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 수행 직전 잠시 좌선하라 이르고

바삐 부모님들께 계자 통신을 보내다.

간밤 야삼경에 중부지방 폭우 소식을 들었고, 걱정들 깊으실까 하여.

여기 산사태의 위험도 없고, 계곡에 휩쓸릴 일도 없다고 알리다.

 

샘들 해건지기.

밤사이 도둑비 다녀갔네.

나를 바로 세워 이 아이들을 지키겠다, 그런 수행.

오늘은 남송시대의 팔단금으로 몸을 풀고, 대배 백배, 그리고 호흡명상.

옥샘께 정말 감사했음. 말할 타이밍을 못 잡았는데 재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채성샘의 하루재기에서)

새끼일꾼이라지만 열다섯 청소년에게 샘들의 일정은 얼마나 혹독할까.

게다 어떤 어른들보다 제 몫을 아는 이라 대단한 움직임,

그가 10대임을 잊을 만큼.

그래서 때로 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네.

누우면 3초 만에 잠들고 정신없이 대배를 시작했지만

끝나니까 정신이 말똥해져서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진주)

 

해건지기.

태극요가 동작을 더하고, 숨고르기.

수행의 처음과 끝이 숨이라. 숨이 멎으면 죽음 아닌가.

어찌나들 진지한지.

몸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면서 따라들 하더라.

마음이 튼튼하면 무슨 일을 만나도 헤쳐나가기 쉬울 테지.

명상은 그런 힘을 기르는 것.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좋은 음악들을 채워놓는다.

된장죽을 끓여내다. 아이들이 잘 안 먹지 싶지만 웬걸.

두 그릇, 세 그릇을 다시 채우러들 온다.

된장죽을 두 번이나 와서 먹은 형원이 다시 왔다.

더 끓여주랴 하니 그러란다. 혹시나 하고 여분의 재료를 챙겨둔 걸로 얼른.

그래서도 밥 먹을 땐 부엌 안 바 의자에서 대기 상태로 밥을 먹고

뭔가를 찾으면 뚝딱 꺼내주지.

설거지는 4모둠이 맡았다. 누구이고 설거지 하겠다 손을 번쩍 든다.

인우는 평소 집에서도 설거지를 자주 한다 했다.

지율과 함께 든든하게 먹은 아침으로 쑥 나온 배를 싱크대에 걸쳐놓고

야무지게 접시를 닦았다. 배가 다 젖었네.

 

손풀기 이튿날.

이 시간을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크게 그립니다, 본대로 그립니다, 말없이 그립니다.‘

스툴이 앞에 놓인다. 아무리 복잡해도 걱정할 게 없다.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옮기면 되니까요.

다 그렸다도 없다. 계속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을 테니.

집중하는 저 아이들의 눈빛을 보시라!

사물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다.

끝나면 자신이 벽이 되어 그림들을 전시도 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한 사람이 애쓴 흔적을 인정해주고. ...

그림들이 정말 좋다(잘 그린다)!

 

보글보글’.

신청을 위해 모였다.

힘들어요...”

그럴 만하다. 얼마나들 뛰어노시는지!

일정과 일정 사이 충분한 전이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도 놀이로 또 꽉꽉 채워 넣는 아이들이라.

그럼 보글보글을 좀 더 쉬다가 할까요?”

그건 또 아니라네.

세 개의 방이 열린다.

 

김치볶음밥: 태양 하늘 인우 정우 준형 채원 소윤 은서, 그리고 윤지샘과 한록샘

소윤과 은서가 가위로 김치를 자르고,

하늘과 인우는 어묵을 자르고,

태양은 파를 다진다. 엄청난 열정으로 완벽한 파 썰기. 집에서 배웠다고.

채원과 정우는 김가루를 부수고, 준형은 볶는 일을 맡았네.

소윤 은서 채원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마솥방으로 가서 모든 심부름을 완료하고,

인우는 어제의 축구 경기로 눈이 자꾸 감겼지만 이 시간이 제일 재미나다고.

하늘이는 조용조용하지만 전체 흐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들 엉덩이를 들썩일 때도 자리를 지킨다.

준형 역시 다들 옆방을 구경갈 때도 이셰프님의 능력을 보여주셨다나.

원래 본인이 요리에 손을 많이 대고 아이들은 잠깐 해볼 수 있게 했었는데

이번엔 모든 아이들에게 맡기듯이 했는데 내 걱정과 생각보다 너무 잘 해서

아이들을 생각보다 더 믿어도 되겠다.’(윤지샘)

아이들이 샘들을 변화시킨다 할까.

반숙계란까지 올려서 눈과 입을 즐겁게 했더라.

 

김치수제비와 떡볶이: 예선 윤수 호수 동우 은진 수범 형원 지율 예린 동원, 그리고 진주샘과 재경샘

동원이가 한 자리 남은 정원에 원진이와 가위바위보.

동원이가 졌는데 이기고 싶어 반칙을 쓰고 그걸 또 형 형원이가 보고 한 소리 하고

동원이 삐지고.(집안 싸움은 집에 가서들 하시라니까!)

아이들을 설득해 받아들여줄 수도 있고, 교사 직권으로 들여오라 할 수도 있지만

그간 동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던 진주샘,

다른 샘이 부탁도 해도 이번에는 단호하게 거절.

옷방에서 진주샘이 동원이에게 다른 방을 찾아보라 애써서 설명도 하지만

동원은 막무가내였다. 휘령샘도 달래고

동원아, 여기 와 봐.”

교무실로 불렀다.

가서 구경해 봐!”

저도 이러는 게 별 소득이 없겠다 싶었는지 쪼르르 교무실을 나갔네.

어느새 수제비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진행자들을 좀 힘들게 했지.

그 속에도 지율 예린 호수는 꿋꿋하게 반죽을 하였단다.

형원이가 형 노릇을 어느 때보다 잘해냈다지. 요리에 관심도 많고.

반죽부터 간 보는 것까지 주도했다 한다.

보글보글의 많은 설거지는 샘들이 나서서 한다.

진주샘, 마음이 좀 시끄러웠는데 설거지 하며 풀고 있었다.

고된 시어머니 아래 며느리의 9년을 견딘 힘도 그런 일하기 아니었을까.

 

김치부침개: 현준 큰도윤 작은도윤 정인 소미 서윤 선우, 그리고 지윤샘과 채성 형님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현준과 큰도가 저들 얘기에 정신없어 비협조적이었다나.

채성 형님과 지윤샘,

우리 큰도 팬클럽인데 탈퇴한다!” 했더니 팬서비스차원으로다가 엄청 열심히로 전환한 큰도.

큰도와 서윤 정인 소미는 김치를 썰고

선우는 더디지만 현준의 도움을 받으며 대파를 썰고, 반죽도 했다.

현준은 양파를 잘게 썰기로 했는데 파랑 양파로 예술하고 싶어 건축을 하셨네.

그는 때때로 ? 해야 돼요?” 튕기지만 결국 한다.

아이들이 벌써 배가 고파져 어수선하더니,

작도와 서윤이는 재료를 주워 먹고 김치를 썰며 둘이 다투기도.

정인과 소미 덕에 그나마 진행을 했다는 샘들.

조용하게 하고 싶은 걸 다 챙기고, 재밌게 칼질도 하고,

소미는 정인 언니 따라 이웃방에 음식배달도 가고.

서윤이, ‘싫어요’, ‘별로예요’, ‘짜증나요’, 대개 시큰둥하게 말하지만

그 아이 마음이 어떤지 살펴주고 알아주는 샘들이었더라.

 

다스림(자치의 시간).

아이들이 스스로 다스려보라고 내준 시간.

다스리는 게 뭐지요?”

아이들은 당장 나라(사회·집안)의 일을 보살피거나 맡아 하는 거라고 했다.

몸이나 마음을 가다듬어 바로잡을 때도 쓴다; 마음을 다스리다

역시 아이들이 찾아낸 뜻.

어떤 목적에 따라 잘 정리하거나 다루어 처리하는 것(물을 다스리다),

어지러운 일이나 상태를 수습하여 바로 잡는 것도, (난세를 다스리다)

그리고 법으로 죄를 다스린다도 있네.

자치, 라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스로 다스리는 거요.”

바로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 준.

어른들은 여러분 곁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저마다 교실을 열고 끼리끼리 시간을 꾸린다.

형원 수범 윤수 동우 작은도윤 예선 하늘 호수 인우는 한록샘을 앞세워

공을 몰고 마당을 뛰어다녔다.

인우는 어제 경기의 여파로 근육통이 와서 파스를 바르고 다시 선수로 뛴다.

호수는 형들보다 체격이 외소하나 패스도 많이 하고 열심히 뛰고,

그 곁에서 원진은 혼자 잠자리를 좇아다니고.

곧 동우와 예선이가 그 대열에 섰다.

학교아저씨가 잠자리채를 만들어주었네.

영 뭐가 안 된다 싶더니 눈 먼 잠자리 한 마리 걸렸다.

정우 은서 태양은 채성 형님과 배드민턴을 쳤다.

채원이과 경기 후 악수로 경기장을 나온 윤지샘,

채성 형님과 정우 경기의 심판을 보며 중계,

등산의자에 앉아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이 너무 영화 같고 평화로웠음‘(윤지샘)

학교아저씨가 만들어준 잠자리채를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그 모습을 학교 아저씨가 가마솥방 창문으로 한참 내다보시고,

아이들이 공을 좇아다니고, ...

이번 계자의 평화이고 물꼬의 어떤 축적물일 수도 있을.

샘들도 아이들 사이에서 뭔가를 하지.

진주샘은 모둠방에서 폼롤러를 가지고 스트레칭을 했는데,

아이들이 눈을 주며 따라하기도.

아무것도 짜여있지 않은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진주샘)

, 아이들의 군사조직은 해체 되었다는 소문.

이유가 뭐래니?”

대장 윤수의 전역과 소대장 형원의 사퇴 때문이라나.

 

시간과 시간 사이에도 많은 역사가 이루어진다.

그래서도 전이시간이 긴 이곳이다.

어른들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거나 서로 배우거나,

앞 시간의 것들이 자신에게 붙을 시간도 필요하고,

충분히 쉬어야 다음 시간이 들어올 구석이 생기는.

우리 자신은 언제 학을 접었는지 몰라도 작도가 생애 처음 학을 접은 걸 우리는 기억한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 한 아이만 집중해서 바라보면 못할 게 없는 것 같다.’(지윤샘)

태양이도 옆에 앉아 접고 싶어 해서 손풀기 끝나고 접기로 했는데,

지윤샘이 챙겨서 갔더니 그때는 아이들과 한창 놀이 중,

그러면서 하는 말, 샘 제가 나중에 접어줄게요, 했다.

내가 당신과 놀아주겠다 그런 느낌이었달까, 하하.

샘들 애쓰는 걸 저들도 알아서

어쩌다 샘들이 곁에 있으면 부채도 부쳐주고. 은서와 정우가 한록샘한테 그러고 있었다.

책방에서 체스와 오목과 바둑도 한창.

큰도윤과 인우와 한록샘이 목하 오목 대전.

수행방에서 은서 소윤 채원 정우 인우 하늘이들이 손바닥놀이도 하고 있었다.

선우는 걱정이 많다. 대체로 정보를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으니

별일 아니란 걸 잘 알려주면 된다.

오늘은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저녁을 먹으면서 잠에 빠지기까지 하였네.

준형은 제가 배운 체스를 휘령샘한테 가르쳐주고 게임을 같이 한다.

이 아이 두 번째 물꼬행이다.

지적으로 조금 처진다는 데, 또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논리도 정연하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의심한다.

장애가 결코 장애가 아닌 이곳이라 좋다.

사람이란 사실 어느 구석이고 다들 장애가 있잖은가.

인우가 쓰러졌다, 축구의 여파, 오달지게 경기를 뛰시고 장렬히 전사하셨네.

지치도록 놀아 기쁘다.

정우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능력이 크다.

지율이는 채성 형님 머리를 코로나스타일로 묶어주고 있네.

 

창업이 넘쳤다. 샘들과 같이 하는 소꿉놀이랄까.

재경샘이 책방에서 재경’s 타로집을 열었는데,

거기 있는 깔개가 또 적절한 분위기를 돕네.

시작은 그 숄이었는데, 태양이가 복도에 있는 두 개의 무드등을 들여다 놓고

그러더니 현준이 인테리어업자가 되어 공간을 꾸몄다.

진주샘이 더해 향을 피우고.

수행방에선 윤지살롱’. 윤지샘이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한 곳.

정인 실장님과 지율 부원장님, 현준 매니저님 계셨네.

정인가 가게 간판을 만들고,

현준이 진출하여 화분을 가져와 내부 장식에도 조명까지 갖추고,

복도의 거울을 떼 와 볼 수 있게 해주다,

머리 작업 하는 곁에 미용트레이로 쓸 수 있게 케리어 하나를 가져다 놓고.

그러니 그 곁에 태양이가 카페를 창업했네.

물꼬에서 제일 잘나가는 메뉴가 뭐예요?”

물이요!”

다 같이 한 대답이었던.

물꼬의 소리’(선배 건호가 어릴 적 뚝딱뚝닥에서 만들어둔 현판을 가져다 카페 상호로 썼음), 간판이 이유가 있었네.

물 밖에 없는 카페인데 성업이라.

북카페이기도 한 그곳에서 진주샘이 시를 쓰고 낭송도 하고.

그러니 이번에는 티피집을 쉴 수 있는 집으로 예린이가 꾸미기 시작했더라지.

, 그러니까 준형이가 탐정사무소를 차리었네.

재경샘의 물통부터 찾아주고.

장단 맞춰주는 샘들이었더라.

나도 미용실을 다 갔더라니까.

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즐거움!

창의성이 그런 거다. 충분히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어야.

 

과자들을 냈을 때였다.

동원이와 준형이가 부딪혔네.

동원이가 준형의 팔을 물어버리다.

그런데 동원에게 그런 행동이 안 되는,

그런 반응이 좋지 못하다는 까닭을 놀랍도록 명확하게 설명하는 준형.

준형이가 내게 와 멍든 제 팔을 보여주길래,

이눔의 자슥이!”하고 나서서 동원이 혼을 내주련다 하니 말리는 준형.

상황이 이해되고 서로 이야기도 다 정리되었으니 샘까지 그리 안 해줘도 된다는.

장애가 있음에도잘한다고 말하는 게 결코 아니다!

 

저녁 때건지기,

채원이가 모둠방에 밥상 내리는 거며 방 쓰는 걸 돕는다.

기꺼이 마음을 낸 아이들이 그리 움직이는. 큰도윤이도.

가마솥방 밥상머리무대에서 지율의 밥상머리공연이 있었다.

드디어 지율이가! 몇 차례의 계자,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물러나다

마침내 해내다.

와서도 여러 날 연습을 하고 있었던.

지율이가 연습을 할 때면 한록샘이며 샘들이 같이 노래를 볼러주기도 했더랬네.

 

한데모임.

윤수가 저리 즐겁다. 노래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저 아이가 행복해해서 좋다.

한데모임에서 목청껏 부르는 아이들 대부분이 행복한 얼굴이다.

정우도 이제 이곳 노래에 익숙해져서 신나게 불러댄다.

흥이 많아 주변을 더욱 신명나게 해주는 아이.

오늘은 물꼬의 고전들을 가르쳐주었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물꼬 군밤타령’.

6학년 현준이 일부 진행을 맡았네.
가운데 처음 앉아 봐.”하며 쑥스럽게 앉아서는

얘들아!”로 입을 뗐다. 본 대로 하는 아이들, 본 게 있으니 잘 끌어가는.

책방이 늘 문제. 책바구니에 본 책을 두기로 했으나

그걸 믿고 읽은 책을 더 제자리에 꽂지 않는다나.

수범의 대활약이 있었다. 바구니 문제가 아니라 태도 문제 아니겠냐는.

그래서 모두 그 태도를 좀 새기자 하니

아무리 하자 해도 안 하면 그만이지 않느냐 해서

그래도 또 시도하고 시도하고 믿고 또 믿고, 그렇게 가보자 했다.

그런데 수범의 열띤 발언과 행동이 그의 엄마가 수범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어서 한참을 웃다.

, 아이들은 정말이지 본 대로 들은 대로 한다!

끝난 뒤 현준, “이거 못하겠어요.” 어른들이 흔히 못해먹겠네, 그 투로.

하지만 운영에서 조금 미흡한 걸 조언해주고, 잘했음을,

특히 한데모임 진행은 듣기가 돼야 하는데, 그리 하더라 평해주었다.

또 곁에서 자꾸 사부작대는 아이들을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가만가만 손짓으로 낮춰주는 그였네.

, 보고 배운다. 우리 어른이 진행할 때 그렇게 하고 있거든.

 

물꼬의 거친 환경은 자신을 잘 드러내준다.

24시간 전면적으로 타인을 만나는 곳, 그것도 거친 환경에서

자신이 드러나는,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처음에야 친절하게 꾸밀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거 미는.

아이들 역시. 어른들은 물론.

때로 그것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내가 어째 이만큼밖에 안되는가 싶은.

그냥 그게 나인 거지. 그것을 보고 받아들이거나 바꿀만 한 건 바꿔보면 될.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소연샘, 물꼬 아이들은 성숙하단다.

한데모임만 봐도 유의미한 발언들을 한다고.

그것은... 스스로 하는 아이들을 믿는 공간이기 때문, 어른들이 덜 개입하기 때문 아닐지.

 

대동놀이를 다 포기하더라, 아이들이.

무지무지 뛰어다니니까.

씻으러들 가는데 서윤이는 다 귀찮았네.

그래도 씻으라는 샘한테 마음 상한 채 욕실을 들어갔다.

나왔을 때 진주샘이 사과를 하니 너무나 흔쾌하게 그럴 수 있죠했단다, 쌈박하게.

(그 사이 또) 컸다!

휘령샘과 이런 말도 주고받고 있더라.

- 서윤아,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

- 저요? 왜 조용해졌어요?

- 예전엔 약간 사이다 같았는데 이번엔 녹차 같아.

- , 오빠랑 안 싸워서 그래요.

저학년 친구들의 머리를 감겨주었는데, 되게 좋아하며 샘께 애교 및 애정표현을 함’(한록샘)

 

모둠 하루재기.

동원, 떼만 쓰고 뭘 모르는 줄 알았더니

웬걸, 하루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글집에 쓰고 있었다; 소리 지르지 않기, 형아 깨물지않기, 신발정리하가, 책 제자리에 정리하기.

저리 멀쩡하다.

이제 좀 샘들이 개입하려는데, 저가 먼저 선수 친다.

굳이 이제 그만 떼를 쓰라 말하지 않아도 저 혼자 나아가겠네.

형원, 샘들 말꼬리 잡고 장난 치고. 그런 거지, 개개 보는, 개길(?) 수 있는.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그래보는, 그게 허용되는.

그가 이곳을 누리는 방법이랄까. 농담 같은 행동 말이다.

이제 고만해라 하면 바로 접는 그였더라.

 

잠자리 머리맡에서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책.

오늘은 진주샘이 김영랑 시들을 읽었다.

비가 새는 통로에 대야를 받쳐두었던 첫날이던가,

진주샘이 이런 게 낭만이라고 말한 이후로

정인이와 지율이는 자주 낭만 주제 추종자들.

아이들끼리 나누는 우정도 좋지만 어른들과 나누는 것 또한 좋은.

 

샘들 하루재기.

새벽 2시가 넘어가는데 샘들은 하루재기 중.

우리끼리 밤새 술 마시고 놀고먹고도 아니고, 이상한 이야기도 아니고,

아이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제 좀 아이들을 들여다봤으니 할 얘기가 많은.

좋고 고맙더라.

그런 기운이 다 우리 아이들에게 간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우리들 반성이 있는 시간.

나의 마음이 평안해야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안 줄 수 있고

그러려면 나의 몸과 마음을 먼저 평온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함.‘(진주샘)

 

문제적 행동에 대한 생각도 나누다.

아이와 의논을 해야 하는 일도 있고,

때로 마땅히 가르쳐야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문제를 문제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라는 연결 고리를 해체하는, 끊어버리는 그런. 마치 알렉산드의 매듭처럼.

생각도 하기 쉬운 쪽으로 흐르기 쉽다.

그 고리를 끊고 새로운 생각의 길을 파는 게 교육의 영역이 아닐지.

샘들 하루재기를 하면서, 대안학교·자유학교의 긍정적인 힘을 받았다.

실제 현장에서 생각보지 못했던 것들, 뭐든 해결하려 하기보단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줄 아는 법에 대해 더 공부했던 것 같다.’(한록샘)

윤실샘과 식탁에 자주 같이 앉는 한록샘이다.

윤실샘과 늘 이야기를 하다보면, 좋은 모습들이 가득해 오늘도 즐거운

윤실샘과의 시간을 보냄, 힐링 되는 느낌. 선배교사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낌+즐거움‘(한록샘)

 

아이들은 스스로 위로가 안 되잖아요...”

그 자신 치유의 과정을 겪고 있는 샘 하나가 그랬다.

(이미 2시가 넘어가고 있어 이야기가 길까 접었지만 물꼬의 생각을 전하고 싶다.)

무슨! 아이들도 스스로 위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없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에 이르기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는가.

주위의 지지와 깊은 사랑으로도 물론 위로가 되지만

그들은 놀이를 통해서, 또는 그가 집중하는 뭔가로 그걸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가 또한 중요한 거다!

 

지윤샘이 당황한 일이 있었다 했다.

애들 몇 주식이야기 부동산 얘기가 한창인데, 그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닌데,

지나가다 여자 아이 둘이 하는 대화가 들렸다고. 속상하더라고.

물꼬가 4십 몇만원 받잖아, 우리가 몇 명이야, 26명이지, 곱하면 얼마야, 천 얼마지,

옥샘은 이거 하면 얼마는 버는 거네, 하더란다.

곁의 여자 애가 듣더니,

- 그래도 우리가 먹는 것도 있고, 여기서 쓰는 것도 있잖아?

- 먹는 건 따로지, 우리가 가져오고!

지윤샘은 그게 물꼬를 퍽 사랑하는 조용한 아이여서 더 당황했다지.

왜 그런 생각을 할까, 여기 와서 잘 지내고 있는 시간인데, 싶었다고.

우리 애씀이 사랑이 아니라 돈이 되는 순간, 

이 멧골에서 아무 조건없이 누군가 나(아이)를 위해 애쓴 시간이

돈 때문에 우리를 돌봤구나가 되어버릴 때, 

아, 우리 샘들도 허망하고 아이들의 즐거움도 반감될 수 있을...

십여 년 전에도 여자 아이 둘이 그런 대화를 하는 걸 들은 적 있다.

어찌 이것이 아이들의 말이겠는지. 우리 어른들이 하는 생각, 우리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담긴.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었네.

돈이 우리 샘들을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물꼬는 교장 일을 보는 저부터 아무도 임금을 받지 않고 모두가 자원봉사,

 심지어 돈까지 보태고 있습니다.

 교육일정을 끝내고 보면 딱 인건비가 남는 셈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비를 받고, 받을 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요.

 (그것도 다른 캠프와 견주실 때 돈의 크기보다 일정 길이를 따져보시기.)

 그 비용을 내지 못하거나 덜 내는 아이들도 있구요.

 아니, 이곳에서의 내 노동의 값을 어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새벽부터 왼종일, 밤까지, 다시 새벽까지, 이 노동에 도대체 얼마를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누가 돈 준다 해서 이 일할 것 같으면 이거 안합니다.

 돈 벌자고 무에 몸과 마음을 저 바닥까지에서 끌어내와 혹사한단 말인가요!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대여 더욱 아이들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하하, 물꼬 교육일정과 사람들의 후원과, 강연하고 해외프로젝트하고 원고 쓰고 책 내고,

 가족이 보태주는 것까지 더해서 이 공간을 지키고 있습니다요. 그래야 겨우 돌아갈 수 있는!

 세상에는 돈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돈이나 벌겠다는 공간이면 품앗이샘들이 이리 헌신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이토록 거친 환경에?

 이들이 바보입니까? 오히려 사회적으로도 뛰어난, 다 공부깨나 하고 좋은 직업도 가진

 멀쩡한 사람들이 말입니다.

 돈은 돈의 길이 있고, 우리 행위는 행위의 길이 있지요. 

 다만 저희 길을 갑니다.

 누가 알든 모르든 이 일을 합니다.

 남들 몰라도 저는 이 일의, 이곳의 진정성을 아니까요.

 이런 공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이 기회에 달마다 1만원 후원(논두렁)을 하는 건 어떠신지요?

 http://www.freeschool.or.kr/?mid=notice&document_srl=3024

 

코로나 확진으로 오지 못한 연규샘이

두유와 믹스커피와 당장 필요하겠는 빙수떡까지 보낸다는 전갈.

마을에서는 복숭아가 왔다. 계자 직전에는 대파와 호박을 교문께 두고 간 어르신.

이곳에 있는 샘들만 계자 아이들을 건사하는 게 아닌.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어른들이 마음을 보태고.

무엇보다 이 자연이 우리를 돌본다.

윤지샘과 휘령샘도 샘들 밤마다 보충한 비타민제며, 힘을 낼 영양제를 들고 왔더랬다,

제 살림거리들로도 벅찰 청년들이 이곳 살림을 그리 살펴주다.

 

전체 진행을 하면서 밥바라지 1호기이기도 하다.

밥바라지를 2호기에게 아주 맡기지 않고 중앙에서 맡으니

가령 부엌엄마가 밥상을 차렸는데,

아이들 일정이 늦어져 음식은 식어가고 아이들은 안 오고

그러면 못 오고 있는 이도, 안 오는 걸 보는 이도 얼마나 마음이 쓰일 것인가.

지금은 전체 일정을 진행하면서 밥도 맞추고 있으니 더 움직여야 하지만 흐름이 좋은.

밥 때 1시간 전에 들어가 밥과 국과 반찬을 만드는데,

그 전에 윤실샘이 재료를 준비해주고, 밥상을 물린 뒤엔 큰 그릇들을 닦고 바닥을 청소하고.

손을 자주 닦고 깨끗한 조리 환경 만들기, 밥바라지를 신청했을 때 그거 부탁했던.

어찌나 좋은 뒷배가 되어주는지!

 

, 윤진이가 자기는 하트달걀말이 못 먹었다고 속상해하다.

그게 무에 어렵나. 얼른 해주다.

낮 어느 때는 까려고 쌓아놓은 마늘을 보며 윤수가 그거 구워먹으면 맛있다길래

마늘구이 해주랴 물으니 그러란다. 한웅큼 구워주었다.

 

세탁기 급수 문제, 수리센터 전화 넣었더니 24일에나 온다나.

다저녁에 면소재지 기사도 다녀가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겠다는.

탈수는 된다.

내일 커다란 물통에 담가 발로 밟고 세탁기 넣기로.

아이들에게도 알리다, 이제부터 빨래 못 받는다고.

아이들이 씻고나와 빨랫감을 담을 비닐을 찾았네.

 

행주를 삶고, 뜨거운 물로 수저를 부시고 교무실로 걸어오는, 새벽이 밝아오는 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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