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불날.맑음 / 기분이 좋다...

조회 수 1871 추천 수 0 2005.11.02 13:45:00

2005.11.1.불날.맑음 /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다. 햇살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채은이는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시인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고대 삼국이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시기로 넘어간 역사시간은
오늘 신라에 머물렀습니다.
진한의 이알평 손구레마 정소벌도리 최지백호 배지타 설호진 여섯 촌장이
(아이들은 그 이름으로 데굴데굴 또 굴렀겠지요)
박혁거세를 어떻게 왕으로 세웠나,
설화를 들은 뒤 실재하는 역사 속에서는 어찌된 일일까 짐작해 보았지요.
서라벌,
아침 햇볕이 젤 먼저 닿는 훌륭한 땅이라는 그 이름도
몇 차례나 입에 돌려 보았습니다.
고구려 3세기 동천왕 즈음 중국 땅에선
바로 우리 아이들 요새 한참 관심 있는 위촉오 3국이 대립을 하지요.
말하기 무섭게 줄줄줄 이야기자루는 묶는 끈을 찾을 수가 없었더랍니다.
요즘 다루는 역사를 고구려벽화처럼
커다란 아주아주 커다란 종이 위에 슬슬 옮기기도 했습니다.
이건 나중에 큰 학 한 마리도 태어날 거지요.
"역사 계속 하면 안돼요?"
검도샘이 도민체전인가로 오늘까지 못오시거든요.
"역사!"
"역사!"
"역사!"
아이들이 한참을 외쳐댑니다.
"좋아."
대해리가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러댔겠지요.
그대는 공부를 그리 즐거워하셨더이까?

날마다 은행을 줍습니다.
아이들이 어디 일만 할까요?
류옥하다 선수는 장갑에서 풀린 실로 나무에 걸쳐 인공거미줄전시회라며 판을 벌리고
령이는 버려진 병뚜껑들을 주워 올려 가지에 꽂고 보라 보라 합니다.
퍼포먼스가 그런 거 아니었던가요?
그래도 은행은 줍지요, 줍고 또 줍지요.

"오늘은 현장에 좀 올라갈 게요."
아침녘 현장소장님께 미리 말을 넣어둡니다.
달골 올랐지요.
여러 어르신들이, 아무리 애들이나 가르칠 줄 알뿐이라지만 살림을 그리 모르냐고
그래 가지고 집이 되겠냐고
날마다 들여다보라 야단을 치셨더랬습니다.
서울 길, 이것저것 물어오시는데 대답이 돼야 말이지요.
어련히 알아서들 잘할까 싶더라도
사람 일이, 사람 마음이, 그런 게 아니라고,
들여다보는 만큼 일 하는 사람 마음도 따르게 되는 거라셨더이다.
달골 아이들집은 다락까지 모습을 갖추었고
(자잘한 공간들이 놀이터처럼 재밌습디다, 이 건물 건축가가 얻고자 했던 한 부분처럼),
강당용 창고도 견고하게 섰습니다,
꽤나 크지요.

면장님과 산업계장님이 다녀가셨습니다.
뵙자 연락드리면,
손 모자라는 학교 배려하느라 늘 걸음을 먼저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땔나무도 부탁드렸더니 당장 흥덕리 쪽에 베 둔 나무 실어가라 합니다.
어르신들 그늘이 무서운 시골살이지요.
지자체의 지원길을 찾아보고 있노라고 도움을 청하였더니
다음 주 군수님이랑 약속을 잡자 하십니다.

산골모뎀이라 더뎌서도 그렇고
삶이 워낙 다른 흐름을 타고 가니 그렇기도 하겠는데
인터넷 안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모임이라든지는 참 생경한 일이지요, 이 삶에.
물꼬 역시 홈페이지란 걸 갖고는 있으나
관리도 바깥에 있는 사람 몇이 이래저래 손을 봐주지
예서는 거의 다듬지도 못하는 일이랍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를 알려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 선이 우리가 홈페이지를 지키는 선이겠습니다.
그런데, 선배의 소개로 모임을 하나 나가게 되었는데
달마다 한 차례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인터넷 안에서도 아주 활발히 만나고들 있지요.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설기도 하고
가끔 들어가 보는 그곳을 잘 모르기도 해서
더욱 광고성 글은 조심스럽다마다요.
그런데 아이들이 잘도 키운 포도에 어른이 보태야할 힘에 더디다
(작년 같으면 벌써 동이 나고도 남았을 것을...),
올 해는 더구나 즙을 짜서 팔고 있으니 맘이 더 느리다,
그 모임의 몇 분이 고맙게도 모임터에 올려보라하니 넙죽 그리하였더랍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것 때문이지 싶은데,
갑자기 저희 홈페이지에 다녀가는 발걸음이 잦아졌다하네요.
세상으로 다리를 놓으니
이 깊은 산골로도 오는 발길이 다 생기는 구나 싶습디다.
너무 오래 산골에 묻혀있었더랬습니다.
고여 썩은 물이 아니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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