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96 세쨋날, 8월 4일 물날

조회 수 1448 추천 수 0 2004.08.08 00:01:00

< 네게로 보내는 여름 사랑 >

휴가철이라 불쑥 찾아드는 이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계곡에 왔다가, 혹은 마침 휴가라 길을 이쪽으로 잡아서,
그러는 거 아닌 줄 전혀 몰랐다며
아이를 계자에 보내놓고 들이닥친 부모님하며
(내 부모를 못보는 다른 애들은요?)...
오늘은 KBS 청주방송 네 식구까지.
새로 물꼬를 소개하는 무슨 프로그램을 찍는 건 아니고
충북에서 폐교를 잘 쓰고 있는 곳들을 소개하는,
그러니 닫았던 문을 다시 연 학교인 물꼬이고 보니
빠드릴 수 없었던 게지요.
첫날 한데모임에서 어찌하면 좋을지 의논을 했더랬는데
저들은 상관없으니 어른들이 알아서 결정하라 합니다.
어른들 하루재기 시간, 촬영을 하지 말자는 쪽으로 기울다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갖은 제약을 들이미는 교육청에 대해
할말 많은 물꼬이고 보니 결국 하룻밤을 넘기고서
찍기를 허락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쇠날(8월 6일) 방영한다 하니
우리야 볼 수 없겠지만 본 누군가가 알려주겠지요.
아이들이야 하고픈 교실들 신청하고 들어오고 나가느라
어느새 그들 있는 걸 잊어버리고 말데요.

유달리 이번 계자 아이들이
거친 밥과 푸성귀들에 힘들어했더이다.
첫날 첫 밥상에 뵈지 않는 애들이 열은 되었다니까요.
지난번의 현장르포 방송 뒤 선배 하나가 그러데요,
아마 나물 무쳐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거기 보내고 싶은 마음 많이 들 부모 좀 될 거라고.
어느 이는 아토피때문에라도 거기 보내고픈 부모 꽤 될 거라고
(실제로도 그런 문의전화가 적지 않고).
이곳에선 농약 없이 길러진 제철 채소며
산에 들에 저들끼리 자란 잎사귀들이며
누리끼리한 현미에 잡곡을 섞은 밥이 늘 오르지요.
맛, 그거 세치혀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실제 잘 먹어보면 그 재료들이 내는 맛에
어쩔 땐 신의 존재를 생각해보기까지 하지요.
정말 우리들의 밥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겠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광고로, 혹은 사회적 편견으로, 혹은 입맛을 자극하는 온갖 첨가료에 버무려진)
채운다는 밥상 말입니다
밥은 탄수화물만 있어
살찌우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는 오해는 얼마나 깊은지,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까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소화흡수율까지 높다지요.
고기를 자주 먹이지 않으면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미신(?)은 또 얼마나 맹목적인지,
아이들 초경이 빨라지고 조숙하고 몸집이 좋아진다,
그것이 건강의 지표와 상관이 있기는 한 건지,
심지어 고기가 반찬없음의 대안까지 되기 일쑤 아니더이까.
사흘이 되어서야 비로소 먹는 게 나아졌습니다.
많이 먹어요.
하기야 먹을 게(파는 것들 말입니다) 없으니 별수도 없지요.

오늘은 들에서 약에 대한 공부도 잠깐 했네요.
아이들이 여럿이니 어느 하나라도 안아프고 가는 계자가 없으니.
누가 아파서 오지요,
그러면 혹 마음 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나,
엄마가 보고픈 건 아닌가,
먼저 살핍니다.
불편한 마음이 불편한 몸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게 아니면 저 위쪽 흙탕물이 아래도 흐르며 맑아지는
물이 가진 자정력이랄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우리몸도 그런 힘이 있을 거라고 기다려보자 합니다.
그러다도 안되면
우리 몸이 자연에서 왔으니 문제해결법도 그 안에 있으리라,
그래서 나무에서 풀에서 음식에서 약을 만들어 씁니다.
그것도 들지 않을 때에야 파는 약을 쓰는 거지요.
(물론 상태에 따라 약 먹고 병원 가고야 왜 안하겠는지요.
무식하게 애를 잡기야 하겠는가 말입니다.)

보글보글방에서는 쑥개떡과 감자떡, 약과가 덧붙여졌습니다.
하루 익힌 게 있으니 뭐가 달라도 달랐겠지요.
저마다 훨 맛나다 합니다.
늘 그렇듯 자기 모둠이 한 게 최고라는 도취도 잊지 않지요.
그러게 반찬투정하는 녀석이 있으면
(어머님들!) 같이 만들어요,
그러면 어쩝니까, 제가 한 것 빼도 박도 못하지...
어제는 화채가 맛이 좀 이상타던 아이들이
오늘은 너무 맛있다며
역시 옥샘이 하니까 그렇다는 둥 까닭도 많은데
어제 화채를 맡았던 기표형 먹고 또 먹으며
자꾸 우겼지요, 끈질기게 주장했지요.
"똑같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요."
"같은 수박에 같은 오미자 국물에, 뭐가 달라?"
"에..."

낮시간 짜투리엔 손말도 익혔고
점심 때건지기와 한껏맘껏 끝에는 낮에 하는 대동놀이 한 판 있었지요.
"네게로 보내는 여름 사랑"
제목 땜에 더 점수를 땄더라지요.
이 더위에 운동장 한가운데서 이어달리기를 하며
물 뒤집어쓰고 또 쓰며 놀았습니다,
지나는 소나기는 소나기고
금새 물이 그리운 땡땡한 볕이니.
물꼬의 대동놀이에 늘 탄복하는 아이들이지요,
첫날 몸이 좀 불편해서 보기만 하던 소정이도 그랬더이다.
"보기만해도 너무 신났어요."
오직 그것 때문에 온다는 아이들이 다 있으니...
저녁 대동놀이는 토끼랑 닭들하고 놀았습니다.
사냥꾼도 있었고 늑대로 있었더라지요.

열린교실은 포장지 만들기도 더해졌지요.
호연이 수연이 승호 윤호 용수 재웅이가
새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한지를 놓고 구도하듯 꽃잎을 그렸더라지요.
호연이는 어찌 그리 여물게 그리던지요,
수연이는 별 의욕없어 뵈더니
연습이 끝나고 실제 그림판을 주었더니 진가를 발휘하고,
승호는 맘껏 그리고 앉았고,
용수는 그야말로 열심히 애를 쓰고,
윤호는 윤호대로 제 식으로 성실하게,
그리고 재웅이는 좀 그려봤다는 사람처럼 자세가 나왔더랍니다.
사촌 승호를 챙기느라 제 누릴 게 모자랐을 소정이,
사흘이 되니 비로소 승호는 혼자 교실을 들어갔더랍니다.
열중하며 서예가들처럼 앉았으니
이녀석도 저녀석도 기웃거리며 한 번 해보면 안되냐 합니다.
새끼일꾼 미연이형까지.
"선생님, 내일도 이거 해요?"
기웃거리던 지선이 그랬지요.
내일은 안할라 그랬는데 지선이 땜에 열어야겠습니다.
열린교실들을 하며 오늘은
'다양'함이 주는 장점에 대해 생각했지요.
배움이 다양할 필요가 있겠더라,
아이의 영역, 특기, 그에 대해 보다 많이 이해하게 되더라...

넓어지는 교실은 지나는 소나기에도 넓어지고 있다지요.
좀 더 넓혀서 낼 얘기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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