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13.흙날. 맑음

조회 수 639 추천 수 0 2019.05.12 22:27:44


여행이 따로 없었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죽기 좋은 날은 살기도 좋은 날,

날 좋은 날은 일하기도 좋은 날, 일하기 좋은 날은 놀기도 좋은 날.

벗이랑(학부모이자) 함께 물꼬를 향해 오는 길이었다.

또래라는 건 같은 시대를 관통했다는 것이고

단순히 개인사를 넘어 역사적 사건에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반백 년 넘고 보면 생에 대한 제각각 지닌 깨달음도 있을 만했다.

있는 얘기 없는 얘기들이 다 딸려나오고 있었다.

간밤 인천의 한 빈소에 들렀다.

마침 오늘 물꼬로 들어오기로 한 분 댁이 그 인근이어

야삼경에 깃들어 묵었더랬네.


내려오며 지인이 하는 홍차가게에도 들러 만발한 벚꽃 아래 차도 마시고

장도 보고,

동행인은 학교 아저씨를 위해 휴게소 호두과자도 샀다.

어느새 황간역에 주차해두었던 내 차에 이르렀네.

어제 오후 기차에 올라 상경했던.


작년 암투병을 했던 학부모였다.

다시 머리가 나고 있어 쓰셨던 모자는 내게 벗어주셨네.

햇발동 2층에서 잠시 숨 돌리시는 동안

공사 끝낸 시멘트먼지 청소를 또 한 차례 했다.

벌써 여러 번 했던 일이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선반도 그대로 있고,

다용도실 벽은 바닥도 맨몸이지만,

바닥을 쓸고 닦고 청소기를 또 돌리고.

먼지 닿였을 이불들도 이참에 다 끌어내

이어달리기처럼 빨래통으로 보내고 있다.


저녁을 먹고 올라온 햇발동 거실에서 아이에 대한 상담.

행동지침으로 마무리 되다.


1. 호흡 두 차례: 아이에게 말하기 전

                  날 것 그대로의 내 감정이 화살처럼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

2. 제안하기: 내가 결정한 걸 지시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을 제안하기.

              그 말은 그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상정해야 한다는 의미.

3. 받아들이기: 그래도 우리는 어른, 오직, 오직 안아주기, 받아들여주기.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을 향한 자세를 다시 생각노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676 2019 여름 청소년 계자(2019.7.20~21) 갈무리글 옥영경 2019-08-17 581
1675 2019. 7.22.달날. 갬 / 별일들 옥영경 2019-08-22 490
1674 2019. 7.23.불날. 가끔 해 / “삶의 이치가 대견하다.” 옥영경 2019-08-22 517
1673 2019. 7.24.물날. 가끔 해 / 깻잎 깻잎 깻잎 옥영경 2019-08-22 515
1672 2019. 7.25.나무날. 밤새 비 다녀가고 아침 멎다 옥영경 2019-08-22 495
1671 2019. 7.26.쇠날. 비 옥영경 2019-08-22 477
1670 2019. 7.27.흙날. 아침 볕 잠깐, 다시 비, 흐림 / 긴 그림자 셋 옥영경 2019-08-22 518
1669 2019. 7.28.해날. 비 추적이다 멎은 저녁답 옥영경 2019-08-22 468
1668 2019. 7.29.달날. 맑음 / 삼남매의 계곡 옥영경 2019-08-22 537
1667 2019. 7.30.불날. 맑음 / 164 계자 준비위 옥영경 2019-08-22 486
1666 2019. 7.31.물날. 맑음 / 날마다 하늘을 밟고 사는 이 옥영경 2019-08-22 549
1665 2019. 8.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9-08-22 529
1664 2019. 8. 2.쇠날. 맑음 옥영경 2019-08-22 518
1663 2019. 8. 3.흙날. 맑음 / 164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9-08-22 667
1662 164 계자 여는 날, 2019. 8. 4.해날. 맑음 / 2년을 넘어 다시 피는 계자 옥영경 2019-08-30 724
1661 164 계자 이튿날, 2019. 8. 5.달날. 맑음 /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옥영경 2019-08-31 718
1660 164 계자 사흗날, 2019. 8. 6.불날. 흐려가는 하늘 / 자유는 어떤 바탕에서 힘을 발하는가 옥영경 2019-08-31 695
1659 164 계자 나흗날, 2019. 8. 7.물날. 갬 / 걸으면서 열고 걸으면서 닫았다 옥영경 2019-09-08 637
1658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588
1657 164 계자 닫는날, 2019. 8. 9.쇠날. 맑음 /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옥영경 2019-09-11 61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