러셨습니다.

해가 나면 나는 대로 비 내리면 내린 대로

우린 우리 삶을 살면 될 것입니다.

안에서 복닥거리며 더 밀도 있게 놀 수도 있었고,

검은 하늘을 밖에 두고 한낮 낮잠을 즐기기도 하였고,

숱한 손놀이가 등장하기도 했더랬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고마운 하늘입니다.

 

호사를 한 계자였습니다.

호되게 앓았던 시간,

내리 여러 끼 죽을 끓여내 준 장지은 엄마, 고맙습니다.

기락샘이 와서 얼굴 좋아 보인다더니,

맘이 편해서 그렇지 했습니다.

부엌의 순순함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가끔 공명심이 크거나 자만이 큰 사람을 만나면 힘에 겹습니다.

아이들한테로 에너지가 집중되지 않고 불편해지지요.

사람이 모이면 먹는 게 젤 큰 일입니다.

무범샘과 지은샘의 밥바라지가 너무나 든든하고 마음 좋았던 계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계자 장을 보러 가기 전 읍내의 한 댁을 들렀습니다.

한 벗이 종이 담을 나무 상자 다섯을 자투리 나무로 만들어준다 하였고,

영동에서 직장을 다니던 또 다른 벗은 영동을 떠나며 읽던 책들을 나누어준다 했지요.

고마운 연들입니다.

그런 연들이 아래로 아래로 고이는 물처럼 바다를 이루는 곳,

하여 더욱 귀한 물꼬입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아이들이 고맙지요.

불편 앞에서도 그토록 환하게 웃던 아이들,

긍정을 그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다마다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하늘은 다시 가랑비 흩뿌리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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