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12.물날. 비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4.04.05 08:35:54



간장집 앞 부추밭에 거름을 뿌렸습니다, 포도나무에도.


이 밤 무슨 놈의 봄비가 이리 창대비로 내리나요.

낮엔 또 청승맞은 가을비 같더니만.

단식 이레째여나 하나 단식을 풀었습니다, 엿새로.

운전을 피할 수 없는 일이 생겼지요.

단식에서 가장 피하기로 전제하는 일이 운전이니.

택시를 부를 수도 있으나 하루 남은 일정이니 접어도 되겠다는.

다시 태어나 다시 삽니다.

단식이 주는 선물입니다.

잘 죽여 보내고 새 명을 받았노니.

그렇다고 잘 살아질 것인지.

사람이 얼마나 변하지 않는지를 우리 너무 잘 아노니.

다시는 할 것 같지 않는 잘못, 아무리 혼쭐이 나도 결국 또 범하고 마는 게 사람이더이다.

그나마 때마다 단식으로라도 속죄하고 다시 살지니.

‘내게 단식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렸!.’

같이 시작했던 이들은 결국 모두 도중하차했습니다, 고통으로.

그건 그간 우리 생활의 반영일 것!


어떤 건 순조롭고 어떤 일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어떤 일은 때맞춰 일어나고

또 다른 일은 털썩 먼지 날리며 던져진 자루 같습니다.

아일랜드 한달 연수를 최대한 잘 쓰려하니

여러 가지가 일입니다.

최종 일정 결정.

여름 계자를 끝내놓고 한 달을 잡는 것이 물꼬로서는 최선의 안이나

동행할 가족 일정들이 또 그렇지가 못하여

홀로 먼저 와야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다가

최대한 앞으로 당겨본 날이 7월 6일.

그러면 돌아올 날도 좀 당겨지고

그나마 그때 입국이라면 계자 준비에 며칠 여유가 생기는 거고.

물론 그땐 품앗이샘들이

다른 계자들과 달리 상주도 하고 다른 때보다 더한 손을 보태기로야 했지만.


큰 양초를 구하러 불교용품점을 가서 헛일이더니

마침 집에서 오래된 긴 초를 잘라 맞춤형을 준비,

달골 창고동 차방을 준비하는데 소품 하나 해결했습니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면 되고

저것이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면 되고

그러다 또 아니면 말면 되고.


곡기를 끊는 게 어디 일이던가요.

스무하루도 물만으로 지내보았습니다.

곡기가 들기 시작하자 또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아, 단식 뒤 이 식욕의 용틀임이라니.

참 사람이 별 것 아니지 싶은.


지금 새벽 세 시도 훌쩍 넘은 시간

비가 또 거세집니다.

봄비가 참 제답지 않게 내리는 밤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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