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흙날. 맑음

조회 수 377 추천 수 0 2022.01.12 02:42:00


 

또 한 해를 잘 모시겠다!

 

여러 해 전이라면 새해 첫날 계자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샘들이 모여 자정을 기다렸다 타종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산 위에서 해를 맞았을.

학교에서는 복도 북쪽 창들에 보온비닐을 붙였네.

 

단양의 한 숲에서 해를 열었다.

거기 깃든 헌책방에 한 어르신이 산다.

생강차와 달콤한 빵을 들고 갔다.

난로가 있는 사무실 벽면엔

산에서 끌어들인 물이 울퉁불퉁한 바위를 적시며 흐르고 있었다.

산사에 온 것 같았다.

최근 2년에야 그렇지 못했지만

한해 두어 차례 해외 프로젝트에 동행할 때면 꼭 헌책방을 찾는다.

여행지에서 여간해서 잊지 않는 일이다.

오랜 꿈 하나 있다.

물꼬가 깃든 멧골에도 그런 책방 하나 하고 싶은.

몇 해 전부터 여름의 주말에 해온 우리는 멧골에 책 읽으러 간다-멧골책방일정도

그 일정과 맥을 같이 하는.

 

기차로 런던에서 헤리포드까지 세 시간을 달린 뒤 다시 버스로 한 시간을 가면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와이’(Hay-on-wye)가 있다.

브레콘 비콘스 국립공원 동쪽 끝 와이강변의 멧골이다.

파주 헤이리마을이 이곳을 본떴다 했다.

1962년 오래된 소방서 건물로 시작한 헌책방은 스무 개가 넘는 헌책방 마을로 넓혀졌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헤이 성의 안뜰에도 무인서점이 사람들을 맞는다.

그곳은 헌책방을 사랑하는 이들의 성지라 할 만한.

그리고 우리 같은 꿈을 꾸게도 했을.

 

단양 8경 가운데 4경을 걸었다.

남한강과 지류 계곡을 끼고 기암으로 이루어진 8경은

삼봉 정도전, 퇴계 이황,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조선의 이름난 이들이 다들 극찬 한 곳.

수백 년 전에 그들이 감탄한 곳에서 긴 세월 뒤 우리도 감탄하고 있다.

사인암 곁 청련암은 사인앞 뒤편 바위틈에 삼성각을 두고 있었다.

높고 깊은 산 어디메 절집 같았다.

너럭바위 겹겹이 있는 상선암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쩍쩍 들리는 소리에 산짐승이기라도 한가 자꾸 뒤돌아보게 했네.

얼음 갈라지는 소리였다.

중선암 바위 군락에서 옥염대를 더듬고,

하선암에서는 미륵불암과 인사도 했다.

내일 4경을 마저 돌 참이다.

언 대해리 못잖은 단양에서여 그런가

물꼬가 또 여기일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76 2020. 8.30.해날. 마른하늘에서 비 촬촬 옥영경 2020-09-17 384
1075 2023. 4.2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05-26 383
1074 2022. 8.28.해날. 맑음 / ‘2022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2-09-08 383
1073 2021. 9.16.나무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21-11-14 383
1072 2021. 6. 4.쇠날. 맑음 / 바람 많은 대청봉 1,708m 옥영경 2021-07-03 383
1071 2021. 5.11.불날. 잠깐씩 몇 방울 흩뿌리는 비 / tira mi su 옥영경 2021-06-14 383
1070 2022. 5. 2.달날. 맑음 옥영경 2022-06-14 382
1069 2023. 4.13.나무날. 황사 덮친 하늘 옥영경 2023-05-12 381
1068 2022.10.29.흙날. 살짝 흐린 오후 옥영경 2022-11-23 381
1067 2021. 9. 2.나무날. 비 긋다 내리다 옥영경 2021-10-21 381
1066 2022. 6. 3.쇠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2-06-25 380
1065 2021.12.29.물날. 눈 내린 아침, 뿌연 하늘 옥영경 2022-01-11 380
1064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380
1063 2020학년도 겨울 청계(12.26~27) 갈무리글 옥영경 2021-01-15 380
1062 2020. 9. 4.쇠날. 맑게 열었다가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20-09-21 380
1061 청계 닫는 날, 2021.12.26.해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379
1060 2021.12. 2.나무날. 맑음 / 우리 모두 늙는다 옥영경 2021-12-31 379
1059 2021.11.28.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79
1058 2021. 6.23.물날. 소나기 몇 차례 옥영경 2021-07-12 379
1057 2020.12.18.쇠날. 흐림 옥영경 2021-01-14 3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