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13.흙날. 맑음

조회 수 995 추천 수 0 2009.06.23 15:25:00

2009. 6.13.흙날. 맑음


앵두 같은 입술,
다 까닭이 있으니 그리 나온 구절이지요.
큰 마당에 있는 두 그루 앵두나무가
올해는 개수 적은 대신 굵기가
무슨 자두(물론 과장인 줄 아시지요?)라지요.
얼마나 탐스러운지요.
오늘 식구들이 다 따냈습니다.
마침 이웃집에서 온 것도 있어
더하여 효소단지에 넣었지요.
과실나무는 꼭 해갈이를 하데요.
작년에 그리 많이도 매달렸던 뒤란에 있는 한 그루는
올해 아예 달지를 않았더이다.

기표가 왔습니다.
기표샘, 이라고 표현해야 더 맞는 건가요.
초등 3학년이던 그 아이 꼬박꼬박 계자에서 만났고
그들의 부모를 알게 되었으며
중고생 때 새끼일꾼으로 이곳에 손 보태고
그리고 대학 2학년생이 되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의 이번 학기, 여행도 좀 하고
물꼬에도 머문다 하였더랬지요.
달포를 기약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장을 봅니다.
컸다고 가난한 산골살림을 살펴주는 게지요.
몇 십 만원을 계산하는 그의 등이
어찌나 듬직하던지요.
그 기표, 오늘 방문자일지에 그리 쓰고 있데요.
“나대지 말자.”
날마다 성찰하며
스스로를 잘 다듬어가는 날들인가 봅니다.

낼이 아이 생일이라는 소식 들으신
읍내의 어르신 한 분도 그냥 가기 섭섭타며
아이 선물을 챙겨주셨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던가요.
햇볕 달빛 이슬 바람 숲,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장에 동참합니다.
얼마나 귀한 한 목숨들인가요.
잘 자라 그 뜻들을 헤아려
제 삶을 두루 잘 쓰기를 바랍니다.
그 아이 오늘은 교무실 광을 내놨데요.
그렇게 제 쓰임을 잘 찾아 지내고 있다지요.

읍내 나가는 길에
교사임용을 준비하는 늙은 수험생들을 위해
열무비빔밥을 마련해갔더랬습니다.
마침 학기를 갈무리하는 때여
같이 공부하는 서적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명쾌하고 그리고 유쾌하데요.
“옥샘도 임용 같이 보면 좋겠다...”
같이 어떤 일을 한다는 건 힘이 많이 되지요.
물꼬 일도 그리 굴러왔더랬습니다.
한 친구는 제 공부를 위해
자신이 정리한 글을 전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세상 그리 살아서
지독하게 힘겨운 날들도 건너가는 거겠지요.
이 삶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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