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15.불날. 맑음

조회 수 1202 추천 수 0 2008.05.04 00:09:00

2008. 4.15.불날. 맑음


아침을 힘들어하는 식구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로,
또 이곳에 익숙해져야할 새 식구에 대한 친절이라면 친절로
새 학년도 들어 명상수련모임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적은 식구로 밀려든 일이 많았던 게
더 큰 까닭이라면 까닭이지요.
그런데 이래 밀고 저래 밀면 결국 못하고 말지요.
챙겨야겠습니다,
결국 그것이 우리를 결속케 할 것이므로.

없던 일을 하느라 힘이 좀 든 시간들입니다.
물꼬의 군 지원사업에 대해 서로의 의견차를 좁히고 있는데,
생태화장실이란 게 이네들에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란 말입니다.
물론 아주 모르기야 하겠습니까만
지원사업 대상으로서는 처음이라는 거지요.
없던 일을 하기는 늘 어렵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선례란 게 중요합니다.
선례가 없는 일, 공무원들은 그런 거 잘 안하려들지요.
그래서 복지부동이란 말도 나왔을 게구요.
그래서 열심히 설명하고 또 설명하며 자료를 덧붙이고 있답니다.
샌드위치판넬로 뚝딱뚝딱 짓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나 하나 퍼즐을 맞추듯, 조립을 하듯,
나중에 건물 하나 하나가 모여 생태적 건축 모둠이 되게 하고 싶거든요.

수업을 들으러 가고 있는 한 대학의 행정 제도 하나가
갑자기 바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원칙대로 하자는 건데
문제는 그것의 진행 방법이었지요.
의견수렴 혹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원래대로 복귀시킨 것입니다.
공부하는 게 주업인 학생들이야 큰 무리가 없다 하더라도
그 시간에 맞춰 다른 시간을 다 움직이고 있을 직장인들은 난감하지요.
그런데 어느 교수도 학생 편에 서주지 않았습니다.
이러저러 수업 시간이 바뀌게 되었다는 안내도 없이
시간표를 다시 바꾸어 진행하고 있었고,
그래서 불이익 혹은 불편을 받게 될 학생들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없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데 최소한의 예의란 게 있을 겁니다.
미리 얘기하는 거요.
상대로 하여금 준비할 시간을 주는 거요.
제도가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학기 중에 바꿀 게 아니라
다음 학기부터 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지요.
상황이 어렵게 된 학생들도 딱하고
아무 말 못하는 교수들도 딱합니다.
일하는 차례에 대해 곱씹어 봅니다.

종대샘이 홈페이지를 좀 만지고 있습니다.
‘물꼬요새’에 검색기능도 만들고
‘찾아오는 길’도 올렸습니다.
이곳도 나날을 사는 곳이라는 것을 잊은 이들의
갑작스런 방문이 잦지요.
그래서 쉬 오지 말라고 알려 놓지 않은 길이나
그래도 또 올 사람은 다 옵니다.
오려는 이들에게 일일이 답하는 것도 일이다 싶어
차라리 친절하게 올리자 한 거지요.

셈놀이.
한 녀석은 ‘각도’를 들어갔고
또 다른 아이는 다시 사칙연산 복습에 듭니다.
초록이 짙어가든 어쩌든
나날이 아이들은 또 그들의 삶을 살아가지요.
마치 비어있던 허공을 존재들이 채우듯
새 울고 꽃 피워 올리는 봄날,
아이들도 그렇게 세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국화.
해송이가 못 왔습니다.
소풍 간 해송이를 실어오려면 늦어질 듯하여
미죽샘 혼자 달려오셨답니다.
이 수업을 지켜가시려고 늘 애쓰는 샘이시지요.
고맙습니다.

많은 경우 못 견디는 건 어른이지요,
아이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아이의 행위, 그러니까 그 꼴을 못 보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자신을 잘 누르며,
아이를 통해 거울을 들여다보듯 화들짝 놀라 스스로를 반성해가는 게 또 어른이지요.
그런데 어떤 어른은 그게 또 참 어렵습니다.
아이를 무섭게 비난까지 하지요.
그나마 성숙한 아이면 또 다르겠는데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러고 있는 어른을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요새 그런 어른 하나를 봅니다.
노골적으로 아이를 힐책하고 아이에게 화내고,
그것도 다른 어른의 눈을 피해 그런다는 건
정말 옳지 못합니다.
어른으로부터 그런 반응을 끌어내는 아이의 잘못이 왜 없을까마난
그래도 어른은 또 어른 아니겠는지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그런 모습을 배우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너그럽지 못한 어른을 보며 너그럽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기를.
동시에 저 또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많은 어른들이 그러하듯이.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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