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에 닿았다.

학교 기준이니 달골은 더 낮았을 수도.

 

창밖은 아직 어둑하고,

겨울90일수행은 계속된다.

몸 풀고, 수련하고, 대배하고, 호흡명상하고,

그리고 옷을 여며 밖을 향한다. 찬바람 몰아친다.

물통에 물을 채워나간다. 연못이 얼기 여러 날.

아침뜨락에 들어 제습이를 먹이고 물을 주고 똥을 치우고 산책을 나선다.

달골 저 위 둘레 상황이 이런 눈밭에서는 어떨까 궁금도 하다.

눈 위에 남긴 짐승들의 발자국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짐작해본다.

아침뜨락으로 드나드는 그들 길도 선명하다.

제습이의 영향력이 닿는 구간을 빼면

여전히 울타리 쪽으로 드나들고 있는 고라니와 너구리들.

멧돼지 발자국은 제습이 등장 후 아직 보이지 않는 듯하다.

 

!

온실돔에 작은 하자가 생기다.

그게 작은 일이라 가벼이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하자는 하자라.

천장 쪽으로 환풍 면이 다섯 곳 있는데, 한 면이 떨어져 나간 것.

멀리 갔음 어쩌나...

둘레둘레 살피니 다행히 사이집으로 가는 곳의 철쭉 울타리에 걸려 있었다.

온실돔 바닥에서 볼트를 찾아보지만 떨어진 게 없다. 부속을 두어 개 남겨놓았어도 좋으련.

사진을 찍어 시공자에게 보내다.

돔외부프레임을 딛고 올라가 다시 장착하시란다.

부품은 어쩌냐 물었더니,

‘6밀리볼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떨어진 거 찾든지

아니면 우선 다른 손잡이 볼트에서 빼서 사용하세요.

볼트를 몇 개 우체국 소포로 보내드릴 테니 우편 주소를 주세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두자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가 되면서도

사람의 일이란 게 마음도 같이 따라붙는 거라 다소 언짢았다.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에 이리 인색해서야...

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 했거늘.

흔히 여성과 남성의 차이라고도 하던데.

여성은 감정에, 남성은 문제해결에 먼저 닿으려 한다는.

내가 이곳에서 직접 하는 작업들을 보았기에 대수롭잖게 생각해

그런 답이 왔을 수도 있다 짐작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뜩찮았다.

열 두 시간을 흘려보낸 뒤 문자를 보냈다.

인사에 퍽 야박하신 듯합니다.

제가 일한 현장이라면,

아랫부분도 아니고 천장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더욱,

죄송하다는 말부터 할 것 같습니다.

돔 외부프레임을 딛고 올라가셔서 다시 장착하라구요?’”

당장 그 공간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어 바쁠 것도 없고 큰 문제도 아니니

이것도 봄을 기다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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