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31.쇠날. 맑음

조회 수 660 추천 수 0 2015.08.05 17:01:53


계속 되는 더위.

“대구는 35도를 내려가 본 적이 없어요, 일주일 내내.”

기표샘의 전화였다.

정말 덥다는 소리가 여기도 나오는. 한 해에 몇 번 뇌이지도 않는 말.

계자를 준비하러 한 주 일찍 들어온 희중샘 연규샘 경철샘이

아침부터 이불빨래를 하고, 이불방을 저 후미진 곳까지 정리한다.

점심도 샘들이 차렸다.

해주는 밥은 늘 맛있지.

샘들은 부엌 구석구석 모든 그릇들을 꺼내 씻고 닦았다.

쉼과 일을 잘 배분하며들 움직이다.

같이 하니 얼마나 수월한가.


달골 안내판에 목재보호용도료를 재벌칠하여 올리고,

교무실에서는 160 계자 여행자보험을 완료했다.

한 아이가 이제야 연락이 닿았네. 덧붙여 완료.

그리고 부모들 몇 분들과 통화.

이 먼 산마을까지 아이를 보내기로 한 그 신뢰가 고마운.


연규샘이 진즉에 한 제안이 있었다,

한 주를 일찍 들어오면

서둘러 일을 하고 어느 하루 반나절쯤은 모두가 물한계곡 들어가 한담하자고.

“그래야 옥샘도 좀 쉬실 수 있고, 또...”

자기는 자주 와서 행사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 깊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지만 경철샘과 희중샘은 그런 시간 드물었으니

같이 앞으로의 삶에 대해 나와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했다.

“저는 옥샘 얘기 들으면서 삶에 대해 단단해지고는 했는데,

경철샘과 희중샘도 그럴 기회 있었으면...”

끝이 나지 않는 일들 앞에서 오늘도 결국 못 나가고 마는구나 싶다가

어느 순간 다 손을 놓고 떠나기로.

그렇게 물한계곡 황룡사 옆 계곡까지 올라 발 담갔네.

‘누군가와 함께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희중샘이 하루 갈무리글을 그리 썼더라.


아이로 와서 새끼일꾼을 거치고 이제 대학생이 돼

품앗이일꾼으로 올 날을 꼽던 한 친구의 글월이 닿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하고 싶었으며

무엇보다 제가 더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한 학과인데

막상 제가 1 학기 동안 다녀 본 대학은 별거 없는 것 같아요...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다니는 대학인데,

매일 돈 걱정을 하게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많이 배우고 싶은데, 제가 정말 배우고 싶었던 학문인지도 확신이 잘 안서요.

부모님께는 아직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요새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들거든요.

효도는커녕, 부모님 돈만 빼먹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스무 살이라는 게, 새내기라는 게, 마냥 제가 생각한 청량한 나이는 아닌가 봐요.’

이 시대 우리 청년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지.

‘옥샘과 만나고, 제 나이와 비슷한 또래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이야기보따리는 제가 겨울까지 잘 보관해 두었다가 그때 풀어낼게요.

대해리를 잘 지켜 주세요.

좋은 곳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옥샘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 사랑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이들!


늦게야 계자를 위한 장을 보러 나갔다.

마감 임박하여 온 직원이 다 붙어 도왔네.

돌아오니 자정. 장본 걸 다섯 사람이 같이 정리하는데도 두 시간이 훌쩍.

갈무리모임을 하고, 샘들 아프다는 부위 마사지와 통증치료.

새벽 4시 마당을 걸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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