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흙날 눈바람, 101 계자 닫는 날

조회 수 1339 추천 수 0 2005.02.02 01:49:00

1월 29일 흙날 눈바람, 101 계자 닫는 날

이제 일곱 살을 갓 넘은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네가 방 청소를 한 거라며?"
"아니요, 다른 모둠 선생님이 (모둠)선생님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가 봐요."
어쩜 어른 같이 말하네,
재밌어라 보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어쩜 어른들의 모습까지 쉬 왜곡하냐고
끔찍해라 하는 이도 있었더이다.
그런들 어떤가요.
누가 그의 생이 어디로 갈지 알겠는지요.
이곳에 다시 오며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아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눈을 어찌 다 믿겠는지요.
나는 어떤 아이를 이리 보는데
다른 이는 저리 보기도 합니다.
누구 눈을 진실이라 장담하겠는지요.
더러 부모가 전한 모습이랑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젤 자식을 모른다 싶지요.
그러나 그 아이의 세월에 온전히 관여한 부모는
누구보다 자식이 형성한 모습을 잘 이해하는 이 아닐지요.
굳이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어째 저 모양으로 키웠을까,
속에 불이 나는 아이도 있다지만
아이에게 드러나는 모든 모습의 책임은 어른 몫 아닐지요.
그들이 가진 이기도 그렇고
그들이 가진 폭력도 그렇겠습니다.
간혹 부모에게 억눌린 아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저 부모는 알려나 싶지만,
모른다 하더라도 것도 부모 자식 연 안에서 숙제 같은 거겠지요.
시간을 두고 보아도 될 일입니다.
다만,
우리가 아이들 일에 굳이 마음 빠르게 가타부타하는 것은
이 아이들의 어린 날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훌쩍 자라버린단 말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고
그래서 나서게 되는 거지요.
우리가 하는 대로, 우리가 사는 대로,
그들이 닮습니다.
잘 살아야겠지요.
아이들을 보낸 이 밤에
또 다시 우리 자신, 나 자신을 점검합니다.
나는 이 우주를 거스르지 않고 살고 있는가...

예, 아이들이 나갔습니다.
꼭 마흔의 아이들과 열 둘의 어른이 함께 했지요.

"기차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
슬쩍 엄포를 놓았더니 잽싸게들 움직이는 아침입니다.
"마친 보람!"
새삼스레 귀한 우리들의 졸업식이었지요.
복도에 주욱 늘어서서 한 사람 한 사람
혹 쌓였을지도 모를 서운함도 훌훌 털자 합니다.
"해인아, 어쩜 그렇게 밝을까..."
"야무치더구나, 엄마가 잘 키우셨더라..."
혜린이도 봅니다.
"지은아, 지혜야, 정말 울음이 줄어들더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냐 전해주지요.
"사랑해, 네 도움이 컸어, 정말 멋진 아이야."
새끼일꾼 몫을 해주던 영운이네요.
재홍이랑 재우가 티격태격입니다.
"어허, 집안싸움은 집에 가서 하라니까."
말이 길던 명우,
누나를 지켜주어야 하는 일념의 사나이 찬슬,
그렇게 제 목소리 잘 내는 아이인줄 미처 몰랐던 청민이,
의젓하고 배려잘하던 경표,
잘해야 하는 생각이 큰 수다쟁이 창준,
샐쭉하다 여겼으나 누구와도 잘 어울리던 의로,
씩씩한 의리의 사나이 현수,
찬 듯 보였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던 현철,
절대로 자신의 것을 포기할 수 없댔으나
결국 다른 이를 위해 나무를 하고
누구보다 나눔의 기쁨이 컸다던 정원, 민재, 한결,
마지막까지 너무나 진지하던 용균,
막내로 한껏 누렸던 창욱이,
참한 언니역이었던 효빈이,
콩 따로 야채 따로 꼭 가려놓던 준희,
"형이 글집 없대요."
"어쩌지, 버스는 어찌 탈라고?"
그제야 가방을 눕혀 글집을 꺼내는 준영이었습니다.
귀찮아서 안꺼내고 있었던 게지요.
자기 있는 곳에서 가장 시간을 잘 쓰고 즐긴다 싶던 동희,
거의 타잔이었던 일다,
좋은 언니로 두루두루 이웃을 살펴주던 은비,
"안 닮았죠?"
따로 있어 자매인 줄 더디게 알았던 아리와 아진이,
현수랑만 놀줄 알았는데 다른 이들과도 재밌었다는 태준이,
좋은 우정을 발견한 차영,
목소리가 낮았던 경태,
움직임이 더뎠으나
자매끼리는 제법 툭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소진이와 소하,
입이 발랐던 현재,
정원이랑 내 붙어 있더니 어느새 관계를 넓혀가던 희선이,
너무 어른 같아서 귀엽되 징그럽기도(?) 했던 성빈이와 현빈이,
오래 기억될 것 같은,
별로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제 몫하며 배려 깊은 아이 원석이,
그리고 공동체 아이 류옥하다,
불편한 곳에서 잘 지내주어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너희들이 있어 나 또한 즐거웠노라 했지요.

가마솥방에서 도시락을 먹고 나가려는데
눈비 뿌립니다.
"글집에 도장 다 받았어?"
언질을 받아 재치 있게 겁주려 마이크를 잡은 기사아저씨의 말에
난리가 납니다.
짐칸에 뒀다고 가지러 내려간다 일어도 섰지요.
"알았다."
글집 도장이 버스표라 하였으니...
그렇게 한바탕 마지막 웃음들을 터뜨렸더랍니다.

어느새 눈비는 눈보라로 변했습니다.
12시 30분에 처리해야했던 공문으로 서둘러 들어오느라
떠나는 마지막 버스길을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을 만들지요.
남경샘 숙희샘 이근샘 상수샘 효립샘 정화샘이 남긴 게 많았습니다.
어데 교육 다니며 배운 것들 좀 꺼내라는데
물꼬에 다 있다 합니다.
잘한다 잘한다 해주셨네요.
구석구석 꼼꼼하게 너른 마음으로 고운 마음으로 잘 보아주셨습니다.
물꼬가 좀 나아졌다면
샘들 덕임을 기억하겠습니다.

샘들 하루재기에서 나눴던 몇 얘기를 다시 곱씹습니다.
스스로 평화로워 그 평화를 멀리 나누자,
지옥같은 마음의 뿌리가 상처를 주는 상대가 아니라 나는 아닌가,
깨어있자,
문제는 역시 관계가 아니더냐,
어떤 갈등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다,
정작 내가 감정이 아니라 진리로 옳은가가 설득의 핵이다,...

애쓰신 품앗이 샘들,
샘들이 더 너그럽길,
혹여 마음이라도 언잖은 일이 있었걸랑
모자라서 그렇겠거니 하소서.
그래도 이 일,
내가, 우리가, 분명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거라는 확신으로 가지 않던가요.
나아지겠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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