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둘렀다.

수행하고, 제습이 밥을 주고 같이 산책하고, 다시 아침뜨락.

밥못에는 땅속으로 달못까지 이어진 관도 있지만

도랑을 따라 밖으로 나와 미궁의 남쪽 측백 너머에서 아가미 길까지 이어진 물관도 있었다.

거기 메인 밸브를 달아주다.

관이 예초기 날에 베기도 쉬운 지대이고

그거 아니더라도 혹 문제가 생기면 메인 밸브를 잠그고 작업하면 일이 수월하니까.

일은 간단한데, 역시 힘이 달린다.

고무패킹을 끼우고 소켓을 죄는 일에 시간이 걸리다.

물을 두어 차례 뒤집어쓰고서야 끝.

 

다음은 목공일.

이동식 작업대를 농기계 컨테이너 앞에 설치하다.

나무판을 걸쳐 작업대를 만들고,

그 위에 커팅기를 얹고.

개나리 울타리에 쪽문 하나 달아주려 한다.

그 쪽문 만들기.

자주 그렇지만 조각나무들을 어떻게든 잇는.

각목재보다 조금 더 굵은 크기의 나무들이 있었고,

사각틀을 짜고 그 안으로 모서리와 모서리를 잇는 두 개의 나무를 가운데 파내서 잇다.

다시 더 작은 조각들을 사이사이 넣어 잇기.

원하는 길이대로 있는 게 아니어 길이에 맞춰 모양 넣기.

그것대로 멋이 있었다.

마지막 한 조각은 톱질하다 만 흔적도 있는.

완성된 사각 가장자리로 다시 틀을 잡아두면 문이 완성될.

이것으로 나중에 탄화목을 만들어보리라 함.

해진 지 오래. 어둠이 넘어오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얼마 전 선배가 달골에 기증한 충전용 에어 컴프레셔를 써볼까 했더니.

에어건은 학교 작업실에. 여기도 그거 하나 있어야 할세.

이가 없으면 잇몸.

드라이어를 꺼내와 에어컴프레셔 대신 톱밥을 불어내다.

 

지난 10일 온실돔 1차 작업이 있었다. 뼈대를 세워놓았다.

오늘 2차 작업.

일손도 한 사람 더 와서 물꼬 사람이 굳이 붙어있지 않아도 되었다.

날도 찬데 어묵탕이라도 낼까요?”

좋지요!”

지난 1차엔 작업차량 안에 냉장고까지 모든 준비가 되었다며 밥도 신경쓰지 말라 했더랬다.

오늘은 사람이 더 있어 그런지 내주십사.

낮밥으로는 시래기국밥을 냈다.

2차로, 그러니까 이틀로 끝낼 수 있으리라 했다.

낮밥을 먹을 때만 하더라도 두어 시간 작업하면 마무리 되겠다고.

그러나 폴리카보네이트를 붙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안에서 그것을 고정하는 쇠막대를 붙이는 일이 규격대로 되지 않는.

하여 긴급회의.

프레임까지 철거한다, 이 상태에서 비닐을 씌운다,

아니면 현재 작업상태로 마감하는 걸로 하고 전체 비용의 절반만 낸다,

시공자가 제시한 안이었다.

만약 물꼬가 포기한다면 현재 폴리카보네이트는 폐기가 될 거라는데,

환경적 태도로 봐서도 말이 안 되는 것.

누수가 예견되는 상황이었지만 방법을 더 찾아보자 시공자를 설득했고,

마칠 녘에는 다시 하루를 더 와서 작업을 완성하는 걸로 논의가 정리되었다.

줄 것 주고 하자보수는 보수대로 요구한다, 그리 될.

시공자가 이번 온실돔은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거라 했다.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이번 형태의 돔 작업이 처음이자 마지막 자신의 작업이 될 거라나.

하지만 실험의 가치까지 없지는 않았을. 

3차 작업은 다시 서로 형편 맞춰 날을 받기로.

 

 

기사 하나를 유심히 읽는다.

국내 자살률이 201110만 명 당 31.7명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감소해왔으나

여전히 OECD 1. 102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

전체 자살률은 25명대 안팎이지만, 20대까지의 자살률은 늘고 있다고.

202110대 자살률 10만 명 당 7.1명인데 반해 20대 자살률 23.5.

2020년 대비 각각 10.1%, 8.5% 급증, 2017년 대비 50%가량 는.

과거 시절이 어려웠다지만 직업 구하기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 돌입 후

청년들의 기대에 맞는 좋은 일자리가 줄고 미래에 대한 낙관도 어려운 시대.

기성세대들은 우리 고생하며 살았다고 말하지만,

물질이 넘치고 고생도 덜할지 몰라도 청년들 고민은 훨씬 커진.

그나마 청년세대의 불안을 가족 단위에서 해결해왔으나

핵가족, 1인 가구 증가로 더는 가족이 완충장치가 못 되는.

코로나19 후폭풍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정신건강 상태 악화.

청소년, 청년세대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이런 시기에 이번 책(*올해 내는 책, 청년을 위한 서평록)을 내는 게 퍽 의미 있는 작업이란 생각도 들고.

내 애새끼 멀쩡하다고 그런 걸 넘들 얘기라 할 게 아닐.

결국 화살은 내게 닿는 것.

그래서도 어른으로서 이곳에서 그들을 위한 일들을 잘 이어가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날이어요.

우리 좋은 어른이 됩시다려.”

편집자와 주고받은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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