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조회 수 317 추천 수 0 2023.08.05 02:30:26


밤새 잠으로 빗소리가 들었다.

아침만 해도 창대비 소리가 잠을 흔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수행도 밀쳐두고 나갔다.

아침뜨락에 들어 밥못에서 달못으로 내려오는 두 물관 가운데

밥못 바닥과 연결된 밸브를 잠그다,

밥못이 넘쳐 다 열어두었더니 바닥을 보이려 하기.

이것을 열고 닫으며 장마를 지나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금세 또 찰 것이니 그땐 또 열어두기.

 

면사무소 다녀온다.

새로 물꼬 영역으로 들어온 삼거리집’(일단 이리 부른다)에 딸린

5백여 평 되는 밭을 빌려 콩을 심었다. 좀 늦게 심긴 하였으나,

새들이 쪼아 먹고, 그나마 떡잎 난 것도 고라니가 온통 끊어먹었던.

마을의 한 형님 댁은 세 차례나 콩을 놓았다지.

우린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네.

그 밭도 농지대장을 만들어야 해서 서류 처리하러 다녀오다.

간단하게 몇 자 쓰면 되는 줄 알고 5시가 넘어 갔다.

...

내 사정과 형편이 있다면 그의 사정도 있을 테지.

6시가 다가오고 그들은 퇴근이 앞일 테다.

미안한 마음이. 내 일만 바빠 가지고는 그리 여유 없이 갔고나...

 

이번 계자 품앗이샘들 자리가 성기다 소문냈더니

여러 샘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들을 밀고 당기고 있었다.

아리샘도 출장 가기 전 며칠을 냈다고 연락을 해왔네,

저마다 삶이 있고 살아낼 일들이 있을 것을

모다 고맙다.

그렇게 물꼬는 또 여름을 건너간다.

 

신위를 2개 만들게 됐다. 간밤에 하다가 멈춰둔 일.

뭐가 필요하다고 살 생각도 잘 안하지만 바쁘게 쓸 일 있어.

두텁고 빳빳한 종이로 만들었다.

받침대 위로 살짝 기울기를 주었다.

나무처럼 칠도 하였네. 설핏 보면 나무같이도 보이는.

이런 것도 작은 자립의 삶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16 손가락 풀기를 기다린 까닭 옥영경 2004-07-11 1448
6415 7월 1일, 오늘은 무엇으로 고마웠는가 옥영경 2004-07-13 1431
6414 7월 2일, 우리는 동료입니다! 옥영경 2004-07-13 1465
6413 7월 2일, 그룹 <포도밭> 옥영경 2004-07-13 1423
6412 7월 2-3일, 안동출장 옥영경 2004-07-13 1516
6411 7월 3-4일, 지나샘 옥영경 2004-07-13 1514
6410 7월 4일, 우리는 옥영경 2004-07-13 1372
6409 7월 5일, 매듭공장 그리고 옥영경 2004-07-13 1405
6408 6월 22일 기록에서 빼먹은 옥영경 2004-07-15 1582
6407 7월 5일, 우리 아이들의 꿈 옥영경 2004-07-15 1486
6406 7월 6일, 고추밭 옥영경 2004-07-15 1497
6405 7월 6일, 감자밭 옥영경 2004-07-15 1325
6404 7월 6일, 넉넉함이 넉넉함을 부른다 옥영경 2004-07-15 1295
6403 7월 7일, 존재들의 삶은 계속된다 옥영경 2004-07-15 1412
6402 7월 8일, 새로운 후식 옥영경 2004-07-15 1342
6401 7월 8일, 그게 뭐가 중요해 옥영경 2004-07-15 1530
6400 7월 8일, 요구르트 아줌마 옥영경 2004-07-19 2530
6399 7월 8일, 마루 앞에 나와 앉아 옥영경 2004-07-19 1344
6398 7월 8일, 어른 없는 건 누구라도 좋다 옥영경 2004-07-19 1372
6397 7월 8일, 용주샘 전공을 살려 옥영경 2004-07-19 15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