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30.쇠날. 비

조회 수 1148 추천 수 0 2009.02.06 16:00:00

2009. 1.30.쇠날. 비


해가 바뀌더라도 설을 지나야 비로소 새해다 싶습니다.
받기만 하던 설인사를 이제야 전합니다.
오랫동안 소식 없는 품앗이일꾼 아리샘한테도
문자를 넣습니다.
같이 있으면 그가 들려주는 그 재미난 긴 말은
얼마나 사람들을 즐겁게 하던지요.
답이 왔습니다.
‘...할 말이 많아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해서요. 기도하듯 샘이름 부르면서 마음으로 편지 많이 쓰고 했습니다. 보고 싶어요.’
그건 아리샘의 말이 아니라 정작 제 말이었지요.
그래요, 보고 싶습니다.
이대 강연을 가서 대학 1학년이던 그를 처음 만났던가요.
특수교사가 됐고 그러고도 수년이 흘렀습니다.
십년을 넘고 다시 십 년을 채우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세월동안 물꼬의 계자를 같이 꾸린 이이지요.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사람들,
물꼬가 그래서 더욱 소중합니다.

시험을 치른 이들의 소식도 듣습니다.
대학을 가거나 유학을 가거나 직장을 구하거나
원하던 대로 되기도 하고
바람이 전혀 다르게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위로 한 줄 건네주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저 마음이 더 무거울까 하여.
아무쪼록 절망하지 말길,
혹여 절망하고 있다면 공감이 가는 글 하나가 도움이 되려나요.
홍세화샘의 글 가운데서 옮깁니다.

‘사람은 칠흑처럼 앞날이 보이지 않을 때 절망한다. 무척 어두운 얘기지만 고문당하는 사람이 결국 허물어지는 것은 고문이 고통스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고문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어느 시점에 고문이 끝난다는 전망이 있다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문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 고문자가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토해내지 않으면 ƒP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결국 두 손을 들게 된다...
그럼에도 절망은 기회이고 약이다. 달리는 나를 멈추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절망은 욕심과 고집에 따른 관성을 멈추고 이성과 의지의 힘만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제동장치다. 때론 서서히 때론 벼락처럼 무자비하게 가혹하게 다가오는 절망은 안온함에 젖은 우리 영혼을 불안의 나락으로 밀어낸다...
소신과 고집, 신념과 탐욕, 욕망이 뒤섞인 채 인식하든 아니든 “이것이다.”라고 마구 달리는 인간을 불러 세우는 것, 그것이 절망이다...
무엇으로부터 단절을 벗어나는 길은 철저히 나로 돌아와 나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비록 강제로 주어지긴 했지만, 후회와 반성만이 아닌 나를 찾기 위한, 쉼표와도 같은 것이 절망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 절망의 깊이만큼 내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절망하라, 그리고 일어나라.
그런 뒤 뚜벅뚜벅 걸어가라, 사실 별 다른 길도 없으니까.
달래 무슨 말을 더 해줄 수 있으려나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856 2017.12. 6.물날. 아침 눈 옥영경 2018-01-11 722
1855 2017.12. 7.나무날. 눈 내리는 아침 / 예술명상 마지막 수업 옥영경 2018-01-11 739
1854 2017학년도 바깥수업 예술명상 갈무리글 옥영경 2018-01-11 777
1853 2017.12. 8.쇠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708
1852 2017.12. 9.흙날. 흐리고 눈발 / 感銘(감명)이라 옥영경 2018-01-15 706
1851 2017.12.10.해날. 잠시 다녀간 우박 옥영경 2018-01-15 756
1850 2017.12.11.달날. 눈 / 골짝을 채우는 별스런 울음 옥영경 2018-01-15 715
1849 2017.12.12.불날. 맑음 / 장순이 가다 옥영경 2018-01-15 736
1848 2017.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732
1847 2017.12.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695
1846 2017.12.15.쇠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8-01-15 704
1845 2017.12.16.흙날. 가끔 흐림 / why not! 옥영경 2018-01-15 724
1844 2017.12.17.해날. 맵긴 해도 맑은 / 연어의 날이 생각났는데 옥영경 2018-01-17 830
1843 2017.12.18.달날. 잠깐 눈발, 오랜 바람 / 아름다운 시절 옥영경 2018-01-17 778
1842 2017.12.19.불날. 아침 눈, 그리고 볕 옥영경 2018-01-17 769
1841 2017.12.20.물날. 푹하기도 하지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옥영경 2018-01-17 892
1840 2017.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8-01-17 860
1839 2017.12.22.쇠날. 맑음 / 새집에 들어온 선물이 그것만 있을까만 옥영경 2018-01-17 963
1838 2017.12.23.흙날. 맑음 / 다녀와서도 이 일이 중심이 아니도록! 옥영경 2018-01-17 951
1837 2017.12.24.해날. 비 옥영경 2018-01-23 99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