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22.물날. 가을하늘 같이 맑은 그러나 바람 거친


마당 꽃밭에 돌단풍 수런거리고
매발톱 금낭화 밭딸기꽃 와글와글 피어 있습니다.
홍매화도 철쭉도 한껏 피었지요.
늦은 목련도 만개했습니다.
우르르 쏟아지는 대문 앞 꽃잔디도 보라지요.
처음 봤어요,
지난 몽당계자에서 아이들이 그랬던 할미꽃은
이제 씨를 맺었네요.
채소밭에도 부지런히 남새들이 오릅니다.

오늘은 곶감집 마당 남새밭에는 퇴비를 뿌려줍니다.
집 곁으로 작은 작은 땅을 일구어두지요.
간장집 뒤란 밭에는 고추밭둑을 마련하였습니다.
표고장 아래도 밭을 만들지요.
사실 밭이랄 것도 없는 두 고랑짜리 짜투리 밭이랍니다.
올해는 가까운 곳에
예제 이것저것 다 뿌려 먹을라 하지요.

바람은 거치나
가을같이 하늘 높은 날입니다.
파드득나물(반디나물)을 식구들이 뜯어놓았네요.
다른 손이 도저히 안되는 바쁜 이번 주에
그래도 파다닥거리며 나물을 무쳐둡니다.
하늘이 키워준 것들로
봄 내내 고맙고 고마운 밥상이었습니다.

읍내에 나가 있을 땐 혹 작은 짬이라도 생기면
작은 고개 하나를 찾습니다.
길가에 있으나 찾는 이가 드문 그곳은
야트막한 산과 너른 풀밭이 있는데
거기 자리를 깔고 잠시 마음쉼을 합니다.
오지도 않을, 아니 올 일 없는 그리운 이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던 가을편지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려도 본다지요,
봄맞이 청아한 그 꽃태를 좇아.

품앗이 수진이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잘 살아주는 품앗이들이 고맙지요.
그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났던가요.
그의 언니와 함께 때마다 계자에서 만났고
중고생이었을 땐 새끼일꾼으로 부지런히 왔으며
드디어 대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계절을 건너뛰었지요.
얼굴 보겠다 낼 온다 합니다.
오라 했지요.

03:36, 멀리서 벗이 같이 밤을 지새웁니다.
치러야 하는 일 하나를 준비하는데,
먼저 그 날들을 지나갔던 그가
전화를 통해 길을 밝혀 안내를 해줍니다.
나 하나 바깥일 하는 일에
산골 식구들부터 아들,
그리고 이렇게 곳곳의 벗들이 함께 합니다.
고마울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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