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조회 수 1906 추천 수 0 2004.10.14 20:25:00

"평화의 나라에 먼저 가 있을게 .
그곳에서 우리 만나자."
모둠방으로 들어서며 그리 말합니다.
밖으로 나갈 때도 그러지요.
강당을 가면서도 그리 합니다.
별 수없이 평화로워야할 걸요.
오지 않을려면 모를까,
온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와야지요.
누가 싸움을 걸 수 있겠는지요.
이렇게 또 평화를 만들고 있는 이곳입니다.
(어휴, 그래도 그 시간틈들을 비집고
왕창 싸워대는 우리 애새끼들입니다만.)

흙이 찰기가 덜해서
우리 아이들이 하는 배움방의 집짓기는 귀틀집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뭐 것도 나무와 나무 사이 흙으로 메꿔야 하니
흙을 다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테니까요.
베다놓은 낙엽송을 오전엔 내내 낫으로 껍질을 벗기고
오후엔 주춧돌 놓고 그랭이질하며 우물정자로 쌓아갔습니다.
그랭이 칼로 겹치는 곳을 그리고 자귀로 파내는 일에 어찌나 눈망울을 굴려들대는지
준형샘은 아주 조심스럽게 연장을 써야했지요.
우리 배움방의 감초 다섯 살 성준이까지도
말로는 집 한 채를 다 짓겠습디다.

저녁 먹기 전엔 땔나무를 좀 잘랐습니다.
농삿일 갈무리가 되고나면 나무 하는 게 일이겠지요.
"평화의 나라로 나 먼저 갈게."
꼭 해야는 건 아니니 빠져도 상관없겠으나
평화가 있는 나라에 같이 가고파 모두가 나섭니다.
표고를 길러내고 진이 다 빠진 폐목도 자르고
이제 더는 포도농사를 짓지 않겠는 밭에서 나온
포도나무들도 자르고.
'같이' 일을 할 수 있어 더한 기쁨이었습니다.
이걸로 지핀 아궁이가 있는 겨울은 얼마나 푹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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