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쌀과 보리

조회 수 2261 추천 수 0 2004.06.20 01:58:00
학교 울타리 너머
호두나무 감나무 밭둑에 선, 우리들 밭이 있지요.
옥수수도 심고 콩도 심고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둔,
아, 다음 계단밭엔 고추도 심어둔.
그 한가운데 거름더미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 가끔 그 거름더미를 헤집지요.
밭 맬 때 아니어도
자전거 끌고 나간 아이들이 자주 그곳에 에둘러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어미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얘깃거리였지요.
이제 더는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저러다 새끼들 죽겠다고.
그러다 지들끼리 새끼들을 데려온 게 그제였지요.
집을 만들고 이불을 챙기고.
성학이는 새끼 먹을 우유값을 자기가 내겠다 했습니다.
쌀과 보리라고 불렀지요.
아이들은 고양이를 데리고 학교 구석구석 안내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룻밤을 넘기며 움직이질 않았지요.
아침 일찍 어른들 아침모임이 끝나고
용주샘이랑 아이들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갔습니다.
우리가 데려온 게 옳았을까,
그들 삶을 방해한 건 아닐까,
어쨌든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입을 모았지요.
우리들이 돌 하나도 삶 터를 옮기는 데에
이번 경험은 좋은 지침을 낳았겠다 싶더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94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77
93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77
92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77
91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78
90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78
89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82
88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97
87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01
86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04
85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06
84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08
83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08
82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16
8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17
80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19
79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21
78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222
77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29
76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32
75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3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