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넘기고 새벽녘에 영하 7도까지 떨어진다는데...
아침뜨락에 제습이 티피를 만들어주고
한 곳이 마음에 내내 걸리고 있었다.
본채에 덧대 앞으로 뺀 처마 비닐에 틈이 있었던.
비가 아주 많은 날이라면 티피를 타고내린 물로 들머리가 불편할 거라.
장수테이프(비닐붙이는 테이프. 비닐하우스에 유명한 회사 장수비닐에서 같이 내는 보수용 테이프)로
티피 외벽용으로 쓴 타포린과 비닐을 이어 붙여놓다.
그리 일도 아닌데 이런 거 하나도 가깝지 않으니 일거리가 되는, 마음 내야 하는.
김장하는 주말.
오전에는 쪽파와 알타리무와 생강 홍갓들을 다듬다.
오후에는 다싯물을 끓이다.
밴댕이 흑새우 건새우 북어대가리 다시마 무 대파 양파
그리고 냉장에 보이는 야채들 다 투척.
찹쌀풀도 쑤고.
생새우 갈아 넣고 새우젓이며 멸치액젓이며 간 생강과 마늘과 섞다.
고춧가루는 덜 쓰기로.
하여 노랗게 시원하게 먹기로.
늦은 오후 김장배추 절이기.
배추 쪼개 소금물에 담갔다(물 두 말에 반 바가지 소금) 건져
한 주먹의 소금을 켜켜이 뿌리다.
올해는 뒤집는 수고를 덜려 김장비닐을 잘 써보려 시도.
하지만 중간에 뒤집는 과정은 소금의 농도도 확인하는 시간이라
들통에 담는 게 더 낫겠다 생각.
거기 두어 주머니만 담고 나머지는 커다란 들통에 마저 절이다.
해마다 올해는 조금만 하련다 해놓고도 제법 해왔다.
안 한다 안 한다 해도 70포기 가까이 결국 하게 되는.
이 겨울 또한 정말 올해는 조금만 하려구요, 그래놓고도 50포기.
포기가 크지 않은 것도 있으니 실포기는 정말 더 줄어든.
절이면서 깜짝 놀라다.
“다야?”
다였다. 그간 하던 일의 절반이나 될까 싶은.
들통을 한 가득 채운 배추 위로 나무 걸치고 대야에 물을 받아 눌러두다.
저녁밥상에는 굴국밥과 초고추장 굴이 올랐다.
김장 덕에 한 해 한 차례는 꼭 먹는.
무채를 썰어 넣은 굴 국밥이 얼마나 시원턴지.
배추와 함께 낸 굴도 별미였던 밥상.
난로에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자정에 뒤집으러 가니, 소금을 너무 아꼈던가 보다.(김장비닐 안에 절이고 뒤집는 대신 구르기만 할랬는데,
역시 이렇게 확인하는 게 맞았다!)싱거우면 그래도 나은데 짜면 참 대책 없다 싶어 겁먹은.
다시 켜켜이 소금을 더 뿌려주다.
영하 7도까지 떨어진다던 밤이라
바깥수돗가에서 좀 고생스러우려니 싶더만
웬걸, 물꼬 날씨의 기적이라는 그 날씨답게
고맙게도 맵지 않은 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