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낮 기온도 영하였다.

고추바람도 한참이었다.

내일부터 내리 사흘은 영하 11도의 새벽이라 했다.

예보보다 1,2도는 더 내려가는 멧골인데.

 

학교에서는 뒤란 나무보일러에 불을 지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영하로 떨어질 땐 그리 관리한다.

외출로 해두었던 햇발동도 6시간마다 20분씩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두었다.

잠시 긴장을 놓치면 어딘가에서 터지고는 하는 겨울살림이다.

여기저기 틀어놓은 수도가 잘 흐르고 있는지 살피다.

여간해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제습이와 가습이도 제 집으로들 쏙 들어가 있다.

 

올 겨울계자인 167계자에 함께하는 새내기 품앗이샘 하나로부터 메일이 들어왔다.

겨울방학에 계절학기 강의를 하나 수강하는데,

시험이 물꼬 계자 기간 가운데 하루 1시간 있는 모양.

1시간 정도만 조용히 제 개인 노트북으로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물어온 것이었다.

찬찬히 상황을 알리고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친절한 글이었다.

절대로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에 시험 공부를 하거나,

 이와 관련하여 신경 쓰이게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를 주셔서 물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레 이러한 부탁을 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물꼬에 참여하여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용기내서 이메일 보냅니다.’

가는 곳에 대한 예의와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친절을 보았다.

따뜻하고, 고마웠다.

걱정하지 마시라 했다.

그날 형편이 되도록 우리가 상황을 같이 만들면 될 것이다.

코로나를 뚫고 부디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꼬는 아이 하나를 데리고도 계자를 할 생각이고,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교육연수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라고 덧붙였다.

청소년계자도 초등계자도 상황이 되는 대로 흘러가면 될 것이다.

 

아들이 자라 스물을 넘었고

아비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

어제 눈길에 고속도로에서 다중추돌사고가 있었다.

차는 폐차 되었다.

사람은 무사했다.

그래도 몸 상태를 보러 간 것.

엑스레이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고 나왔다.

아들이 아비에게 죽을 끓여주었다.

 

11년 전 어제의 사진이 발견되었다.

아들이 보내왔다.

처음엔 제습이거나 가습이거니 하고 보니

, 장순이었다!

진돗개 장순이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어미젖을 빨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울컥했다.

태어난 지 5개월이었던 200310월에 물꼬로 와서 20171212일 세상을 떠난 장순이는

같은 진돗개인 습이들로 기억에서 자주 소환되기도 한다.

그날의 물꼬 날적이를 들춰보았다.

맑고 추운 날이었다. 12월스런 그런 날이었을.

열두 살 아들이 부쳐준 배추전을 먹었던 기록이 있었다.

나는 전을 먹고 엄마가 아들 덕에 호강하네!”라고 해준 말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문장이 그러했다.

 

자정 가까운 시간 찬 공기를 좀 들이려고 문을 열었더니

마른눈이 날리고 있었다.

여기 아직 폐차장으로 가지 않은 낡은 차가 있으니(이게 참... 이리 또 쓰임이 있게 된다. 딱 딱 맞춤하게.)

아비의 새 차가 나올 2주간 아비의 출퇴근을 도울 아들이

내일 이곳의 새 차를 가지러 오기로 했는데...

 

아침에는 아침수행을 했고저녁에는 저녁수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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