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6.쇠날. 맑음

조회 수 413 추천 수 0 2020.04.09 07:39:54


 

어제보다 덜한 바람, 어제보다 덜 추운 기온.

습이네 앞세우고 달골을 한 바퀴 돌면 하루 일 차례가 잡힌다.

습이네들을 다시 그들의 연립주택 앞 말뚝에 묶어주고,

삽과 괭이를 메고 아침뜨락에 올랐네.

 

오전에는 사이집에 들어 바람을 들이다.

욕실 커튼이며 솔로 문질러 볕을 쐬이고

쓸고 닦고.

아직 공식 개방은 하지 않으나

아주 가끔 집중명상센터로서의 기능을 한다.

모든 공간은 언제든 사람이 바로 들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

오후에는 아침뜨락 여기저기 물길을 살펴주고,

지느러미 부분에 치고 있던 도랑의 돌들을 주워냈다.

아래로 실수로가 지나는 뽕나무 곁 너럭바위 앞에

3단 계단처럼 땅을 패 놓은 자리를 더 다지다.

햇발동 데크에 있는 빈 커다란 화분들을 옮겨놓으려네.

 

대처 식구들이 들어와 저녁 만찬이라.

겨울에 내내 손을 보태던 하얀샘은 들이 바빠져

퍽 오랜만에 저녁밥상에서 빠지다. 봄이 온 게다.

하다샘도 들어왔다.

교무실 일이며 두루 살펴주고 물날쯤 나간다는.

힘을 써야 할 바깥일이 늘 그를 기다리지.

사택 지붕도 손보고, 숨꼬방 앞 대나무도 올려야지, ...

오는 길에 아흔이 다 되었다는 할머니를 만났단다.

버스를 기다리며 문자를 먼저 보내왔더랬네.

엄마 쓰라고 마스크 좀 들고 가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옆에 할머니가 앉으시는데 낡은 천 마스크를 쓰셨는데

오늘 영동 약국을 돌았는데 마스크가 없다는 거야.’

제 걸 한 묶음 드렸단다.

문득 어쩜 이 위기가 우리들에게 사람의 마음을 더 키워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인들,

마스크를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 멧골까지 닿고 있다.

 

이번에 맡을 특수아동 둘에 대한 자료가 오다.

4학년 여아는 의사소통장애(언어장애4), 6학년 남아는 지적장애(지적장애3).

본교에는 여아 자폐아가 새 학년에 들어오고.

학생 인적 사항과 현재 수행 수준, 진단 평가 결과가 든 지난 학기 개별화교육계획(IEP)

시행과정과 평가서가 담겨.

교사들에겐 이미 개학인.

공부하며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할 시간들이겠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물꼬의 움직임을 정리하다.

소극적대응이랄까.

덜 움직이기, 그래서 타인들에게 폐 안 끼치기,

정부와 질본을 믿고 부산떨거나 유난떨지 않고

묵직하게 사태 지켜보기, 유언비어와 가짜뉴스 유포 않기, ...,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우울해진다지, 코로나19로 삶에 제약들이 생기니.

다이나믹 코리아사람들 아니던가.

그 말은 의지의 역동이기도 하겠지만 움직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내일 오후는 비가 올 거란다.

마치 비에 코로나19도 씻길 것 같은 마음이라.

그래서 비가 긋고 햇볕 아래 새 날이 올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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