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27.쇠날. 맑음

조회 수 293 추천 수 0 2022.06.24 10:34:24


어둑한 들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온 밤이었네.

엊그제 내린 비가 없지도 않았으나

살짝 겉만 적셔 포실포실 흙이 풀풀거렸다.

비의 기억 같은 건 없는 흙.

 

사이집 돌담 앞 으아리 지고 있었다.

살까 싶더니 살았고,

싱싱할까 싶더니 생생 살아

으악 싶게 꽃을 피워댔다.

붉은 색이었다.

그의 한철이 갔다.

아침뜨락 꽃그늘길 백장미도 피었다. 별달리 아끼는 꽃이라.

작년에 심었고, 아직 부침을 겪고 있으나 피었다!

나도 따라 핀다.

 

저녁에 물을 주었다.

어느새 어두워져버렸다.

더듬더듬 움직였다.

헤드랜턴 있잖아!”

식구가 말할 때야 생각났다.

내게 헤드랜턴이 있다마다.

야간산행이 아니어도 등산배낭에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건만.

사람이 이리도 확장이(뭐 대단한 확장까지도 아닐), 아니면 지혜라고 해야 하나,

참 그런 게 없다. 사람이 딱 그거, 그거 하나만 안다.

무식하게 산다. 간단한 물건 하나만 사도 생활의 편의가 엄청나게 높아지는 걸

그걸 모르고, 그걸 할 생각을 않는다.

심지어 있는 것도 쓸 생각을 잘 못한다.

반성 끝.

 

공룡능선에 동행했던 점주샘도 돌아갔다.

연어의 날을 같이 준비하자면 620일께 또 들어올 것인데도

보내는 마음이 늘 이리 아쉬운.

계자 아닌 학기 가운데 사람을 크게 맞을 일이면

그의 손발에 기댄 게 벌써 십 년을 넘어 됐던가.

오고가기 가깝지 않은 길, 편한 밤이시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6 2022. 5.21.흙날. 맑음 / 5월 집중수행 1차 끝, 2차 시작 옥영경 2022-06-19 309
655 2022. 5.22.해날. 맑음 / 설악산행 첫날 옥영경 2022-06-19 356
654 2022. 5.23.달날. 맑음 / 설악산행 이틀째, 공룡능선 옥영경 2022-06-19 483
653 2022. 5.24.불날. 맑음 / 설악산행 사흘째, 오색 옥영경 2022-06-24 307
652 2022. 5.25.물날. 살짝 흐리다 밤비 / 설악산행 나흘째 옥영경 2022-06-24 293
651 2022. 5.26.나무날. 맑음 / 설악산행 닷새째 옥영경 2022-06-24 288
» 2022. 5.2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293
649 2022. 5.28.흙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286
648 2022. 5.29.해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293
647 2022. 5.30.달날. 민달팽이처럼 소문 안 나는 걸음으로 다녀간 비 옥영경 2022-06-24 295
646 2022. 5.31.불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360
645 2022. 6. 1.물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323
644 2022. 6.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299
643 2022. 6. 3.쇠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2-06-25 373
642 2022. 6. 4.흙날. 흐려가는 하늘 / ‘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 걸음’ 옥영경 2022-07-06 328
641 2022. 6. 5.해날. 비 / 보은취회 닫는 날 옥영경 2022-07-06 328
640 2022. 6. 6.달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2-07-06 321
639 2022. 6. 7.불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22-07-06 306
638 2022. 6. 8.물날. 갬 / 이 노동이 허망하지 않을 수 있음은 옥영경 2022-07-06 354
637 2022. 6. 9.나무날. 낮 4시부터 소나기 40분 옥영경 2022-07-06 3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