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형찬이는 오늘도
틀림없이 인천에서부터 혼자 전철타고 기차타고 왔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화 한 번 해봐야겄습니다요.
“니네 아빠 뭐하시냐?”
“상주대에서...”
“상주대에서 뭐 하시는데?”
“돈 벌어요. 65만원이나 25만원.”
“엄마는?”
“우리 엄마는요 만 원짜리가 지갑에 많아요.”
이 아이 앞에 서면
세상 근심걱정도 다 달아나겠습니다.

겨울 아침의 ‘해건지기’가 쉽지는 않지요.
찬바람을 가르고 이른 아침 고래방으로 건너와
더구나 온풍기를 틀었다고는 하나 공기 찬 곳에서
몸을 풀고 마음을 모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겝니다.
그래도 용하지요, 이 아이들.
곧잘들 따라하고 있습니다,
사뭇 진지하게.
동휘랑 동하는 둘이 틱틱거리며 집중을 못하는 듯하더니
그래도 넘들처럼 동작 하나 하나 따라하고 있었는데
그만 동휘가 미끌했지요.
곁에서 동하가 얼른 손 내밀어주더이다.

‘손풀기’ 첫날입니다.
샘들이 풍물악기 채들을 닦아 놓으러들 가고
(추운 데서 곤역이었을 겁니다)
모두 어영부영 준비가 더디고 있는데
형찬이랑 기현이랑 희중샘이 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꼭 정하지 않아도 마음을 내서 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건
마음을 퍽 흐뭇하게 합니다.
“정리를 어른들이 하지 않고
마음을 낸 사람이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동하가 맨 먼저 손을 번쩍 들었지요.
오달지게 시끄러운 우리의 동하선수
모든 걸 이렇게 만회했답니다.
민석이도 동하를 도와 방을 쓸어주었지요.

‘열린교실’.
‘뚝딱뚝딱’에 윤지 수진 채윤 윤정 민준 인영 세영이가 들어갔지요.
나무토막을 자르거나 못을 박는 기본을 익힌 뒤
거미줄제거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죄 가마솥방 모둠방들 복도의 거미줄을 치러 다녔지요.
보기 좋습디다.
요즘 어디서 잘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구요.
옛적 굴뚝을 청소하러 다니던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데요.
모든 사라지는 것은 늘 아슴한 그리움입니다.

‘다시 쓰기’는
요한 현우 형찬 대용 세훈 윤찬이가 신청을 했습니다.
“이거 할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슬쩍 엄포로 시작하는데
“나 머리 좋아요.”
형찬이 얼른, 바로, 손 번쩍 듭니다.
저건 또 환상인가 사실인가...
다들 머리 좋다고 하는 사이
윤찬이는, 아무래도 자기는 ‘조금’ 좋은 것 같다 망설이더니
정말 다른 데로 가버렸다나요.

재영 상원 호열 성열 서현 예현 성혁이는
단추랑 놀았습니다.
단추상자를 뒤집어 죄 쏟아놓고
단추감별사가 되어 색깔별로 분류부터 하고는
방들마다의 안내판을 만들었습니다.
“알아보기가 좀...”
어떤 글씨는 선명한데
또 어떤 글씨는 그 방의 이름을 알고 있는 우리끼리나 알아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지요.
그런데 재밌는 건 모두가 그예 그 글씨를 정확하게 읽겠다고
펼쳐보이기 시간에 목을 다 빼고 있었더이다.

송휘 채현이는 ‘한땀두땀’이었지요.
채현이는 원숭이인형을, 송휘는 큼직한 구름인형을 꿰맸습니다.
“실수가 많아서 싫었어요.”
잘하고픈 마음이 많은 채현이는 조금 속상해라 했지요.
한편 송휘는 큰 아이답게
바느질을 꼼꼼이 하고 있었더랍니다.

‘한코두코’에는 현주 재희 이정 동휘 세아 인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교실마다 돌며 어이들 준비가 돼 가는지 보고 있는데
현주랑 동휘가 달려왔지요.
이 교실을 맡았던 새끼일꾼 아람 민경이
첫코를 시작하는 게 생각이 안 난다며 애를 쓰는데
현주랑 동휘가 당장 그랬다네요.
“옥샘 불러 올까요?”
저는 오늘 꼼짝없이 거기 붙잡혀 보냈더랍니다.

그림책을 만들러는
태현 민석 하다 종훈 호열이가 책방에 모였습니다.
한껏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거라
별 어려울 것 없이 진행을 하고 있었지요.
작업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언제 저 녀석들이
잠시도 앉았지 못하고 벌떡벌떡 일어나는 놈들이라 하겠는가 싶데요.

하고픈 게 많은 아이들이면 ‘다좋다’를 가지요.
동하 일우 세혁 재우 수민 지훈 성건이가 있었습니다.
‘다좋다’를 어떻게 마늘까기로 끌고 갈 수 있을까
무열샘은 고민을 컸다는데,
부엌에서 필요하단다 했더니 간단하게 ‘하자’ 그러더라네요.
“마늘에 버섯이 기생해.”
“싹 잘라놓고 키워야겠다.”
에너지 넘치는 그들은 말로 그 힘 다 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슬슬 마음이 게을러질 무렵
성건이가 그랬답니다.
“끝까지 해야지 이름이 남는 거다.”

점심엔 작은 잔치가 있었습니다.
수민샘의 생일이었지요.
가래떡케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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