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15.해날. 갬

조회 수 370 추천 수 0 2021.08.27 21:37:09


 

새벽 5시도 되기 전 달골 주차장에 차가 두 대 들어섰다.

조림 사업 때문에 들어왔다지.

산판을 하고 나간 뒤 소나무를 심었고,

그것들을 키우자면 풀을 베 주어야지.

요 앞 계자에 우리가 산오름이 있던 날 헤치며 나아간 바로 그 길들의 풀 말이다.

, 좀 더 일찍이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고생을 덜 했겠다 싶다가

그랬다면 우리 모험의 재미가 반감되었겠다 했네.

이래도 저래도 늘 최상의 조건이 되는 계자랄까.

 

날이네, .

아침 7시가 갓 지나 또 똑똑거리는 현관이었네.

전화기를 꺼두고 아주 편히 쉴 참이었던 지라

연락이 안 되니 집을 찾아든.

달골 오르는 길 가운데쯤 있는 댁, 그러니까 요 아래 아랫집에서

마침 들머리 공사를 한다고 트럭이 여러 차례 오갈 거라

차를 바짝 대문에 올려붙여 달라는 부탁이었네.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 지나야 농사짓는 밭으로 갈 수 있는 댁도

차를 거기 부려야 했고.

계자 끝나자 또 달골께가 부산했던 해날이라.

 

어제 들어왔던 아로니아를 살짝 데쳐 둔 것을 갈아

요걸트와 꿀을 넣어 낮밥 후식으로 냈다.

저녁에는 혼자 사는 이웃 두어 댁을 불러 밥상을 내다; 열무비빔밥

마침 우리 토마토도 넉넉해서 갈아 주스도 냈네.

복숭아 한 상자와 뜯어서 말린 고사리를 건네들 오셨더랬다.

 

17일에 계자 후 통화를 하자고 누리집에 글을 올리다.

그 말은 그때까지는 계자 기록을 다 올리겠다는 의지이기도.

너무 오래 끌 일들이 아니니.

계자 감흥이 식기 전에 글도 통화도 다 마치기로.

그래야 또 다음 걸음이 수월한.

멧골 책방이 이어진다, 주말마다. 그래 봐야 두 차례지만.

 

오지 않아도

밖에서 더러 물꼬 누리집을 보며 물꼬 소식을 챙기기도 한다는 물꼬 바깥 식구들.

최근 청계 소식을 읽고 글월이 하나 닿았다.

아직도 여름 청계에서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평상에 누워

하늘의 수많은 별과 별똥별, 은하수를 보던 모습이 생생하고 아주 예쁘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누리집의 물꼬에선 요새글 가운데 최근 자신에게 힘을 실어줬던 말을

다이어리 한 쪽에 아예 적어두었다지;

그러네, 간절함은 자기가 찾는 거야. 그러자면 힘이 있어야지.

힘이 있으려면 몸을 움직이고 경험들이 도움이 되지.

힘을 자꾸 내야 돼. 사는 일이 그래. 삶은 우리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그도 머잖아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네.

우리 모두 세월을 더한다. 한 생을 걷는다.

그리고 그 생은 어떤 색깔이었든 죽음으로 맺어진다.

 

이렇게 쉬어가는 때는 영화 한 편을 튼다;

스페인 영화 <빌로우 제로; Below Zero>(감독 루이스 퀼레즈, 2021)

재소자를 옮기는 과정에 그들을 태운 차가 습격을 받는다.

범인은 죄수들 가운데 한 청년을 내놓으라 하는데,

전직 경찰인 그는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이러는 걸까,

아니면 딸을 겁탈하고 죽인 자를 찾아왔다는 그의 말이 진실인 걸까?

영화 제목 때문이건 영하의 날씨가 까닭이건 전체적 톤이 약간 가라앉은.

스릴러에 가까운 장르 때문이었을지도.

저예산 영화 같은 느낌이나

이야기와 짜임새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히어로물을 날려버린다.

어떤 이는 평범해 보이는, 혹은 신파 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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