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10.쇠날. 흐림

조회 수 273 추천 수 0 2023.03.07 23:55:27


밤새 눈이 내렸다. 조용히 많이.

새벽 3시 달골에서 아래 계곡 곁으로 차를 내려두었더랬다.

신발이 빠질 만큼 눈이 쌓여있는 아침이었다.

고라니가 집 현관까지 다녀간 흔적을 남겨놓았다.

나무에서 툭툭 눈이 떨어졌다. 영상의 기온이었다.

다소 이른 듯도 하지만 봄눈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밤엔 녹지 않았던 부분들이 또 꽁꽁 언 길이었다.

마을에서 산허리를 걸어 올라왔네.

 

건진샘이 와서 가마솥방 가스 순간온수기를 고쳤다.

아주 물꼬의 전용 설비기사다.

면소재지의 그가 없다면 영동이나 김천에서 사람을 불러야 할 것이다.

(... 설비도 직접 해볼 거나...)

몹시 추웠던 지지난주 밤 얼었다가 한낮에 해동되며 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더랬다.

그리 아쉬운 건 아니었다.

연탄난로 위 주전자 물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면 되니까.

식구들끼리만 있는 작은 밥상이라면 으레 그리하는 데다

한겨울 찬물도 마다않는다.

지구를 지키는 위대한 일까지 아니어도 기후위기에 대한 작은 실천이고,

고백하면 작은 게으름이기도 한(겨우 밸브를 열 뿐인데).

오래 돼 눌린 고무패킹을 다시 끼워주는 게 쉽지 않았다.

살렸다.

얼마나 더 견뎌줄지 모르겠다는데, 자신이 할 만큼은 했다고.

자주 쓰지야 않지만 사람들이 들어와 설거지를 할 때면 있어야 할.

딱 한 해 더 살아있는 걸로.

 

빨래방 비닐하우스 천장이 터졌다.

빨래를 하는 공간은 아니고

백 명이 모여도 거기서 빨래를 다 널 수 있는.

비나 눈에도 여러 날 빨래를 걷지 않아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처음엔 작은 부위였겠지.

이제는 아주 커졌다.

붙여서 쓸 수준은 넘었다. 매우 낡아 붙이는 게 소용도 없었을 테고.

15년은 됐지 싶다. 고맙다, 버텨준 시간.

아쉽기도. 한 해만 견뎌주지. 내년에는 건물을 새 단장하는데.

순간온수기도 빨래방도

다 겨울계자가 끝난 뒤 생긴 문제였다. 다행하여라.

비닐은 언제 씌우나... 씌우기는 하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76 2020. 7.11.흙날. 옥영경 2020-08-13 282
6475 2021. 5.15.흙날. 갬 옥영경 2021-06-18 282
6474 2022. 7.22.쇠날. 오후 비 옥영경 2022-08-06 282
6473 2022.12. 5.달날. 흐림 옥영경 2022-12-28 282
6472 2023. 1.22.해날. 맑다 붓으로 그리듯 눈 살짝 옥영경 2023-02-20 282
6471 2023. 1.26.나무날. 싸락눈 옥영경 2023-02-27 282
6470 2023. 5. 4.나무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3-06-09 282
6469 2023. 6.13.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21 282
6468 2023. 7.28.쇠날. 맑음 옥영경 2023-08-05 282
6467 2024. 1.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282
6466 2024.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282
6465 2020. 5.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12 283
6464 2020. 6.11.나무날. 아침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0-08-13 283
6463 2020. 6.16.불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283
6462 2020. 6.29.달날. 아침부터 빗방울, 저녁 되자 굵어진 옥영경 2020-08-13 283
6461 2021. 4. 6.불날. 맑음 옥영경 2021-05-06 283
6460 2021. 5.22.흙날. 맑음 옥영경 2021-06-22 283
6459 2023. 2. 4.흙날. 맑음 / 입춘제 옥영경 2023-03-05 283
6458 5월 빈들 이튿날, 2023. 5.27.흙날. 아침 비 가벼이 지나는 옥영경 2023-07-13 283
6457 2022.10.18.불날. 맑음 옥영경 2022-11-11 2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