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계자 네쨋날, 8월 12일 나무날

조회 수 1829 추천 수 0 2004.08.14 17:22:00

< 별똥비와 돌탑 >

굳이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어도
박꽃 같은 누이가 멍석 위에서 들려주는 얘기 아니어도
바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까요,

별똥별이 가슴 설레게 하는 까닭 말입니다.
"안믿어. 무슨 유성쇼다 하고 난리를 쳐서
밤새 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누가 팩하거나 말거나
우리들은 운동장가 긴의자에서 북쪽을 향해 앉았더랍니다.
마당 한가운데서 은하수 길 따라 걸어본 뒤였지요.
마침 맑아준 하늘입니다.
일년마다 찾아오는, 별똥비가 내리는 날이라지요.
"와아..."
별똥별 하나 떨어집니다.
"선생님, 봤지요, 봤지요?"
메시아의 출현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무리처럼
하늘을 마냥 바라보다
더러 소소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
또 하나 떨어집니다.
네 차례 본 뒤였습니다.
"아유!"
우진입니다.
"내내 목들고 있다가 아파서 잠시 숙였는데..."
아까는 그 사이 떨어졌다 하고,
방금은 곁에서 경민이가 말 시켜 쳐다본 틈에 놓쳤다 합니다.
아주 밤을 샐 듯이 앉았습니다.
깊어가는 시간을 모르겠는 밤입니다.

물꼬의 해우소는 넓기도 하지요.
늘 들일 데 없어 둘러쳐 놓은 것들 투성이라지요.
물놀이 가다가도 똥이 마렵습니다.
"어디에 누는지 알아요."
이제 아주 곳곳에 있는 화장실 자리를 누구랄 것 없이 다 압니다.
화장지는 어쩌냐구요,
널린 풀잎 나뭇잎 다 엇따 쓰게요.
"그리고 물에 들어가서 똥꼬 씻으면 돼요."
넘의 밭에 가서도 깻잎 몇장 따서는
아무일 없다는 듯 닦고 나오는 아이들입니다.
"그거 좀 따가울 걸요."
우진이가 안보이네요,
넘의 밭에 간 모양이네요.
"선생님, 귀 좀 대보세요."
우리는 다 아는데 저 혼자 비밀인 줄 알고
어떤 형아가 똥쌌다고 의리없이 소문내는 누구 누구도 있었다지요.
음, 지은이도 지선이도 경은이도 없는 걸요.
보나마다 저 나무 뒤에 줄 서 있을 걸요.
산책을 가는 길에도 배움방을 나간 길에도
학교까지 좇아올 일이 없는 아이들이랍니다.

펼쳐보이기가 있었습니다.
열린교실의 성과물들입니다.
"프랑스에 있는 탑 같네."
'다시쓰기' 종수와 경민이는 저들이 만드는 탑을
알아준, 돌탑 쌓으러 오신 샘이 그저 고맙습니다.
그런데 분명 상국샘이 아는 탑이 그 에펠탑 밖에 없었을 겝니다.
그런데 그나마 둘이서 했는데
경민이는 비행기 만드느라 탑은 돌보지도 않고
종수는 '한땀두땀'에 가서 별모양 쿠션을 만들고 있더라나요.
그러면 상범샘은 혼자 저 요구르트 탑을 다 쌓아올린 걸까요...
"야, 자알 만들었다!"
류옥하다가 동네 아저씨같은 억양으로 칭찬을 널어놓았답니다.
주화와 지영이는 나무로 배를 만들었네요.
지영이는 나뭇잎으로 돛도 달았어요.
성정이는 나무 속을 보고 싶다고 열심히 껍질을 벗겨놓았고
창기랑 지수는 나무로 깎아만든 연필과 색연필을 들어보입니다.
'다싫다'에 들어간 종진 시온 영빈 윤수 채수 아연 찬희는
공연을 전공한 정규샘이랑
몸으로 사물을 표현하다 이야기를 만들어 극으로까지 봬주었습니다.
뭐 알아듣기야 쉽지 않았지만
만들면서 저들이 즐거웠으리라 충분히 짐작했더라지요.
'한땀두땀'이 사랑을 많이 받은 계자였답니다.
정혁이가 그래 보이지 않는데 바느질을 잘하더라나요.
재우는 하고는 싶어했지만 손이 안따라 주어 고생을 좀 했다하고
다원이와 희영이가 도와주어 은영이는 쿠션을 완성하고
희영이랑 정민이는 귀마개를 만들었더이다.
"귀는 따뜻하겠네."
원일이는 오늘 저녁 베고 잘 베개를 보여주었고
다원이랑 종원인 물고기 장식품을 만들었습니다.
광웅이가 바느질한 저거는 뭐지요?
아, 그때 우리 영우 선수는
제(영우)가 만든 쿠션겸 베개를 베고 자고 있더이다.
해찬이는 그림을 어찌나 잘 그렸던지
우리 모두 그가 만든 부채에 사진을 붙인 줄 알았습니다.
수빈이는 예쁜 고양이 부채를 들어보였고
영운이는 토끼풀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하연이는 눈을 쓰는 너까래같은 부채, 명주는 하트모양,
선호 부채는 뭐였더라...
오늘은 옷감 물을 황토로 들였네요.
유정 우진 영환 동주 의륭이가 티셔츠를 들고 나왔습니다.
"내가 보여 주께, 잘 봐요... 봐 봐 보이지?"
의륭이가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요.
그림놀이엔 용석이가 혼자 들어갔네요.
안보여주려 들자 아이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나가 기어이 펴보였네요.
살고 싶은 집과 마을을 그렸습니다.
"여기처럼 벌레가 많지 않은, 깨끗한 곳에 살고 싶어요."
우진이가 냅다 나섭니다.
"여기가 얼마나 깨끗한 곳인데, 벌레가 많다는 건 땅이 기름지다는 뜻이야..."
우진이는 두 차례 연이어 계자를 오며
물꼬의 대단한 지지자가 되었답니다.

어제 새벽에 여연이 아파 운다 하여 불려갔더랍니다.
일주일전부터 아팠대요.
수영장 다니며 귀에 물이 들어갔다나 봅니다.
만져보니 안에 염증이 생겼겠다 싶습디다.
물꼬가 병원으로부터 거의 독립적이라 해도
귀, 이, 눈, 이런 것엔 발빠르게 병원을 찾지요.
우리 영역이 아니다 싶어서요.
(더구나 여연이는 담주 계자도 오니
주말동안 이비인후과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오늘 병원 갔습니다.
류옥하다도 보글보글방을 포기하고 따라나섰습니다.
뒷자석, 마치 오누이같이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나누던지요.
차를 손볼 일이 있어 정비소에도 들렀다
점심을 거기서 먹는데,
여연이가 자기도 우리 학교 입학하고 싶다 합니다.
"선생님, 잘 좀 봐 주세요."
오는 길에는 학교에 대해 많은 걸 물어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요?"
8학년까지는 교과목이 따로 나뉘어져 있진 않고
어떤 주제를 따라 공부하는 속에
수학도 과학도 국어도 다 들어있다 하였겠지요.
"아, '깊어지는 교실'처럼요?"
오늘 깊어지는 교실에서는 돌다루기를 했더라지요.
보고 만지고 나르고 쌓자 하였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돌탑장이 이상국샘이 와주셨지요.
큰 놈 줄 작은 놈 줄로 길게 늘어서서 돌을 날랐습니다.
류옥하다가 신이 나서 왔다갔다하며 그러데요.
"하다보면 재미가 있어요."
일도 하다보면 재미가 있답니다.
그 재미로 모두가 물놀이 떠난 시간에도
저녁을 안먹어도 좋다고 경민 찬희 종진 시온 종수가 돌탑을 거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렇게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시며
열심히 뎀비고 있는 그들에게
뭐라도 할 놈들이다 칭찬 대단하셨지요.

시끄러워 돌아보면 꼭 용석이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의 이야기법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잘 듣고 잘 말하는 것에 대해 말했겠지요.
"우리 학교에서는 떠들어도 되는데요.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애들이 떠들어요.
그러면 선생님이 크게 말해요."
"우리 학교에선 여러 사람이랑 말할 때도 목소리를 낮게 한단다."
학교가 다르니 다를 수 밖에 없다로 시작한 말이 조금 길어집니다.
"문제는 선-생-님이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이어도 누군가가 말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거야."

어른들 하루재기, 참으로 다른 영역에 있는 이들이
물꼬라는 공유점으로 아이들 얘기에 한창입니다.
"oo가 끝까지 뻗대는데, 내 아이가 그랬으면 매를 들었을 거예요."
한 샘의 얘기 끝에
지난 계자 갈무리에서 아이 둘을 키운 영삼샘이 한,
계자를 하며 한편으론 부모가 아이를 젤 모른다는 생각이 드셨다던.
부모가 이런 곳에 와 봐야 한다,
와서 아이들을 봐야 한다고,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겠다 하셨더이다.
아이의 다른 면들을 두루 볼 수 있는 곳이라고.
그러며 새끼일꾼들한테 니들이 얼마나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아냐셨다지요.
그래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모습을 지니고 살던가요.
아이들의 장점과 긍정성이 더 많이 드러나도록 돕는 관계,
그게 물꼬가 하고픈 일일테지요.
어른 몸다루기에서 한 백팔배가 생애 첫경험이었다는 샘들이 여럿이고
나름대로 산뜻했다십디다.
좋은 명상의 자리였노란 말이겠지요.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라는 이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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