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3. 흙날. 맑음

조회 수 1327 추천 수 0 2008.05.16 00:35:00

2008. 5. 3. 흙날. 맑음


남정네들은 목욕을 가고
아이랑 저는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가방을 챙긴 아이가
그만 널려있던 엄마 수영수건을 못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걸 수영장 앞에서 알아차렸네요.
“괜찮아. 알아서 할게.”
안되면 그냥 옷 입은 채 말리면 되지요, 날도 좋은데.
그런데 수영장을 나올 무렵 아이가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사람들한테 수건을 보낼까 하고...”
“어른이니까 어떻게든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마...”
엄마를 지키러 가야한다고 어린이집에서 울었던 적이 있는 아이입니다.
아빠가 시카고에서 다섯 해를 보내며
말마다 아빠 대신 엄마를 지키라고 해준 이야기가
너무 큰 무게로 어깨에 얹혔던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들기까지 하데요.

텃밭에 있는 것들을 좀 솎아냅니다.
지나는 어르신들이 들여다보고는 늘 걱정이 많지요.
아욱이 영 부실합니다.
가물기도 해서이지요.
여러 번 솎아 겉절이 샐러드에 쓴 청상추 적상추 열무 백옥무 쑥갓은 괜찮은데,
시금치도 너무 촘촘합니다.
“비료를 좀 뿌리지?”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할머니들의 조언.
글쎄요, 좀 더 두고 볼 량입니다.
그런데 토란이 영 소식이 없네요,
그늘진 곳이 꼭 습한 곳은 아니니.

“여보, 얘 봐라, 요새 정치하겠단다.”
세 살 때부터 버스기사가 꿈이었던 아이는
산악인이기도 한 버스기사가 된다더니
요새는 정치를 해볼까 생각중이라나요.
“이명박 하는 꼴을 보니...”
참내,
이럴 때 너나 잘하라고 핀잔을 주어야 하는 건지 어때야는 건지, 원...
“그전에 나라 다 망해먹겠다야.”
아빠의 말을 또 아이가 받습니다.
“쇠고기 파동 말야...”
그러다 광우병 걸려 국민들이 죽으면 대운하에 다 파묻는다는
이명박괴담도 나오고...
이 산골에 살아도 아이는 신문을 통해 혹은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계를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야 좀 덜하지만
앎의 영역이야 좁지 않을 수 있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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