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7.물날. 맑음

조회 수 418 추천 수 0 2021.02.12 23:51:28


 

그제 군청 안전과에서 왔던 전화, 그리고 어제의 현장실사,

이어 오늘은 면사무소에서 연락이 이어진다.

이럴 줄 알았다.

같은 말을 또 얼마나 반복해야 할까.

그래서 이미 안전과 담당자에게 전한 말이 있었다.

같은 전화에 몇 차례나 같은 말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하여 처음 왔던 담당자에게로 다 연결해주다.

무슨 일이었던고 하니,

167계자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대구와 광주의 비인가 기숙대안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제도 밖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어졌던 것.

조용히 2(자가격리인 셈인)를 기다렸다가 계자 기록과 사진을 올릴 계획이었는데

조용하기는 어렵게 되었네.

군청에서는 보건소에 들러 진단검사를 하려는 권고가 다시 날아들었다.

 

중등 임용 2,3차를 치른 품앗이샘 하나의 연락.

욕봤다.

시험은 실력만으로 안 되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던 그였다.

성실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품성으로 보나

그는 일찍 교단에 서야 했다.

세상에 마땅한 일들이 있는데, 그의 합격이 그것이라 믿는다.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될 터, 오늘은 부디 발 뻗고 자길.

물꼬 사람들 소식을 주고받았다.

기록으로 옮기지 못한 사건 사고들도.

전화가 끝날 무렵이었다.

옥샘,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뭔지 아세요?”

, 그가 앞자리 3을 단 세대에 진입했다는 것이었다.

!

그의 20대를,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보았다. 눈부셨던 그 때를.

나는 이럴 때마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아름다운 청춘을 기록해주어야겠다고.

오직 선한 의지 하나로 모였던 우리들의 시간을,

그들의 애씀이 허투루 새지 않게 기록해주어야 한다.

때로 사람들은 떠났고, 또 돌아왔고, 영영 오지 않기도 했다.

헤어진다면 그가 성장했거나, 내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때 나를 구원했던 것이 나를 억압하는 때가 온다. 숙명이다.

내 성장 때문이거나 대상이 변질되었거나 상실되었기 때문.

우리는 그것들과 헤어지거나 최소한 거리를 두어야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그 대상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좋은 관계는, 그런 시기를 지나 다시 관계맺기를 할 때 정녕 강건해진다.

우리가 성장하고, 그리하여 이제는 변질되었거나 상실한 것에 등 돌릴 게 아니라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시 만날 수 있을 때(애정이 남았다면) 비로소 상생이 오리.

물꼬에서 우리가 그렇게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나니.

 

, 한꺼번에 처리하는 책상 위 문건들처럼 전화 혹은 문자를 한다.

계자 가운데 들어왔던 모든 전화와 문자를 이제 하나씩.

그 가운데 한 통.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선배네는 11년 동안 돈을 관리하던 이가 떠나게 되었는데

어마어마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 대신 자유롭게 살았잖어.”

무슨 말인가 하면, 그가 내부 살림을 잘(?) 살아주어

선배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픈 일들을 하며 지냈다.

어디든 편히 다녔고, 하고픈 무엇이든 했던 그 대가를 치렀다는 말.

맞아!”

세상은 그렇다. 대가 없는 일은 없는 줄 안다.

내가 하지 않은 밥노동 청소노동에 대한 대가도 다른 무엇으로 다 지불하는 줄 안다.

수행자의 첫째는 먹고 입고 자는 일부터 스스로 하는 것.

지금은 겨울90일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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