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계자 나흗날, 2022. 8.10.물날. 비

조회 수 538 추천 수 0 2022.08.17 23:57:42


샘들 해건지기.

밤새 내린 비는 아침을 맞고도 아직 꼬리를 물고 있다.

전통수련으로 몸을 풀고, 대배 백배로 우리가 모실 하루가 온전하길 기원한다.

땀이 비처럼 온몸으로 내리고, 이어 호흡을 가다듬는다.

물꼬를 통해 수련을 할 수 있었음. 무엇보다 동료 품앗이 샘들이 나의 감정을 나누어주어서 감사했음.’(진주샘의 하루재기에서)

백배 중 첫배 하자마자 무릎고통이 느껴졌음. 그러나 반 지나니 딱 괜찮아지고 정신이 차려짐.’(윤지샘)

 

해건지기.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을 가기로 한 아침, 비 소식이 내내 있었기 못갈 수도 있겠네 했는데

비가 잠시 긋다. 가라네.

계속 멈출 비는 아닌 듯 보였지만 다녀오더라도 집으로 오는 길인 걸, 가기로 한다.

가랑비 사이로 걷다.

샘들이 신문지로 바삐 만든 고깔모자들을 아이들이 썼다.

머리만 크게 젖지 않아도 빗속을 걸을 만할 게다.

비오는 아침의 두멧길을 그리 주고팠다.

지금 당장은 찝찝하다 느껴도 그게 우리 마음의 다는 아닐.

 

달골 대문께 이르렀을 때 비가 굵어졌다.

그런데 벚나무 아래 서자 그 비가 웬만큼 가려졌다.

억수비라면 어림없을.

한 호흡 멈춘 비에 다시 달골 마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숙사(햇발동과 창고동)를 지키는 은동, 금동, 끝동에게 인사하고,

아침뜨락의 시작점 느티나무삼거리에 둘러섰네.

다른 때처럼 느긋이 뜨락을 걸을 수는 없겠지만,

늘 기운을 닦고 있는 공간을 걷는 것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결을 도울 수 있을.

 

지느러미길을 지나 아침뜨락 들어서는 계단을 올라

당산나무 같은 감나무 아래를 지나 벽돌 오솔길을 걷는다.

왼편으로 난나와 티쭈가 섰는 뽕나무을 지나

대나무 수로 끝 토끼샘을 지나서 아고라에 들다.

말씀의 자리에서 누군가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돌계단에서 들을 걸,

오늘은 그럴 짬이 없네.

층층나무 아래서 비를 잠시 피하고, 다시 가랑비로 변한 비 사이를 걸어

달못을 돌고 돌계단에 이르러 앉지는 못해도

마을을 굽어보며 나무들에 움푹 잠긴 학교를 가늠해보았다.

아가미길을 돌아 미궁에 이르니 대나무기도처가 맞는다.

관심 있는 이들은 거기도 들어가고,

미궁을 굽어 내려다보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모두 올려다보고

게송을 들으며 미궁을 같이 도네.

모두 가운데 느티나무에 둘러서서 안전과 평화의 동그라미 속에 몸을 잠시 맡겼다가

다시 걸어 나오다.

밥못을 지나 꽃그늘길로 내려섰다.

느티나무삼거리로 되돌아와 서로에게 절하고 바삐 마을로 밭은 숨을 몰았다.

벌써 몸이 추운 이들은 햇발동에 들어 좀 닦기도 하고, 화장실도 쓰고.

내려오는 길 개망초와 달맞이꽃을 꺾었다.

이번 계자 제목에 등장하는 두 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6학년 형원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섰을 때 곁에 서라 하고서 두어 마디 던졌다.

걸리던 일이 있었고, 샘들이 하루재기에서 말이 나왔기

내가 따로 불러 얘기 나누겠노라 했던.

아이들과 말이 되는 게 좋다. 잔소리 하지 않고 마음을 다해 그냥 짧게 말해주면 알아듣는다.

첫날 밤마실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뒤에서 같이 손을 잡고 걸으며 얘기를 나누었더랬다.

다녀간 아이들을 그리워하다 그리 오게 되면 퍽 기쁘다.

태양이가 몸이 좀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간다했고, 갔고, 무사히 돌아왔다.

해마다 쑥쑥 의젓해지는 태양이.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윤실샘과 윤지샘이 준비한 밥상에 빵이 올랐다.

윤지샘은 우리들이 두고 간 방의 이부자리들을 혼자 다 정리해두고.

이 시간 자체가 수행처럼 느껴지고 제2의 백배 같았다.

계자 중에 물꼬 안에서 전체가 텅빈 느낌과 실제로 고요한 상황을 마주하기 힘든데 꽤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었음.’(윤지샘)

 

손풀기 사흗날이자 마지막 날.

그림 잘 못 그려요, 계자에 손풀기가 들어온 첫째 계기는 그 말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아니, 그림, 그거 그냥 그리면 되는 거지.

왜 아이들이 그걸 못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더란 말인가.

그간 계자마다 손풀기를 고작 세 차례 밖에 하지 않아도

보고 그리는 눈이 얼마나 틔는지를 보아왔다.

예술 전문가가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 모두 예술영혼을 지닐 수 있는 것.

집중해서 보고 그림으로 옮기고 서로에게 보이면서

누구나 생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그래서 나도 예술하고 팠네, 하하.

아이들 그림 전시회를 열기 전 오프닝 공연으로다가

아이들에게 판소리를 들려주다.

음력 유월, 눈먼 이들을 위해 황천에서 열리는 잔치를 가던 심봉사가 물에 드는 대목을

이 더운 여름에 부르고 싶었던.

심봉사 좋아라, 심봉사가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서 반긴다.

유월 염천 더운 날에 장파소에 가 목욕허면 서러운 마음도 잊을 테고~”

뺑덕어멈이 다른 서방 따라 도망을 가버린 그날, 심봉사는 물에 텀벙이며 위로 받았다.

다음은 아이들이 각자 자기 몸이 벽이 되어 제 그림을 걸고 전시회를 열었다.

하면서 보면서 어떠했나 나누기.

사흘만에도 일취월장한 그림에들 스스로도 서로들도 놀랐던.

아이들, 누구랄 거 없이 그림 참 잘 그린다!

손풀기를 처음 들어와 본 진주샘 역시 명상하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한다.

 

아이들의 그림은 또 그 너머를 읽어볼 수 있게 한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속은 또 다른 것들이 있다.

진주샘의 말대로 그래서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인들.

너무 당당한 한 아이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느라 힘이 든다.

뜻밖에서 한 아이의 그림 앞에서 깜짝 놀랐다.

저 잔뜩 억압된 건 뭐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자주 말 잘 듣는 아이들을 경계한다.

때로 귀찮다는 것도 말하고 하기 싫다는 것도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기 너무 힘들잖은가.

아이들은, 자기 생의 방향을 어떤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한 어른들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히 아이일수록, 자연스러운 게 아닐지.

그래서 그들이 그린 그림은 그들의 또 다른 말하기.

그래서도 손풀기를 한다, 그들이 혹시 못다 한 말이 있을까 하고.

 

몸놀이 말놀이.

패를 나눌 때 두 사람씩 짝 지어 이긴 사람들끼리, 진 사람들끼리 같은 극단이 되기로.

이런 것에 힘 빼지 맙시다, 어째도 사실 크게 상관없으니까요!”

짝을 찾는 데 기를 쓰든 아이들이 알아듣고 아무나 붙들고 바로 움직이다.

이런 쓸 데 없는 데 시간 앗기지 말고 정작 내용을 충실해 하자는 거였던.

 

가방: 준형 큰도윤 정인 소윤 수범 현준 동우 호수 하늘 정우 태양, 그리고 진주샘 지윤샘 채성 형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하기야 멧골 사는 나도 벌써 2회까지 보았더랬다.

특수교사로서 그런 드라마는 챙겨보기도 하여.

그래서 아이들과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 우영우와 친구 동그라미 식 인사를 나누기도.

to the to the

to the

자신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푹 숙이는 한 박자,

다음은 슈퍼보이처럼 날아오르는 몸짓과 함께 단음으로 외치는 소리, “!”

아이들과 마주치면 그리 인사하고 다녔더라지.

이야기 후보 중에 드라마 우영우를 만들기로 했다는 가방.

정우는 신명이 넘쳐 천장에 닿을 기세,

수범은 목이 쉬니 더 큰 소리로 고래고래,

아이디어가 많은 동우도 소리소리 지른다.

진주샘이 진행하느라 욕 좀 봤다.

태양이 오빠 자잖아. 조용히 말해!”

정인이었다.

늘 그리 둘러보는 아이. 그래서 때로 좀 짠한 마음이 들기도.

너무 어른들 편한 대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싶어서.

드라마 우영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들 할 때

정인이가 물꼬식법으로 짜보자고 제안하다.

책을 정리 안 해서 누군가 그 책을 밟으며 미끄러져 다친 상황,

그리하여 책을 정리안한 죄.

관객을 배심원으로 하여 극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원대한 포부도 있었다.

공연 순간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정인이는 준형이 맡은 해설자 대본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나방: 형원 지율 은서 선우 인우 예린 윤진 윤수 소미 원진 예선 채원 작은도윤 동원, 그리고 재경샘 윤지샘 한록샘

재경샘이 초등 3년 아이들과 학급살이하며 연극을 가르친 경험을 십분 발휘

공연 때 배우들이 관객을 보도록 놀이를 통해 익히도록 해준다.

이 극단은 뽀로로의 첫 회를 재연하기로.

형원이가 마치 영상을 보듯이 쉽게, 재미있게 내용을 설명해주었네.

아주 말맛이 나 아이들이 귀를 쫑긋.

연기에서도 다른 배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그였다.

알을 맡은 소미는 제 역할을 재밌게 살려주고 스스로도 만족해했고,

지율은 루피 배역을 잔망루피로 재해석하여 보여주고,

얌전한 선우도 해리 역을 소화해 저런 활달함이 있었나 우리를 놀래켰다.

예린과 윤진은 듀엣으로 각본에도 없었던 춤도 집어넣고,

원진은 배역을 늦게 선택해서 만족도가 떨어질까 했더니 웬걸, 많이도 웃어댔다.

윤수는 자신이 낸 의견보다 다른 이의 의견이 좋다면 흔쾌하게 자기 의견을 던진다.

그 아이의 그런 면이 참 좋다.

깨끗한 승복, 그런 거랄까.

동원이 하기 싫은 역할을 하지 못해 짜증을 부리자 모두가 너 하고플 때 하든가로 반응.

아니나 다를까 모두 즐거이 하는 걸 구경하다가 바로 나무 역할 자리로 뛰어들었네.

, 모두가 연극 연습 중일 때

원진이가 방충망 없는 남자방 창문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는 직전,

윤지샘이 보고 얼른 붙잡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좋아하는 원진이라고 살펴 달라 샘들에게 일렀더랬던.

 

펼쳐보이기 혹은 뽐내기.

공연초대장을 보냈다

윤실샘 일당 천, 학교아저씨 일당 3기본 천삼백 명의 관객을 모시고 공연을 한다.

가방은 리허설도 못하고 무대에 섰다는데,

무대에 딱 오르자 진지해진 아이들, 연습 때는 그런 어수선이 없더니.

조명을 맡은 지윤샘이 첫 장면만 그래주면 되겠거니 하고 불을 껐다 켰는데,

장면마다 정인이가 계속 조명을 넣고 빼고 있었다.

현준은 증인이라는 역할만 알고 들어갔는데,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하고.

이곳에서의 연극이 그렇다.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이 대사를 만들어 내는.

'우영우'에서 등장하는 고래의 출현은 우리를 얼마나 요절복통케 했던지.

채성 형님이 이불을 두르고 뛰어오르며 무대를 가로질렀던!


나방은 오프닝으로 모든 배우들이 뽀로로 노래를 부르며 커튼을 열어젖혔다.

비장한 대극을 보는 듯했다 할까.

예선과 작도는 상상을 그대로 몸으로 펼쳐줘 우리를 즐겁게 했고,

해설을 맡은 채원, 연습 때는 좀 주춤거렸다는데, 공연에서 최대치의 실력을 발휘했다.

배우들이 자기 소개할 때 맡은 배역의 이름으로 자기를 소개해

우리를 또 한 번 웃겨준 윤수.

나방은 무대 동선을 전체적으로 잘 써서 매우 놀랐다.

서윤은 관객 역을 맡아 객석에서 공연을 즐기었네.

다음계자에서는 연출이나 배우를 맡겨볼까 함.

 

구들더께.

늙고 병들어 방 안에만 들어앉아 있는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낱말이지만

우리는 구들에 뒹굴 듯 여유로이 쉰다는 긍정의 의미로 쓴다.

비 내리고, 낮잠도 자기 좋은 때.

그런데 마당에서 비를 가르며 뛰는 저 아이들은 누구인가.

인우 작도 정인 예선 호수가 한록샘과 빗속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같이 뛰어준 한록샘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라니.

예린이는 티피를 더 아름답게 꾸몄다, 어제의 창업시대를 이은.

진주샘이 그곳을 잘 써주었다. 고맙다는 예린이.

은서도 창업하시었네. 채원 서윤과 함께 캐리커쳐 삽을 차린; '그림 그려주는 그림 집'. 

출장까지 와주는.

“4시 예약합니다, 윤지샘, 지윤샘.”

샘들이 장단을 맞춰주다.

머리 묶기 싫어하는 윤진,

아침부터 엄청난 세세함으로 자신이 원하는 머리 모양을 알려주더니

윤지샘 앞에 앉아 그리 묶었더라.

밥상머리공연을 준비 중인 물꼬 아이돌공연팀들의 머리도 윤지살롱에서 하고 있었네.

재경샘의 타로집이 성업인 이유가 있었더라.

점집이었던 게야, 점집.

그렇게 아이들의 놀이방 하나 만들어준 재경샘.

 

윤수는 지윤샘한테 젓가락 행진곡을 배워 같이 연주한 게 언제인데

고새 피아노학원 원장님 되시었네.

채성 형님도 가르치고, 진주샘도 가르치다.

학생이 틀렸을 때는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걸 쳐서 먼저 보여주는

훌륭한 교사였다.

동원이는 준형이랑 세상 신나게 놀다가 마음에 안 들면 울어버리더니

형아도 이제 지칠만 해선지 서로 멀어지더니

어제부터 선우랑 죽이 맞기 시작했다.

친구를 찾은 거다.

둘이 깔깔거리며 저기 걸어간다.

 

물꼬 아이돌그룹은 저녁 밥상머리무대에 서기 위해 맹연습.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를 연습 중.

시간부족으로 동선체크를 완료하지 못한 정인,

안타깝게도 그냥 안할래!”하며 손을 놔버리려는데,

공연이 대중들에게 광고한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책방에서는 책 읽는 열기 못잖게 체스 오목 바둑 대전.

큰도는 체스도 오목도 빠지지 않는데 샘들 도움꾼으로도 선두라.

마음도 잘 쓰는 그였다.

 

때건지기.

밥도 때때마다 갖가지로. 현미밥, 잡곡밥, 흰쌀밥, 흑미밥, 옥수수밥, 은행호두밥, ...

아침밥은 빵과 물꼬표 포도잼과 귤잼과 샐러드와 드레싱, 우유.

낮밥엔 참치찌개에 떡볶이와 단호박부침과 잡채와 마늘명이장아찌.

여기서 여러 날 있으면 라면 같은 게 먹고들 싶지.

저녁에는 부대찌개를 끓이며 라면 사리를 넣는다. 따로 삶아 기름기를 빼서.

미역줄기를 볶고 참외장아찌를 내고,

부모님들 보내준 오징어메추리알조림과 콩나물무침도 배식대에 올렸다.

, 후식으로 먹기로 한 아이스크림이 덜 얼었다. 배달된 대로 바로 얼렸는데도.

쉐이크로라도 먹겠다고들 했는데,

동원이는 끝까지 싫다고 나중에 먹기로.

 

서윤이가 저녁밥을 못 먹고 잠들어버렸다.

밥상들을 물릴 무렵 불러서 따로 챙겨 멕이다.

아침부터 기운이 없던 태양이, 낮에도 머리가 아프다 했는데

너무 열심히 놀아 고단한 것 같다고 서로 짐작해보다.

혹 코로나19인가 의심도 했지만 열은 없고.

단호박죽을 끓여 멕였다. 좀 나아진 듯하다며 싹싹 다 먹었더라.

곁에서 몇도 덩달아 얻어먹었더랬네.

 

밥상머리공연.

물꼬 아이돌공연이 예정 돼 있었으나 취소되었다. 아직 연습이 필요하다고.

공연 직전이었다, 관객은 다 입장하였는데.

그때 예린 선수, 대타로 나서다. “제가 하면 안돼요?”

적절한 나서기.

아주 잘하지 않아도 무대에 설 수 있음을,

자신부터 즐기는 게 더 중요하고, 그 즐거움을 나누는 거로 확대되는 밥상머리무대라.

뛰어난 피아노 실력이 아니어 더 좋은 공연이었다 할까.

잘난 이만 무대에 서는 게 아님을, 우리 모두 예술가임을 보여주었던.

그렇다고 예린이가 잘 나지 않았다는 오해는 하지 않기로.(그런 말이 아니잖은가.)

예린이의 이런 나섬이 좋다, 참 좋다.

 

한데모임.

손말도 익히고,

마지막 목을 짜내 온 힘으로 불러대는 노래.

이런 흥을 못다 풀고 사는 아이들이라.

꼭 부르고 싶은 게 있어요!”

현준이와 정인이, 그리고 채성 형님이 마지막을 장식할 노래로 인터내셔널가를 꼽았다.

물꼬에서 불렀던 노래라.

그런 건 같이 불러야 신도 나고

좀 자라서는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더욱 힘차게 부르게 되는.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일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외친 노래.

한데모임은 나날이 할 말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같이 살기 위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대신 일러주기는 줄어드는.

모두가 같이 의논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다.

샘들도 한 표를 놓치지 않고 발언하고.

 

대동놀이.

비도 내리는데 고래방까지 갈 것 없이 모둠방에서 재경샘이 안내하다.

오늘 재경샘 정말 열일 하신. 연극연출에 투잡으로 타로점집 하시고,

대동놀이 진행까지.

종이컵펜싱 경기가 있었고,

그리고 아메바, 일종의 좀비놀이.

아메바의 증식은 세상을 뒤덮고, 아메바가 된 모두가 손을 잡고 둥글게 만세 부르며 끝난.

아이들은 잘 때까지 아메바!”를 외치며 돌아다녔네.

 

샘들 하루재기.

소연샘,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 공간이 있을까 싶더란다.

오랜만에 방문을 해서 기대반 어색함반이었는데,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반겨주어 행복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소연샘)

물꼬 아이들이 퍽 성숙한 것 같다고도 했다.

실제 가르치고 있는 중1,2학년 아이들이 나이가 더 많음에도 어리다고.

아마도 스스로 결정해보는 경험,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말해보는 경험들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짐작한다고.

현택샘은 물꼬에서 배우길 원하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지.

'가위바위보 통한 역할 분배 때 동원이가 원하는 역할을 얻지 못했을 때

단순히 달래주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시키고 

언제나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현택샘)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동원이였다고.

 

휘령샘의 교감 역할을 윤지샘이 받고,

휘령샘이 저녁버스로 나가다, 1종 정교사 연수 마지막은 대면으로 하는 활동이어.

연수 상황이 아니었으면 170대로 계자가 들어서며 그가 교장 일을 볼 예정이었다.

나는... 고문? 일단 밥바라지 붙박이. 청년들 밥해주며 뒷배가 되어

그들이 아이들을 섬기는 일을 돕고 싶었던.

소연샘 현택샘이 낮버스로 들어와 그 빈자리를 채웠더랬네.

밴드며 필요한 의약품들을 챙겨 들어온 소연샘,

현택샘은 샘들이 밤에 먹을 것들을(노동 강도를 아니까) 한 보따리 들고 왔더랬다,

물꼬의 여느 청년들이 그러하듯

그들 역시 물꼬 살림을 그리 살펴들 주고.

내리 두 끼 모든 설거지를 두 샘이 나서서도 하였다.

늦게 왔으니 그리라도 힘을 보태 샘들 잠시 숨 돌리게 하겠다고.

이런 사람들이 제도학교 현장에 있어서 고맙다.

방학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 이런 곳으로 달려온 이들.

현장에서 학생들 사이의 민주적인 갈등 해결, 의사결정 등을 지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

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가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현택샘이 170계자 품앗이로 신청하며 자기소개를 그리했다.

왔던 샘들도 소개서를 쓴다.

어제의 물꼬가 오늘의 물꼬가 아니고

그때의 품앗이샘이 지금의 그가 아닐 것이므로 늘 새로 쓰는, 고쳐 쓰는 자기소개서.

그게 자신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할.

진주샘이 현택샘의 말에 그거 다 물꼬에 있더라 대답해주시었네.

밝은 눈으로 그리 봐주셔서 또한 고마웠다.

 

내일 폭우예보 속에 산에 접근할 거라

샘들이 긴장으로 준비를 촘촘하게 하느라 밤을 보낸다.

05시 가마솥방으로 걸어가며 그제야 방으로 들어가는 윤지샘을 보았네.

전체를 꾸리는 이의 무게감이 그런 것.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이 부엌으로 들어올 때

일을 넘기고 잠시 눈 붙이러 교무실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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