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9.쇠날. 미세먼지로 뿌연

조회 수 236 추천 수 0 2024.01.07 10:47:25


학교아저씨가 강돌과 모래를 삼거리집 동쪽 창 아래 옮겨주시다.

콘크리트 바닥이라 그렇게라도 흙 꽃밭을 두고팠던.

어제 산 인형들과 플라스틱 꽃이라도 놓으려 한다.

이 골짝의 겨울은 스산하기 더한데

그런 것 하나라도 있으면 드나드는 마음이 더 나을까 하고.

 

도시로 나갔다가 세차장에 들리다.

이 멧골에서는 집 앞 개울물로 하는 세차.

식구가 차량 하부세차도 하는 기능이 있다길래.

염화칼슘을 뿌려대는 일이 잦자 그런 기능도 생긴 모양이다.

이걸 하면 저게 오고 저것이 또 다른 것을 부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을 그리 걱정할 게 없을지도 모른다.

대안, 그 낱말이 그런 의미 아니던가.

언제나 대안을 만드는 사람의 일이라.

그런 의미에서 요새는 낙관적이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기울고 나면 회복하지 못하고 넘어지고 마는 것도

또한 사람의 일이라.

대표적인 게 환경문제일.

 

해가 가도 한해를 톺아봐야겠다기보다

다음 해로 스르륵 이어가 그저 직선 위의 점 하나로

어제 같고 오늘 같은 연말이라.

예전에는 연말과 새해로 이어진 겨울계자였고,

요즘은 1월 초에 하는 계자인데,

그 준비로 또 묻히는 송년이라.

탁상달력을 치우려 수첩에 기록을 옮기다가

한해를 훑어보는 일 되었네.

물꼬의 기본 일정들(계자, 빈들모임, 집중수행, 멧골 책방, 연어의 날, ...)에다

상담들이야 늘상 있는 일이고.

학교의 가장 큰 사건이라면 교육청과 군청과 오간.

리모델링 건으로 지자체에서 12월에야 바삐 설계가 들어갔다.

건축물 에너지 절약기준에 준한다니 아주 최소한의 변화이겠지만.

마을 안에 주거지 하나가 확보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

정말 필요한 일이 생겼고,

기적처럼 삼거리집이 물꼬 품으로 왔다.

구두목골작업실(달골 목공실과 농기구실과 공부방)도 마련했다.

금오산 설악산 대둔산 달마산 민주지산을 드나들고,

용대리 황태덕장에서 열흘 일하고,

새로운 소리를 받았고, 빵을 굽고, 바느질을 하고, 인형을 만들고, 뜨개질을 하고,

농기계수리센터에 기술교육을 다녔다.

보은취회에서 차를 달이는 거며 몇 곳에서 차를 달여내고,

황궁다법 시연도 수년 만에 다시 보였다.

꼭 만나고팠던 국회에서 일하는 상인샘이며

서울에서 대를 이어 헌책방을 하는 종명샘과 그의 오랜 지기 록삼샘도 봤다.

우리 모두 누군가를 만나 기뻤고 헤어져 슬펐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냈다.

모다 욕봤다.

 

2월에는 인도를 가려.

굳이 거기까지 가서 수행해야 한다거나

그 먼 곳까지 가서 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거 안 한다.

내가 여깄는데 어디 가서 나를 찾는단 말인가.

그저 갈 때가 되었다는 마음이 들었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꼬로서는 건물 리모델링이 또 큰 변환점이 된.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가려는 공동체에 선배의 벗이 있었다.

어디 갈 때 굳이 한국사람 찾지 않는다.

서로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이제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공유하고,

그리고 80년대 뜨거운 한 시절을 함께한 이들로서 인사를 건네다.

하룻밤 쯤은 그 댁에서 묵으리라 한다.

마침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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