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5.달날. 흐림

조회 수 272 추천 수 0 2022.12.28 09:17:30


제습이와 같이 하는 아침 산책길(가습이는 저녁답에. 하지만 가끔.,

돌아오며 납작한 돌 하나 주워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가의 돌탑 위에 올린다.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다.

어제부터였나, 숲에 길을 내고 있다.

그저 나무 사이를 걷는 일이다.

나뭇잎을 다 떨구고 있으니 몸이 지나기 어렵지 않고

어쩌다 걸리는 게 있다면 꺾거나 다른 방향으로 보내주었다.

개도 걷고 나도 걷고,

어제 걸었고 오늘 걸었고 내일도 걸을 것이다.

그리하여 길이 될 것이다.

 

12월은 마을 일이 여럿이다. 그야말로 해를 마무리하는 거니까.

노인회 부녀회 마을대동회까지 총회가 다 있는.

오늘은 경로당에서 노인회 총회가 있었다.

임시 부녀회장을 맡게 된 터라 이장댁과 함께 젊은 측 대표로 부엌에 들다.

나이 일흔셋 어른이 막내인 모임이라.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챙겨 아침 10시 들어서니

벌써 웬만한 건 다 마련해두고 계셨다.

당신들은 잡채 하나도 당신들이 하는 차례대로 만들길 원하신다.

하지 뭐, 까짓것, 그게 기쁨이시라면.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묻는다. 물어드린다.

음식은 대개 비슷하다. 불고기, 고등어조림, 잡채, 오징어초무침, ...

웬만한 음식에는 다 화학조미료 다시다가 들어간다.

게다 설탕이나 물엿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당신들 원하시는 대로.

꽈리는 어쩔까요?”

툭툭 어슷하게 반 가르는 것도 모양이 빠지지 않는데,

굳이 길게 반 가르라신다. 그리 한다.

어느 순간 노인회 여자 어른 막내와 젊은 축 둘만 부엌에 남아

회의가 끝나면 밥을 차리려 대기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다른 방에서 과일을 깎고 떡을 썰고.

남자들은 밥만 먹고 가버리니까 한 번에 차려야 해.”

밥상 물리고 과일 먹고 하지 않으니 있는 것 다 올리라는.

술과 음료도 같이 들어갔다.

나오는 그릇대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어째 혼자서 다해서...”

하하하, 물꼬 살림에 견주면 그게 무에 일이라고.

온수에 문제가 생겨(물이 차지는 않았으나) 가스불에 물 팔팔 끓여 마지막에 그릇을 튀기는 걸로 마무리.

가장 나이든 어르신에서부터 경로당을 나서며 굳이 내가 선 부엌으로 들어와

애썼다 인사 넣고 가셨다.

 

부녀회도 총회(라지만 정확하게는 임시총회이다)를 앞두고 있다.

그간 신구 갈등이 깊어 회장 자리가 비어 있었고,

얼마 전 물꼬가 나서 봉합 중.

임시회장을 맡아, 오는 쇠날에 모두 모이십사 해두었다.

어둑한 저녁, 부녀회 장부를 전하러 이장댁 형님 달골에 나타나셔서는

지느러미길과 온실돔 둘레의 줄등을 보고

저 예쁜 게 달골 물꼬네인가 했더라며 기웃거리고 계셨네.

온실돔이 밤에는 멧골 명물이 되겄다.

 

간밤 출판사에 교정지를 보고 보냈고,

편집부랑 연락.

몇 곳 조율이 필요하고,

다음 주 나무날까지는 출간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더는 없다.

나무날이 1215일인데,

올해 무사히 나오려는가,

한 해 한 권 책을 내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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