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푹하면 이 길이 질퍽거려 어이 했을까,

적당히 얼었던 아침 땅이었다.

비 온다던 예보와 달리 맑았네.

 

명상정원 아침뜨에 들어 걷기 수행.

모두 밥못에 이르렀을 때

아래에서 기락샘이 습이네를 풀고 산책을 시작하려는 소리가 들렸다.

제습아, 가습아!”

그곳을 향해 습이들을 불렀다.

세상에! 저 아래 사이집에서 아침뜨락을 한가운데로 가로지르며 달려오는데,

무슨 전쟁통 모자 상봉도 아니고,

우리는 그렇게 만났네.

사람들이 죄 모여서서 있는 거 보고 주춤하기도 잠시,

주인한테 달려왔다. 서로 얼싸안았지.

 

수행방에서 아침수행 둘째마당.

몸 풀고, 대배 백 배.

타인과 생을 향해 오직 엎드리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기,

곁가지를 떼어내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걸어가기,

건강하기,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 새 학년도에 새로 살기,

그런 기도들을 담았겠지.

그것은 지난 한 해를 보내는 의식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과거는 보내기,

앞으로 오는 시간은 주인으로 살기.

 

아침을 먹고 돌아서자 갈무리 시간.

아침상을 물리고 시간 반이나 흘렀나,

갈무리 글을 쓰는 동안 나온 빵이며 샐러드며 과일을 도시락을 싸서

더러 먹거나 미처 못 먹은 이들에게는 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건네다.

먼저 나선 이가 버스를 잡고 있는 동안 절반은 올라타고,

절반은 희중샘 차편에 타고 영동역으로 떠났네.

헤어지기 섭섭하여 거기서 또 2부 모임을 가졌더라나,

볼링도 치고 맛난 것도 먹고 또 먹었다는.

이제야 기차에 올라요~”

저녁에야들 영동을 떠난다 소식 들어왔네.

뒷정리를 돕고 기락샘도 대전으로 가고.

 

엊그제 챙겨놓은 기사 하나 이 저녁에야 들여다본다.

흙밥 먹고 흙잠 자는 시간 빈곤 아이들 이야기였다.

청소년의 아침 결식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아침 식사 빈도가 줄어들수록 행복감이 줄고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채소, 과일, 우유를 덜 먹고, 햄버거 콜라 카페인은 점점 더 많이 먹는다.

9~17세 열 중 일곱이 시간이 부족하다 하고,

놀 권리는커녕 잘 자고 잘 먹을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시간에 쫓기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내던지는 것이 밥과 잠.

12~17세 절반이 수면 부족을 호소한다.

77.4%의 이유가 공부(학원, 과외, 야자, 가정학습),

그나마 12.9%는 게임, 채팅과 문자메시지 5.8%.

 

학교와 가정 어느 곳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도

계층을 넘어 시간에 쫓기는 시간빈곤 아이들,

흙밥과 흙잠은 또 서로를 강화하고 아이들의 삶을 악화 시킨다.

텔레비전과 유튜브에 먹방이 쏟아지고

SNS에 화려하고 먹음직스런 음식 사진은 넘치는데

아이들의 밥상은 날로 초라해져가고 있단다.

점점 더 많이 굶고, 점점 더 많이 패스트푸드를 먹고.

가족과 하는 식사는 드물고, 길에서 혼자 대충 때우고.

 

<청소년의 아침 결식에 따른 정신건강의 관련성>(2018) 논문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슬픔과 절망감을 느끼거나

자살 생각, 자살 계획, 자살 시도를 한 아이 비율은

매일 아침 식사를 한 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아침 식사 빈도가 늘어날수록 행복감은 증가하고 스트레스 감소.

아이들을 지켜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밥.

그런데, 아이들만 그러한가?

우리 모두 밥이, 따순 밥이 필요하다!

우리 밥 잘 먹은 사흘이었다.

물꼬가, 내가 지켜준 밥이었던 거다.

 

물꼬에서 모임이 끝나고 집에들 닿으면 잘 들어갔다는 소식들을 준다.

그런데 공식적으로는 취소된 모임이었다.

해서 다들 약조라도 했나, 문자로 소식들을 보내주었네.

이렇게 하여 2019학년도 일정이 마무리 되었나니.

모다 애쓰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36 2021.11. 2.불날. 맑음 / 그래서 MSG가 뭐? 옥영경 2021-12-15 376
1035 2021. 9.12.해날. 맑음 / 치목 첫날 옥영경 2021-10-28 376
1034 2021. 1. 1.쇠날. 눈발 사이 잠깐 해 / 연대의 길을 찾는다 옥영경 2021-01-18 376
1033 2020.12.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1-14 376
1032 2020.10. 8.나무날. 가끔 해를 가리는 구름 옥영경 2020-11-18 376
1031 2020. 9.13.해날. 갬 옥영경 2020-10-10 376
1030 2020. 8.23.해날. 아주 가끔 먹구름 머물다 옥영경 2020-09-16 376
1029 2020. 1.27.달날. 비, 질기게 옥영경 2020-03-03 376
1028 2022.10.12.물날. 맑음 옥영경 2022-11-03 375
1027 2022 여름 청계 닫는 날, 2022. 7.31.해날. 비 옥영경 2022-08-07 375
1026 2022. 2.21.달날.흐림 옥영경 2022-03-24 375
1025 2021학년도 겨울 청계(12.25~26) 갈무리글 옥영경 2022-01-08 375
1024 2021. 3.18.나무날. 눈썹달 옥영경 2021-04-27 375
1023 2020. 9.15.불날. 맑음 옥영경 2020-10-10 375
1022 2019.12.15.해날. 맑음 옥영경 2020-01-14 375
1021 2023.11.16.나무날. 비 옥영경 2023-11-25 374
1020 2023. 6.26.달날. 비 /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했다는 그대에게 옥영경 2023-07-31 374
1019 2022. 8.26.쇠날. 맑음 옥영경 2022-09-07 374
1018 2020.12.12.흙날. 맑음 옥영경 2021-01-10 374
1017 2020.11. 4.물날. 맑음 옥영경 2020-12-03 37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