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9.해날. 황사

조회 수 654 추천 수 0 2015.04.28 21:38:47


서울에서 내려올수록 뿌연 하늘.

여기도 개나리 진달래 벙글기 시작했다 반갑더라만 면소재지까지만.

대해리는 생강나무만 한껏 피었더라.


드디어 경기도 설악에서 목공일 하는 벗이 왔다, 태봉샘과 그의 후배 기택샘.

나무며 목공재료들 잔뜩 싣고, 공구들도 실어.

지난 3월 첫 주 주말부터 벼르던 걸음이다.

드디어 지난 주 물날 넘어올 수 있다는 걸,

바깥수업이며 출장이며 이어지던 참이라

오늘에야 날을 받았더랬네.

날 풀리면 한 번 와서 며칠 학교를 두루 살펴주고 가겠다던 걸음,

그예 왔네!

늦도록 곡차 기울인 봄밤이었다.


가끔 그런 질문들을 받는다, 일 년에 책을 얼마나 읽느냐.

두어 해전 한 선배가

그 해 200여 권을 넘게 읽은 친구를 자랑스럽고 부럽게 말한 적이 있다.

이상적 독서량이란 게 그리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일까.

200권이 가지는 의미란 무언가?

어떤 독서였고, 어떤 생각을 낳았고, 어떻게 삶을 넓혔는가가 문제 아니겠는지.

물론 ‘읽었다’ 역시 의미는 있겠다. 그만큼 시간을 바쳤다는.

읽다보면 왜 읽는가에도 닿을 수 있을 테고.

그런데, ‘언제 그 책을 다 읽으셨어요?’라는 말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제 그렇게 살면서 많은 밥을 먹었느냐’와 비슷하다고.

배고프면 밥을 먹듯 지에 대한 욕구로 책도 그리 읽는다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빛나는 건 다독이 아니라

다나카 전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충격을 준 사회적 문제에서부터

천체물리학, 뇌과학, 경제학, 공산주의,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쓰면서도 그 분야의 전문서적 못지않게 완벽하게 쓴다는 것에 있을 것.

한 분야의 글을 쓰기위해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직접 경험이란 것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그 역시 독서를 통해 그 한계를 넘겼다.

독서를 위한(취미가 아니라 일과 일반교양을 위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방법들(<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을

내게 의미 있는 부분들로만 추리면 이러했으니.


1. 먼저 돈을 쓴다.

‘거금’을 들고 서점에 직접 ‘가’란다.

“서점은 한 나라 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병참 기지와 같은 존재이므로 보고 있으면 그 나라의 문화, 사회 전체상을 볼 수 있다. 서점에서 책 제목을 하나하나 훑는 것만으로도 해당 분야에 대한 큰 흐름이 읽힌다. 제목을 다 훑었다면 입문서 위주로 펼쳐보되 머리말, 맺음말, 목차, 판권장 정도는 읽어두는 것이 좋다. 특히 판권장은 판이 거듭하여 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다면 나름 가치 있는 책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2. 책은 한꺼번에 구입하라.

돈이 아까워서라도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지.

그리고, “좋은 책에는 사물로서의 매력이 있다.”

정보만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3.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건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아, 그는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기 위해 동경대를 두 번이나 들어갔다.)

4. 책은 추천해주지 않는다.

책과의 만남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5. 정독할 필요는 없다.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로 시도할 필요가 없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랬더라.

책등에서 시작해 표1 머리에서부터 표4 바코더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음악적인 책 읽기 방법에서 회화적인 책 읽기 방법으로의 전환.

연속적으로 문자 신호를 따라감으로써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전자라면,

후자는 전체를 훑고 서서히 다가가는 방법.

그는 어떤 한 권의 책도 '도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책의 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종내에는 읽기 어려운 책을 어떤 식으로든 읽을 수 있는 지적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6.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자, 책 좀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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