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을 보겠다고 책방 바깥문 앞에 걸터앉아
눈이 시리게 해를 보고 또 보지만
지구 남쪽에서나 볼 수 있겠다던 현상이었지요.
"눈만 베렸다!"
물꼬에는 우렁 각시 하나 삽니다.
아니 여럿 삽니다.
그가 모두방을 싸악 치워놓기도 하고
저녁모임을 위해 방석도 깔아둡니다.
누굴까 때마다 짐작이 아니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도 자신을 말하지 않고
우리 또한 그저 고마움으로
어느 날엔 자기도 우렁 각시가 되리라 합니다.
'겪은 일쓰기'가 중심이던 아이들의 일기가
사유의 영역으로 보다 넓혀집니다.
깊어가는 가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공동체에 대해서,
갖가지로 제 생각들을 털어놓습니다.
부엌에서 저녁을 먹은 나현 정근 혜린이 류옥하다가 둘러앉아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싸우고 전쟁을 할까, 화는 왜 내는 걸까?"
제 생각들을 한창 나누고 있었지요.
그때 한 어른이 소리를 쳤더랍니다.
"너는 씻으러 안가?"
말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지만
때로 그런 순간엔 얘기의 진행을 보는 것도 재밌겠는데 말입니다.
아쉬웠지요.
"오늘 그대는 (다른 이와)무엇을 나누었습니까?"
요새 하루를 돌아본 뒤 이어지는
깊이보기에서 다루는 중심생각은 이러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