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0.흙날. 맑음

조회 수 628 추천 수 0 2014.12.31 01:14:19


어제 이른 아침부터 연수 가느라 하지 못한 것까지

아침 해건지기는 티벳 대배 200배부터.


이제야 소식을 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어제였더란다, 헌법재판관 8대1의 의결로.

오늘 나는 ‘ㅂ니다’ 문장을 쓸 수가 없다.


만장일치가 아니었음에 그나마 위로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


...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 여명에 이르는 정당인데, 그 대다수 구성원의 정치적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 논증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피청구인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하여서는 안 된다.

..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 자주파가 주축이 된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목적이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는 법정의견의 판단이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 피청구인 소속 당원들(이번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의 단초가 된 이석기 전 의원 등 내란 관련 사건의 관련자들) 중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통합진보당 해산은 정당해산의 정당화사유로서의 비례원칙 준수라는 헌법상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는 통합진보당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통합진보당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해산에 반대한 1인의 이유서는 그러했다.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정권과 기득권 세력의 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비법률적인’ 용어까지 동원해서, 제대로 된 논증도 없이 정당 해산으로 결정되었다.

민주주의의 다양함? 이건 ‘조선시대’ 반역죄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9월 내란음모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사상의 자유로 보자면 민주사회에서 그게 뭐 별일이겠는가.

물론 어느 체제이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이들을 받아주기야 쉬운가.

사상의 자유를 넘어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면 체제세력이 가만 두지야 않을 테지.

하지만 이런 방식이라니.

시절이 어떤 시절인데 유혈국가전복이라니(그렇게 했다고 정말 가정한다면), 다수가 그걸 방조하겠냐고.

가만 두어도 저 알아 무너질 텐데.

어쩌면 잘 됐다, 이 기회에 종북 꼬리표 떼고 다시 진보당으로 거듭나기!

그런데, 정말 이런 방식이어야 했다니.


열렬한 지지자들처럼 나 또한 민주노동당 창당을 환호했던 시절이 있었고

집으로 정당 기관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참여로 돌아섰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였듯

외부탄압이 아니라 지도부의 노선과 행태, 내부 갈등 때문에 무너지는 그들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그렇다고 비난을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보다 행동하는 그들이 나았으므로.

남북한 평화·통일, 심각한 불평등 개선과 노동자 권리 증대, 복지의 확충과 자영업자의 권리 보장 같은 일관된 정책이 있고,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 있고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이 국가에 전혀 믿을 구석이 없어 걸었던 기대 아니었겠는가),

그리고 당은 당원의 참여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보기 드문 민주적 과정을 지니고 있었던 정당이었다.

이제, 어느 사회학자의 말대로 기대를 걸었던 시민, 노동자의 좌절감과 정치적 무관심은

국가와 사회를 붕괴시키는 독소가 될 것이다.

이데올로기 지형은 훨씬 좁아질 테고

다양성과 사회경제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불평등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고

폭력은 더욱 난무할 것이다.


하여 오늘 나는 정녕 진보란 무엇이었던가를 묻기로 한다.

당대의 문제를 해소하려고 새로운 걸 계속 만들고 실험하는 것이 진보 아니었던가.

(그럼 보수는? 현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체재 내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테지.)

1950년대 냉전분단체제 이후 국보법의 서슬 아래 허락되지 못했던 진보주의는

1970년대 이후 박현채의 ‘민중경제론’, 한완상의 ‘민중사회학’ 등을 통해 다시 깨어났고,

우리 세대는 그 책을 읽으며 대학을 다녔다.

1980년대를 뜨겁게 달군 ‘사구체(사회구성체) 논쟁’의 복판에 있었고

1987년 소위 민주화 시대라는 그 해를 거치며 해금됐던 많은 책과 더불어

진보주의 역시 이론적 르네상스를 맞았더랬다.

그런데, 이론만 그러했던?

그랬던가 보다.

특히 정치에서는 어제의 통진당 해산이 보여주듯 절대 빈곤이었음에 화들짝 놀란다.

지금 한국사회는 정치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동력이 없다.

이제 무엇을 어찌 할까.


이런 순간마다 아이들 앞에 어떻게 설까, 무슨 말을 할까 두려워진다.

‘이기적인 유전자’!

인간이 진화를 해온 원칙 중에 하나가 그거 아니던가.

개인으로 보면 탐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종의 유지와 재생산에 기여했다는 진화론적인 핵심.

무섭다. 하지만 그렇게 세상이 흘러가는 거.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하찮더냐.

“얘들아, 일단은 살아남자, 기를 쓰고!

 실력을 기르고 먹고 살 방법을 찾아서 독하게, 지독하게!”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게 문제잖어, 학생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주지 못한다.

등록금만 따박 받아먹고 나 몰라라. 자기들 안에 너무 고립되어.

“자, 얘들아 일단 살아남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76 2015. 5.12.불날. 갬 옥영경 2015-07-01 639
1775 2015. 2. 2~3.달~불날. 그런대로 맑은 옥영경 2015-02-27 639
1774 2014. 2. 7.쇠날. 흐리다 저녁부터 눈 옥영경 2014-02-28 639
1773 2017.11.14~15.불~물날. 맑음. 다시 퍽 매워진 기온 옥영경 2018-01-06 638
1772 2014. 6. 1.해날. 빗방울 옥영경 2014-06-24 638
1771 2017.11. 9~13.나무날~달날. 맑다 흙날 잠깐 흐리고 비 조금, 다시 맑아진 달날 옥영경 2018-01-06 637
1770 2014.10.12.해날. 맑음 옥영경 2014-10-31 637
1769 2021학년도 겨울, 169계자(1.9~14) 갈무리글 옥영경 2022-01-16 636
1768 2020. 1. 8.물날. 비, 밤엔 긋고 옥영경 2020-01-20 636
1767 2015. 2. 7~8.흙~해날. 맑음, 이튿날 바람 몹시 거셌던 옥영경 2015-03-10 636
1766 2014.10.28.불날. 맑음 옥영경 2014-11-01 636
1765 2014.12.21.해날. 맑으나 가끔 눈 날리고 옥영경 2015-01-03 635
1764 2015. 5. 9.흙날. 맑음 옥영경 2015-06-25 634
1763 2014. 5. 2.쇠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34
1762 169계자 여는 날, 2022. 1. 9.해날. 흐리게 시작하더니 정오께 열린 하늘 / 학교가 커졌다! [1] 옥영경 2022-01-13 633
1761 170계자 이튿날, 2022. 8. 8.달날. 흐림 옥영경 2022-08-11 632
1760 2017.10.30.달날. 춥고 흐린 / 첫얼음! 옥영경 2018-01-05 632
1759 2015. 1.22.나무날. 눈 몰아치다 비로 옥영경 2015-02-24 631
1758 2014.12.24.물날. 흐림 옥영경 2015-01-04 631
1757 2015. 2. 1.해날. 바람 차고, 맑았다 옥영경 2015-02-27 63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