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계자 세쨋날, 8월 11일 물날 맑음

조회 수 1876 추천 수 0 2004.08.13 02:47:00

날씨 참말 좋은 아침이었지요.
아침 때건지기에 줄을 섰던 선호와 수빈이가 속틀(일정표)을 보면서
젤 재미'없는' 시간을 고르고 있었더랍니다.
뭐였을까요?
샘들은 해건지기를 짐작해봤지요.
그런데 웬걸요,
'기차 타고' '버스 타고'가 경합을 벌였다나요.
'버스 타고'가 당첨이었답니다.
왜?
버스타면 멀미가 나는 까닭이라지요.

'다시쓰기'에서 에펠탑을 쌓는 장대한 일정을 치르고 있지요.
어제 바느질을 하며 자꾸 곁눈질을 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류옥하다는 오늘 거기 가 있습니다.
열린교실 신청하는데 정원 여섯이 다 차지 않자
소문을 내고 다녔더라지요.
"에펠탑에 세 명 더 들어올 수 있어!"
사람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류옥하다, 지선이 앞에 가서도 떠벌리고 있어요.
지겹다고 다른 교실 신청한 그에게 말입니다.
종수와 경민 류옥하다한테 받침이 될 나무 판을 주고
위에다 색지쯤이나 덮어오라고 보냈다는데
이들이 답체 나타나질 않습니다.
나중에 그들이 들고 온 판,
사거리에 실선과 점선이 도로를 나타내고
그 길 위로 차가 지나다니고 있었지요.
차도 어찌나 여러가진지, 봉고도 있고 버스도 있고 짚차도 있고 구급차...
그걸 죄 색지를 오려서 붙였더이다.

고백하면,
이곳에 사는 우리 아이들(자유학교 물꼬 아이들)과
이렇게 계자를 통해 다녀가는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을
가끔 알게 모르게 견주게 됩니다.
오늘 깊어지는 교실에서 한 흙놀이 때도 그러하였지요.
예 사는 아이들은 어데서고 놀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꼭 손쉬운
수영장(도시 아이들도 시냇물에 뛰어드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하니) 아니어도
돌밭이면 돌밭, 흙이면 흙, 뻘밭이면 뻘밭, 숲이면 숲...
하기야 그게 뭐 그리 대술라구요.
논에서 미적거리던 그들이
또 밭에는 뎀빕디다.
흙이 잘 키워낸 옥수수 영그는 밭이었지요.
따서 시내로 갔습니다.
굽기도 하고 삶기도 하고,
에너지를 모으느라 둘러앉아 기(氣) 보내기도 하고.
물놀이 할 만치 한 모두에게
맛났다마다요.
그래 오늘 그 흙 얘기를 이어가느라
한데모임은 생명으로서의 흙에 대해 할 말 많았지요.
"그러면 흙에 생명이 있는데 왜 사람을 생매장했을 때 살지 못하죠?"
오늘 진행을 맡았던 우리의 이근샘이 받아주었지요.
"그건 흙이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물꼬에서 하는 유기농이며 무농약 저농약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들려주게 되었더이다,
왜 땅을 살린다는 게 결국 우리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
한데모임은 오늘도 열린교실의 결과물들을 펼쳐보이는데
새로 생긴 그림놀이에 재우 정혁 용석 들어갔지요.
"아이구, 샘 욕봤겠습니다."
꽤나 부산했을 거라고 맡은 샘한테 인사들을 건넸더라지요.
그림을 못보여준다 뻗대고
보자고 아이들이 달려들고
시끄럽지만 재미있었던 한 순간이었네요.

명진샘이 돌아갔습니다.
99년부터 품앗이로 온 샘입니다.
나중에 여자친구 손도 붙잡고 오고
후배들도 거느리고 오고.
"물꼬에선 답을 안주죠(스스로 알아가라 하죠).
신념이란 게 없는 (내)교육관인데..."
(교육관이 별건가요, 결국 어찌 살아가느냐의 문제 아니더이까.)
우린 사람 없으면 얼른 그 사람 욕해요,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죠.
없는 자리에서 욕할까봐 오고 또 온다지요, 품앗이들.
명진샘이 가자 마자 후딱 욕(?)부터 했더랍니다.
"교사가 지녀야할 최고의 덕목이 겸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미 최고의 교사입니다.
그가 준비하는 직업이 기자라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하기야 어데 선들 교사가 아닐런지요, 아이들에게.
교사가 가진 안정감은 또 얼마나 중요하던가요.
명진샘은 정말 훌륭한 교사더이다.
선하고 순한 것 또한
교사가 지닐 소중한 덕목이란 생각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그가 오래 이곳의 품앗이이기를
훗날 공동체 식구로도 맞을 준비를 해둔답니다.
명진샘 자리에 상훈샘이 들어오셨네요.
또 다른 분위기 하나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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