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3.달날. 간 밤 눈 내린 뒤

조회 수 1376 추천 수 0 2007.12.27 00:15:00

2007.12. 3.달날. 간 밤 눈 내린 뒤


맑았던 하늘에
저녁답에는 추적이며 비 내렸습니다.

낙엽방학을 끝낸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12월,
모두에게 그렇듯 이 산골 우리 아이들에게도 갈무리의 달입니다.
한 해 할 것 다 하고
먹고 놀고 춤추는 ‘잔치의 달’이지요.
마지막 두 주를 어찌 보낼까 하는 의논을 시작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그간 아이들이 각자 쓰기를 해오던 장편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또 그것을 말로 줄거리를 추려봅니다.
학기 중에 하려다 넘긴
‘화선지 태워 표현하기’도 틈을 내서 했지요.
모기향으로 화선지를 태우며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점심께는
군청의 건설교통과에서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가서 어떻게 도울 게 없나 살펴보고 오라며
군수님이 보내셨다 합니다.
“화장실도 아직 재래식이고...”
“창도 단창이라...”
둘러보고는 심란해들 했지요.
어찌 이러고 사나,
오데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싶은 막막함이겠습니다.

오후에는 장화를 신고들 모였습니다.
고래방 뒤란 너머 동쪽 개울에
노란 콘티(구멍 숭숭한 플라스틱 큰 상자)를 담갔습니다.
안에는 은행이 채워져 있지요.
아이들이 콘티 안으로 들어가 살살 밟아 아래로 보내면
어른들은 바가지로 찰찰 껍질을 물에서 훑어내고
알맹이를 건져냈습니다.
균형을 잃어 아이들은 곧잘 넘어졌고
힘 조절이 어려워 은행알은 또 툭 하면 바스라졌지요.
‘너무 발에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었다.’
아이는 일기장에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딴엔 은행을 보호하려니
힘이 들어갈 밖에요.
그러니 힘들 밖에요.
이 아이들에겐 겨우내 참으로 맛난 은행이 될 겝니다.
제 손으로 거둔 것들이 또 하나 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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